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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부족하다고? 결국 마음이 문제다!

『타임 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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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쁘다라는 것은 ‘여유가 없다’, ‘시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사회에서 성공한 사람, 혹은 생존해있는 사람은 최소한 바빠야만 한다. 남는 시간이 없이 최대한 쥐어짜서 나를 혹사하고 있어야 인정받는 세상이다. 그것은 하물며 전업주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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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시죠?”
“아.. 뭐 이번 달 지나면 좀 한가해질 거 같아요”

 

우리가 흔히 주고받는 인삿말이다. “바쁘니까 힘들지”라고 먼저 깔아놓은 상태에 상대의 안부를 묻는 것이다. 상대도 “요새 한가해요”라고 말을 할 수는 없다 실제로 일이 없다하더라도 적당히 일은 있는 척은 해줘야 한다. 또 솔직하게 “요새 한가해요”라고 대답한다면 처음에는 농담으로 받아들일 것이고, 진지한 표정으로 반복해서 대답한다면 뭔가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으로 인정하게 된다. 두 사람의 관계의 친밀도에 따라 별 생각없이 한 인삿말이었는데 상대방이 꽤 진중한 부탁을 할지도 모른다는 부담이 되기도 하고, 더는 만날 필요 없는 영양가 없는 사람이라고 여길 가능성도 있다.


“바쁘냐?”는 질문은 마치 우리나라의 전통적 인삿말 “식사 하셨어요?”의 다음 버젼쯤 된다. 식사했냐고 물어보는 것은 우리의 가난한 과거를 반영한다. 혹시 밥은 굶고 다니는 것은 아닌지 안위를 묻는 것이다. “안녕하세요”란 질문도 알고보면 “밤새 안녕한지”를 물어보는 것으로 전쟁통에 큰 일 일어나지 안고 밤새 죽지 않고 살아았는지 물어보는 것이라고 한다. 이제 먹고 사는 것이 분명해 보이면 바빠야 한다. 바쁘다라는 것은 ‘여유가 없다’, ‘시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사회에서 성공한 사람, 혹은 생존해있는 사람은 최소한 바빠야만 한다. 남는 시간이 없이 최대한 쥐어짜서 나를 혹사하고 있어야 인정받는 세상이다. 그것은 하물며 전업주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많고, 여유있게 지내면서 한가한 사람은 루저아니면, 요령이 없거나, 뭘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반쯤 읽힌다.


그러다보니 모두가 ‘바빠야 한다’는 명제안에 살아간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시계를 보면서 난데없이 “늦었다, 늦었다”는 맥락없는 말을 반복하는 토끼나 붉은 여왕의 모습으로 우리 모두가 살아가고 있다. 하루 24시간이 넉넉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든다. 미카엘 엔데의 소설 ‘모모’의 회색악당이 문명국가의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들이 시간을 시가로 만들어 피어대기라도 하기 때문일까.

 

여유롭던 일요일 밤 개그콘서트가 끝나면 한숨이 절로 나오면서 또다시 시작할 월요일을 생각만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무서워지기 시작하는 사람들, 한 주가 한 달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게 시간의 마이너스 통장이라도 만들어서 쓰고 있는 것 같이 쉬지 않고 뭔가를 하고 있지만 일은 자꾸 밀리고, 시간의 빚은 늘어나고 있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의 해결책은 없을까? 일종의 시간의 신용불량자, 개인파산자들이다.

 

여기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이며 두 아이의 엄마인 저널리스트 브리짓 슐트는 ‘타임 푸어(overwhelmed)'라는 책에서 문제의 핵심을 분석하며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녀는 이 책을 쓸 아이디어를 자기 일상에서 찾았다. 남편과 둘이 같이 일을 하면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공과금을 내는 것, 두 아이의 학교, 방과후 클럽활동, 병원 다니는 것등을 남편과 적절히 나눠서 해야하는데 여의치 않다. 매일매일을 100미터 달리기 전력질주를 하는 것 같이 처리를 해야할 일이 많고, 신문사에서는 나름 인정을 받고 있지만 100% 회사일만 하는 남성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 모든 일이 계획에 맞춰 딱딱 되는 날보다 불가피한 사건들로 그 뒤의 일이 다 뒤틀어져버리기 일쑤다. 그런데도 인터뷰한 사회학자 존 로빈슨은 인간에게 주당 30시간의 여유시간이 있다고 주장을 하니 동의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자기같은 현대의 전형적인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 그럴 리 없다고 여겼던 것이다.

