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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인, 어느새 아티스트로 거듭나다 - 핑크, 벤 폴즈 파이브 새 앨범

‘언니’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는 로커 핑크의 여섯 번째 정규 앨범 ‘Five’를 달고 13년 만에 재결성한 벤 폴즈 파이브의 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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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분방한 여전사 로커 핑크가 신보를 발표했습니다. 싱글 커트된 「Blow me (One last kiss)」는 발매 첫 주부터 빌보드 5위에 랭크되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데요. 이번 주의 필청 앨범, 핑크의 신보 < The Truth About Love >를 소개합니다…

자유분방한 여전사 로커 핑크가 신보를 발표했습니다. 싱글 커트된 「Blow me (One last kiss)」는 발매 첫 주부터 빌보드 5위에 랭크되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데요. 이번 주의 필청 앨범, 핑크의 신보 < The Truth About Love >를 소개합니다. 13년 만의 재결성이라는 소식과 함께 돌아온 피아노 록의 선두주자 벤 폴즈 파이브의 신보와, 오디션 지원자에 불과했던 한 명의 소녀에서 어느새 아티스트로 거듭나고 있는 장재인의 Ep앨범도 함께 소개해드립니다.


핑크(Pink) < The Truth About Love >


핑크라는 이 단순한 이름, 단어는 뜻도 다양해서 그에게 어울리는 뜻을 굳이 찾자면 ‘칼끝으로 찌르다’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미간을 찡그리며 가운데 손가락을 쫙 펴 보이는 이미지가 그녀의 페르소나다. 그리고 2000년 처녀작 이후 줄 곳 따라다녔던 수식어는 ‘여전사’다. 말 그대로 이 언니는 그런(?) 여성이시다. 이쯤 하면 ‘그녀’라는 지칭보다는 ‘언니’라는 호칭이 어울리지 않는가!

13살 분홍색으로 머리카락을 염색하면서부터 ‘핑크(본명은 앨리샤 무어(Alecia Moore)’라는 애칭을 얻게 되었다. 이름의 표기는 ‘Pink’가 아닌 알파벳 ‘i’를 거꾸로 뒤집어 느낌표 ‘!’를 대신 넣은 ‘P!nk’가 맞다. 여성상의 표상적 색인 분홍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자 했던, 다소 역설을 섞은 작명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에게서 색 자체의 이미지로 전해지는 발랄함이나 귀여움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음악도 그랬다. 그간의 행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스튜디오 작품이 적립될수록 자신의 작품들에 지속해서 ‘록의 에센스’를 수혈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듀서의 영향이 짙었던 초창기 작품과 비교하면 현재에 이르면서 더 강하고, 더 내지르는 작품들이 트랙 리스트에 자리하고 있음은 그녀의 팬이라면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걷잡을 수 없는 무모한 질주는 이제 막 본궤도에 올라섰다.

4년여 만에 선보이는 6번째 정규 작품 < The Truth About Love >도 마찬가지다. 내재돼 있는 록커의 기질은 ‘역시 핑크!’라는 환호성을 지르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을뿐더러 한결같음에 감사한 마음마저 들 정도다. 작품은 시작부터 초전박살을 낼 태세로 무작정 달려나간다.

더 버드 앤 더 비 (The Bird And The Bee)의 멤버 그렉 커스틴(Greg Kurstin)과의 작곡 호흡을 맞춘 첫 싱글 트랙 「Blow me (One last kiss)」는 이미 빌보드 5위에 랭크돼있을 정도로 호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히트곡 퍼레이드의 고리를 잇기에 충분해 보인다. 가슴 한편을 시원하게 뚫어줄 만한 ‘돌직구 트랙’으로 급격히 변하는 음정의 극적 효과를 철저하게 가창의 힘으로 표출해냈다.

