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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작들의 화려한 외출 - 킬러스 & 서태지 & 클래지콰이

눈을 끄는 비정규 앨범 세 장을 소개합니다. 킬러스 & 서태지 & 클래지콰이, 아티스트의 좀 더 리얼하고 색다른 면을 느낄 수 있는 3장의 앨범에 대한 이즘 필자들의 감상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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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끄는 비정규 앨범 세 장을 소개합니다. 오는 2월 6일에 내한 공연을 앞두고 있는 미국 라스베가스 출신의 록 그룹 킬러스의 2009년 로열 앨버트 홀 라이브 실황 <Live From Royal Albert Hall>, 지휘자 톨가 카쉬프를 초청해 클래식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벌여 화제였던 서태지의 <The Great 2008 Seotaiji Symphony> 공연 실황 앨범, 일렉트로니카 그룹답게 리믹스 앨범을 내고 돌아온 클래지콰이의 <Mucho Beat>까지, 아티스트의 좀 더 리얼하고 색다른 면을 느낄 수 있는 3장의 앨범에 대한 이즘 필자들의 감상평입니다.

킬러스(The Killers) <Live From Royal Albert Hall> (2009)

당신이 잊고 있었던 삶의 환희를 일깨워줄 2시간의 로큰롤 쇼.

고풍스러운 외관을 자랑하는 로열 알버트 홀을 원거리에서 잡아낸 카메라가 줌인하며 접근하기 시작한다. 내부를 향해 사람 걸음걸이의 속도로 진입을 시도하는 카메라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이와 동시에 흐르는 잔잔한 피아노 연주와 브랜든 플라워스(Brandon Flowers)의 목소리. “We hope you enjoy your stay. It's good to have you with us.” 관객들을 맞이하기 전, 텅 빈 공연장에서 홀로 노래 부르는 그의 목소리가 폭풍 속 전야를 예고하는 듯 의미심장하다. 곧이어, 결전을 앞둔 멤버들의 힘찬 구령이 뒤를 따르고 관객들의 환호성이 이어진다.

첫 테이프를 끊는 곡은 예상대로 근작 <Day & Age>(2008)에서도 첫 곡으로 수록되어 사랑받은 「Human」이다. 관객들의 기대감을 한껏 부풀려야 할 첫 곡의 임무에 이보다 적당한 곡이 또 있을까. 따라 부르기 쉽게 작곡된 간단명료한 코러스 부분이 라이브여서 그런지 더욱 큰 위력을 발휘한다. 자연스레 후렴구를 합창하는 관객들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마치 현장에서 감상하는 듯 귓전을 생생하게 울린다.

이렇게, 이번에 발표된 킬러스의 로열 알버트 홀 라이브는 마치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오프닝 시퀀스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기발한 아이디어요, 멋진 도입부다. 이어지는 곡은 「This is your life」. 성긴 베이스 연주와 반복되는 월드 뮤직풍 코러스가 인상적인 이 노래는 「Human」으로 다소는 들떠 있는 관객들의 마음을 잠시 진정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라이브의 특성상 다음 곡은 당연히 말 달릴 차례. 2004년 데뷔작 <Hot Fuss>에서 싱글 커트 되어 킬러스를 세계적인 록 밴드로 도약시킨 주역 「Somebody told me」가 공연장을 들끓게 하며 박진감 넘치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어서 2집 <Sam's Town>(2006)에 실렸던 「For reasons unknown」, <Day & Age>의 수록곡으로 유투(U2)를 연상케 하는 록 송가를 시도한 「The world we live in」, 펑키(funky) 댄스 넘버 「Joy ride」 등을 통해 정열 넘치는 광경은 계속된다. 이 공연의 첫 번째 피크다.

이제는 한껏 높아진 열기를 조금은 식혀야 할 순간. 킬러스는 목가적인 포크 소품 「I can't stay」로 들뜬 공연장의 공기를 식힌 뒤, 「Bling(confession of a king)」을 연주하며 두 번째 절정을 향해 치닫기 시작한다.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의 오리지널을 리메이크한 「Shadowplay」에서는 스튜디오 버전보다 라이브가 몇 배는 더 훌륭하다고 확언할 수 있을 정도로 빼어나게 단련된 팀워크를 뽐낸다. 곡의 중심부를 향해 조금씩 감정을 고양하는 능력이 감탄을 자아내는 곡이다. 여기까지가 이 콘서트의 두 번째 발화점을 형성한다.