 

하루하루의 일지를 적으면서 자신이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 여가였던 것을 발견할 수 있었고, 시간을 자투리로 쓰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무엇보다 ‘바빠야한다’는 명제에 중독된 현대인인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20세기 말이 되면서 바쁨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사회적 경쟁에서 탈락하지 않았다는 훈장을 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인식이 커질수록 바쁜 사람이 중요한 사람이고, 바쁜 삶이 충실하고 가치까지 있는 삶이라고 여기게 된다. 그러니 사람들은 이제 바쁨을 경쟁한다. 그런데 바쁜 것이 자기가 의미를 충분히 알고 좋아서 하는 일에 바쁜게 아니라 갈수록 ‘선택하지 않은 선택’ nonchoice choice로 바빠졌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나 계속 바쁘면 안전한 것이고 경쟁력이 있는 것이라는 집단의 기대도 계속 싫은 것이라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하루라도 바쁘지 않으면 뭔가 잘못된 것이라 여기게 되었다.


이런 개념의 핵심을 저자는 ‘이상적 노동자(Ideal Worker)’가 되려는 사람들의 욕망, 조직의 기대로 해석한다. 이상적 노동자란 산업혁명 초창기부터 형성된, 전통적인 직장 문화에서 요구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표현한 말이다. 이상적 노동자는 집안일과 육아 대신 직장에만 온 마음을 쏟는다. 아침에 가장 먼저 출근하고 저녁엔 가장 늦게 퇴근한다. 출장 아닌 여행은 잘 가지 않으며, 여행을 가도 일거리를 가져간다. 회사 지시가 떨어지면 언제 어디로든 기꺼이 이동하며, 갑자기 급한 일을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으면 밤을 꼬박 새운다. 슐트는 "현대인은 '이상적 노동자'가 되지 못하면 괴로워한다"고 말한다.

 

여기서는 능력자가 시간을 설렁설렁 쓰면서 남보다 일을 잘해내는 것보다 일단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 것을 인정한다. 시간이란 것이 숫자로 측정하기 시작한 것이 고작 100년전부터다. 그전까지는 해가 질때까지, 밀물이 들어올때까지라는 식으로 노동시간이 정해져있었다. 그런데 시간을 계량화하기 시작하면서 그건 돈이 되었고, 시간은 화폐적 가치를 갖고, 소비하며, 낭비할 수 있는 객관적 자원이 되었다. 그리고 같은 봉급을 받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주는 가를 얼마나 많은 업적을 내는 가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직장도 생긴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지키기 불가능한 마감시간을 지키기위해 쓰러지기 직전까지 일해야 남자다움을 입증하는 것. 주당 90시간을 일하면 진짜 사나이, 50시간을 일하면 게으름뱅이‘로 통한다. 그래서, 여전히 많은 직장에서 탄력근무, 재택근무를 요구하면 거절하고, 사내 승진 경쟁에서 탈락한 것으로 여긴다. 이 책에서도 살인적은 근무시간을 요구하는 유명 로펌의 변호사가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탄력근무를 요구하다가 밀려나는 사례가 나온다.


저자는 ‘일과 사랑(가사)와 휴식’의 균형을 잡아야하는데, 이는 사회적 업무 뿐 아니라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고 가사일을 하는 것에서도 어렵다고 한다. 그것은 이상적 노동자와 유사한 ‘이상적 엄마’의 도그마가 여성들의 머릿속에 자리잡아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언제든지 모든 걸 다해주고, 중요한 결정을 해주며, 빈틈없이 일을 해나가는 전능한 여성이 바로 이상적 엄마다. 그래서 거의 모든 엄마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하고, 더 잘 아이를 키워야한다고 결심하며 노력을 한다.

 

저자는 미국의 중산층 고학력 엄마들이 전업주부를 하나의 ‘전문직’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들끼리의 리그를 만들어 아이를 얼마나 전문적으로 양육하고, 집안일을 잘해내냐를 놓고 서로 경쟁을 하는 일종의 전문직 구도가 만들어졌고, 워킹맘들은 또한 이상적 노동자에 이상적 엄마란 투잡을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니 직장에서는 남성, 혹은 비혼여성과 경쟁, 집에서는 전업주부들과 경쟁을 하면서 반복적 좌절을 경험하면서 더욱 시간은 모자라는 상황에 빠져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분석한다.