피쳐링 군단도 든든하다. 「We are young」으로 차트를 점령했던 펀(Fun.)의 네이트 루에스(Nate Ruess)와 함께한 「Just give me a reason」은 펀의 프로듀서인 제프 바스커(Jeff Bhasker)와의 작업이다. 지극히 ‘펀다운’ 유려한 멜로디가 두드러지며, 동시에 ‘핑크 펀’의 유기적인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색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또 다른 협업작 「True Love」는 릴리 알렌(Lily Allen)의 곡들에서 들을 수 있었던 오밀조밀한 소리의 소스들이 살아 숨 쉰다. 거친 듯 낮게 깔리는 핑크의 보컬과 릴리 알렌의 싱그러운 보컬 조합의 작품이다.

에미넴 또한 「Here comes the weekend」에 참여했다. 핑크의 원조를 받았던 < Recovery >의 수록곡 「Won't be back」에서 느껴졌던 록에 가까운 동질의 둔탁한 바운스는 에미넴의 작품에 참여했던 디제이 카릴(DJ Khalil)의 손이 닿은 작품이다. 후반부 몰아치는 ‘랩 폭격’은 앨범의 또 다른 색채를 가미하는 들을 거리다.

‘흑인 필’을 가진 파워 넘치는 가창과 호소력 짙은 ‘스모키 보이스’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포스 넘치는 소리를 뿜어낸다. 음악적으로 모든 역할을 철저하고, 완벽히 수행해내며 지금에 이르렀다. 또한 할 말은 하며 자신의 뜻 역시 대내외에 당당히 외쳐왔으니 록스타 본연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할 수 있겠다. 새로운 작품 역시 즐거움과 씩씩한 기운이 넘쳐난다. 변함없이 힘이 넘치는 퍼포먼스 또한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사실 핑크는 못한 적이 없다. 줄곧 잘해만 왔다. 이는 눈에 띄는 하락세 없이 발매한 모든 작품이 적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 왔다는 말이다. 이런 들쑥날쑥함 없는 꾸준함은 최근 팝씬에서 보기 드문 사례라 할만하다. 그 행적이 2012년,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에 따른 결과는 필연이다. 빈틈없는 훌륭한 디스코그래피의 축적을 통해 ‘위대한 음악가’라는 지위를 자신의 힘으로 확보했으며, 시대를 대표하는 ‘일류 소리꾼’이라는 온당한 입지 또한 획득했다.

글 / 신현태 (rockershin@gmail.com)


벤 폴즈 파이브(Ben Folds Five) < The Sound Of The Life Of The Mind >


벤 폴즈의 음악세계를 조금이라도 탐색해본 사람들은 안다. 그가 결코 「Still fighting it」이나 「Brick」과 같은 감성적인 곡으로만 정의되어서는 안 되는 뮤지션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는 엘튼 존이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ld」 하나 때문에 단순한 팝 뮤지션으로 치부되어서는 곤란한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분명한 건 두 경우 모두 기타를 메는 것 대신 피아노 의자에 앉는 쪽을 택했다는 것이고, 그를 통해 명백한 록 음악을 들려주었다는 점이다.

신보는 오랜만에 이름 옆에 ‘Five’를 달고 나왔다. 무려 13년 만에 벤 폴즈 파이브로의 재결성을 감행한 것이다. 여기서 떠오르는 것은 ‘지금 시점의 재결성이 의미하는 바는 과연 무엇일까’라는 의문문이다. 또한, 자연스럽게 ‘그런데 굳이 그것에 의미를 둘 필요가 있을까?’라는 대척점의 의문이 머리를 들기도 한다. 명확한 판단이 어려워 보이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결론은 하나로 귀결된다.

사실 벤 폴즈가 솔로활동을 통해 그의 음악적 외연을 확장한 것은 맞지만, 그 시절의 음악이 벤 폴즈 파이브 시기의 음악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던 것은 아니었다. 즉, 벤 폴즈 파이브의 음악 역시 (그룹 이름이 설명하고 있듯) 벤 폴즈가 중심이 되어 움직인 그룹이었다는 것이 요점인데, 이를 통해 접근한다면 벤 폴즈 파이브가 돌아왔다는 사실보다는 벤 폴즈가 돌아왔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앨범을 이해하는 데에 더 수월해 보인다.

