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오디션 프로그램 속 화제의 출연자에서 가요계 신데렐라를 꿈 꿨으나 그의 지난 작들은 뚜렷한 지향점 없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이었다. 개성파 음색으로 드라마 삽입곡을 부르고, 모던 록과 빈티지 소울 등 여러 장르를 아울렀지만 겉돈다는 인상이 강했다. 길었던 공백을 뒤로하며 새 레이블에서 발매한 EP는 이런 지난날의 아쉬움을 정면 돌파 한다.
탁월한 멜로디메이커 윤종신과 정석원의 선율이 섬세한 조정치의 기타 연주와 함께 장재인의 색깔 찾기를 전폭 지원한다. 노래를 완성하는 것은 보편적인 단어로 구성된 그의 언어와 그만의 유니크한 보컬이다. 흔한 '홍대 여신' 풍 어쿠스틱이 아닌 제인 버킨에서 장필순을 폭 넓게 훑어내는 고품질 포크는 지금껏 장재인이 선보인 어떤 음악보다도 그에게 잘 어울린다. 가창에도 한껏 힘을 빼 부담 없이 자연스럽다.
남녀의 관계를 위성과 행성으로 풀어낸 「나의 위성」은 앨범의 백미다. 속삭이듯 사근거리면서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그의 보컬은 얼핏 장필순을 연상시키나 특유의 리듬감과 벤딩은 분명 익숙한 장재인의 것이다. 하룻밤을 보낸 낯선 이성과 맞는 어색한 아침이라는 독특한 설정의 「밥을 먹어요」는 포근한 음색을 십분 활용해 편안함을 주는 반면 「클라이막스」에서는 깔끔하고 힘 있는 고음으로 넓은 음역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는 보컬리스트의 면모를 보여준다.
오랜 방황을 끝내며 비로소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찾아 입었다. 훌륭한 기량의 노래 실력을 유감없이 뽐냈고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을 가진 특색 있는 작사가로서의 가능성도 타진했으니 3년만의 복귀 작으로 더할 나위 없다. 정상 궤도에 오른 이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더욱 공격적으로 확장 시켜나갈 때다. 메이저와 인디를 잇는 여성 포크 싱어가 뜸해진 지금이 그에게는 기회다.
2015/06 정민재(minjaej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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