 

이런 문제아래 저자는 어떻게 하면 일, 사랑, 여가의 균형을 맞춰가는 삶을 살 수 있을지 그런 목표를 현실화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회사나 직업인을 탐방하고 인터뷰를 했다. 이를 토대로 저자는 지금 이 순간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먼저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일단 그걸 중심으로 다른 일은 재배치하는 것이다. 즉, 올백을 맞을 생각을 하지 말고 좋아하고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에 선택적으로 집중하고, 한정된 시간의 나머지를 잘 배치하는 것이 현명하다. 잘 일하고, 잘 돌보고 사랑하고, 잘 노는 것, 이 세 가지 모두를 잘 할 수 없으므로 ‘양가감정을 느끼면서도 모든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임할 수 있기’를 목표로 해야 한다. 인생이란 원래 참으로 불안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저자가 찾아낸 타임푸어에서 벗어난 성공적인 사람은  완벽한 것을 꿈꾸거나 기대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을 일을 사랑하지만 ‘이상적 노동자’가 되려 하지 않고 아이와 가족을 사랑하나 ‘좋은 엄마’의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들은 ‘나쁘지 않다면 완벽한 것이다’라는 정신으로 살아간다.


그게 안되면 비현실적 기대를 갖고 그게 채워지지 않으면 그 기대치를 재조정하는 대신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고 반성하는 삶을 살면서 쫓기는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더 나아가 자신의 부족함을 겸허하게 인정한다. 그건 마치 날씨와 같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날씨 때문에 하려던 일을 멈출 수 있지만 한 편으로 날씨를 의식하면서 일을 해나갈 수 있다. 날씨는 부족함과 같다고 조언하다. 날씨의 예측불가능성을 인정하면 걱정을 하는 것으로 소모하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세이브 할 수 있다.


또 몰입을 위해 리듬을 타서 살아가는 연습을 하라고 한다.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고, 일정한 시간에 집중해서 일하고 그 뒤엔 쉰다. 저자는 90분단위로 하루 3-4회 일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휴식이 낭비되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재충전을 위한 조용한 시간을 꼭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혹시 너무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닐까? 내가 전에 쓴 책 ‘심야치유식당’의 카피였다. 이 책도 같은 주제를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타임푸어의 저자는 우리 사회가 ‘바쁘다’를 입에 달고 살면서 바쁨 그 자체를 경쟁하는 중독적 상황에 빠진 것은 불행할 뿐이라면서 완벽에서 벗어나, 일-사랑-놀이의 균형을 잡아내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쉬고 즐기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오직 더 열심히, 완벽하게, 성실히 해야만 한다는 명제가 꼭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걸 깨닫기란 쉽지 않고 경쟁은 지속되니 한쪽 방향의 노력을 무작정 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사실 모든 괴로움의 근원일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공평하지만 한계가 있는 자원인 시간 자원의 배분의 불가피성을 통해 역설하고 있는 책이 바로 ‘타임푸어’다. 매일 ‘바쁘다’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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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푸어 브리짓 슐트 저/안진이 역 | 더퀘스트(길벗)
《타임 푸어》는 이 모든 경험과 사회학, 심리학 등의 최신 연구를 토대로 한 책으로, 출간 즉시 아마존과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타임 푸어》는 스트레스가 우리의 삶을 조각조각 찢어 놓았음을 보여주고 그 찢어진 조각들을 어떻게 하면 다시 붙일 수 있는지 알려주는 지침서이며 ‘사람답게 사는 법’에 대한 힌트를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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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타임 푸어

<브리짓 슐트> 저/<안진이> 역13,500원(10% + 5%)

“왜 해도 해도 할 일이 줄지 않을까?” 퓰리처상 수상 《워싱턴포스트》 기자, 전 세계의 학자·정치인·기업인과 함께 ‘타임 푸어’를 탈출하다 《워싱턴포스트》의 유능한 기자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브리짓 슐트Brigid Schulte. 그녀에게는 항상 ‘해야 할 일’투성이다. 마감에 쫓겨 기사를 쓰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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