그렇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여전히 벤 폴즈에 의한 앨범이라는 점이다. 변함없이 자유롭고, 마찬가지로 위트가 넘치며, 결정적으로 ‘로킹’하다. 재결성으로 인한 상승효과도 없는 것은 아니다. 멤버들이 함께한 아름다운 (때론 웅장한) 보컬 하모니을 듣고 있자면 밴드의 화학작용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특유의 센스는 곳곳에서 발휘된다. 신경질적인 베이스 연주로 시작하는 첫 트랙 「Erase me」는 헤어진 연인에게 연신 ‘날 지워버리라’고 말하면서도 마지막엔 ‘And if you feel nothing, guess where I'll be’라 말하며 열린 결말을 준비하고, 「Draw a crowd」에서는 ‘미드’를 보는 이들이나 알법한 ‘Vanilla Thunder’를 등장시키기도 한다. (‘Vanilla Thunder’는 미국 시트콤 < How I Met Your Mother >시즌 5의 등장인물 마샬(제이슨 시걸 분)과 관계가 있는 어휘로, 과거 열다섯 살 때의 자신이 서른 살의 미래의 자신에게 썼던 편지에서 예상한 그때 바뀌어있을 자신의 이름이다. 결국 ‘퇴색한 미래의 꿈’을 의미한다.)

상기한 곡(「Draw a crowd」)은 벤 폴즈 식의 위로가 더없이 유쾌하다는 점, 또 그를 통해 록 음악 특유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앨범의 베스트로 꼽고 싶은 트랙이다. 후렴구의 가사는 이렇게나 발칙하다. ‘If you're feeling small, and you can't draw a crowd/ Draw dicks on a wall’.

1966년 생, 곧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이지만 ‘Noisy up there/ It rocks me like a mother’라 노래하는 그의 재치는 분명히 그 또래의 것이 아니다.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보는 매력적이다. 아마 앨범을 들으며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상당수이지 않을까. 벤 폴즈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육체는 몰라도, 정신만은 분명히.

글 / 여인협(lunarianih@naver.com)


장재인 < 여름밤 (Ep) >


다섯 개의 수록곡, 그러나 같은 곡의 다른 버전도 수록했으니 엄밀히 말하자면 네 트랙짜리의 미니 앨범이다. 단순히 짤막한 단편선이라 할 수 있지만, 그렇게 스쳐가기에는 앨범의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데뷔하기 전부터 만들었던 미발표곡들이 가지런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장재인의 옛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긴 추억 앨범인 셈이다.

특히 싱글 발표를 통해 먼저 공개되었던 타이틀 트랙 「여름밤」은 서울로 갓 올라온 2008년 여름에 만들어진 작품으로 노래를 통해 슬그머니 마음을 전하려는 사춘기 소녀의 추억을 담은 애틋한 곡이며, 가성으로 장식한 후렴구가 경쾌한 「Step」은 산뜻함을 적어 내렸던 초 여름날의 일기장처럼 보인다.

점층적인 전개가 특징인 「Rainy day」는 유려하게 곡을 풀어나가는 역량이 내포되어 있으며, 단출하게 재작업한 또 다른 버전의 「Rainy day (작은방 Ver.)」는 편곡의 측면에서 섬세한 감각을 나타내는 또 다른 지표다.

선곡 및 편곡, 세션 등 전반적인 과정을 온전히 스스로 담당했다. 데뷔 2년차, 게다가 그의 나이가 아직 스물 둘임을 감안해 본다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음반이 그저 추억의 되짚기를 넘어, 그가 아티스트의 위치로 도약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다.

수줍은 모습으로 거울을 마주한 여가수를 바라본다. 거울 속 그의 모습은 아직 풋풋한 옛 감성을 간직하고 있고, 그것을 들여다보는 반대편 그의 모습은 어느새 훌쩍 자라있다. 어제와 오늘의 맵시 있는 조우 아래, 어느새 아티스트로 거듭나고 있는 한 가수의 성장이 더욱 특별하게 보인다.

글 /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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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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