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호란의 목소리에는 언제나 신비로운 아우라가 있었다. 클래지콰이의 우아함부터 타 아티스트들과의 협업, 아날로그 프로젝트 이바디의 서정성에는 항상 다채로우면서도 진중한 그의 목소리가 핵심이었다. 햇수로만 따지면 11년 만의 데뷔지만, 작품이 없었다뿐이지 솔로 보컬로서의 존재감은 꾸준히 키워온 셈이다.
자연히 그의 홀로서기는 지속성의 범주에 놓이게 된다. 앨범은 클래지콰이, 이바디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았으면서도 각 요소가 모두 조화롭게 각자의 지대를 구축하며 안정을 취하는 모습이다. 스카 리듬의 타이틀 곡 「괜찮은 여자」는 소소한 구성과 짧은 러닝 타임이 오히려 흥을 돋우고, 「연예인」의 멜로디는 담백한 어쿠스틱 아르페지오 구성에서 빛을 발한다. 소(小) 밴드 구성으로 1990년대 토리 에이모스 스타일을 연상케 하는 「Insomnia」, 신디사이저의 몽환을 빌린 「꽃가루」도 치고 나오지 않는다.
간결한 구성은 자연히 목소리에의 집중을 불러온다. 여자 연예인의 속내를 덤덤히 대변하는 '연예인'의 스토리텔링은 흥미롭고, 근래 보기 드문 처연함을 스며 넣은 「댄싱쓰루」의 가사는 귀와 별개로 눈을 잡아놓는 매력을 지닌다. 「괜찮은 여자」에서의 현대 여성 심리의 묘사와 그리움의 감정을 '꽃가루 때문이라' 은유한 「꽃가루」 등 앨범은 단일 메시지의 제시에서도 독특함을 확보한다. 다재다능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증명이다.
새로움 없이 익숙한 스타일로도 높은 집중도를 끌어내는 클래지콰이 재주의 모범 사례다. 장기적 차원에선 보강 없는 세대교체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나쁘지 않은 퀼리티의 범작을 굳이 거부할 이유는 없다. '괜찮은'이라는 수식어 정도에 머무르기엔 아까운, 든든한 솔로 데뷔다.
2015/06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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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닉 그룹 ‘클래지콰이’와 어쿠스틱 프로젝트 그룹 ‘이바디’의 보컬로서 다양한 매력을 선보여 온 여성 디바 ‘호란’의 첫 솔로 앨범 [괜찮은 여자]가 공개된다. 2004년 일렉트로닉 그룹 클래지콰이의 보컬로 데뷔한 호란은 이후 어쿠스틱 그룹 이바디를 결성하여 뮤지션으로서의 성공적인 변신을 보여주었고, 다양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