세 번째 파트는 1집 수록곡이자 전형적인 뉴웨이브 비트를 시범하는 뢡Smile like you mean it」로 장중하게 포문을 연다. 흥겨운 관악 세션이 현장에서 더 큰 효력을 발산하는 「Losing touch」, 속도감 있는 전개를 통해 이번 라이브에서 가장 파워 넘치고 신명 나는 무대를 완성하는 「Spaceman」, <Day & Age>의 숨겨진 보석으로 평가받는 대곡 「A dustland fairytale」로 3막은 마무리된다. 「Dustland fairytale?의 경우, 러닝 타임이 5분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7분 이상의 대곡’처럼 느껴지는 확장 효과를 창출한다. 이에 맞춰 브랜든 플라워스는 아예 관객석으로 내려가 아리따운 여성들과 ‘떼창’을 부른다. 이 공연 전체의 클라이맥스다.

이후 「Sam's town」의 어쿠스틱 버전으로 공연은 네 번째 정점을 향해 포커스를 맞춰나간다. 이 부분에도 주목할 만한 곡들이 수두룩하다. 1집에서 「Somebody told me」와 함께 인기를 모았던 「Mr. Brightside」, 나이키 광고에 삽입되어 세계적인 반응을 얻었던 「All these things that I've done」 등이 바로 그 주인공 트랙들이다. 특히 「All these things that I've done」에서의 후렴구 합창은 아마도 현장에 있었다면 소름이 끼쳤을 것이 분명할 정도로 돋보이는 압권을 일궈낸다.

이 외에 킬러스의 다채로운 음악 스펙트럼을 대표적으로 보여준 1집 수록곡 「Jenny was a friend of mine」, 아메리칸 하드 록을 테마로 한 2집의 특색을 가장 잘 드러낸 「This river is wild」와 「When you were young」 등이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는 5번째 스파크를 강렬하게 토해 낸다. 엔딩에 다다를 무렵, 천장에서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불꽃놀이처럼.

이어지는 것은 수미상관의 구성이다. 무대를 퇴장하는 한 멤버의 뒷모습을 카메라가 뒤쫓고, 관객들이 떠난 텅 빈 객석을 향해 멤버들이 함께 노래 부른다. “We hope you enjoy your stay. It's good to have you with us.” 음악이 끝난 뒤, 카메라는 바깥으로 이동해 남아있는 관객들의 모습과 로열 앨버트 홀의 어둑해진 주변 전경을 담아낸다. 화려한 쇼는 끝나고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인 것이다.

이렇게 볼트 높은 라이브 무대를 경험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발길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 당신이 만약 뮤지션을 꿈꾼다면 어서 빨리 그들처럼 되고 싶은 조급함에 안달할 것이고, 그저 음악이 좋아 공연장을 찾았다면 충만함을 못 이긴 채 맥주 한잔 걸치며 공연 얘기 삼매경에 빠질 것이다. 이렇듯 이러한 공연이 만약 당신이 그간 잊고 있었던 삶의 환희를 일깨워줬다면, 공연이 끝난 뒤 과연 당신의 삶에 있어서 어떤 것이 조금이라도 바뀌었는가.

같은 의미로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로큰롤쇼가 단지 2시간의 감동을 넘어서 삶을 살아가는 관객의 자세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만일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아마도 그 앞자리에 우뚝 서 있는 것들은 바로 킬러스의 이번 라이브 앨범 같은 작품들일 것이다. 앨범은 음악이 끝난 후에도 그 여운에 실려 관객의 눈과 귀에 잔상과 이명으로 끊임없이 부유하고 점멸한다. 강렬한 이미지들이 선도(鮮度)와 강도(强度)를 겸비한 채 담겨 있는 이 실황을 다 감상하고 난 뒤, TV 앞에서 감동하여 기립박수를 쳤다.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하루 빨리 킬러스의 라이브 무대를 우리나라에서도 만나고 싶다.

*이 글은 DVD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그러나 CD와 그렇게 큰 차이는 없습니다.

- 글 / 배순탁(greattak@izm.co.kr)

서태지 <The Great 2008 Seotaiji Symphony> (2009)

서태지는 1993년 데뷔 때부터 현재까지 늘 컴백과 동시에 국내 음악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지난 2008년 9월 27일 가진 공연실황을 담아낸 음반 <The Great 2008 Seotaiji Symphony>도 마찬가지다.

이 공연은 ‘서태지 밴드의 록과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클래식과의 만남’으로,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역사적인 협연이다. 서태지라는 이름 속의 음악들은 새로운 편곡으로 더욱 원곡을 부각시킨다. 그중 「난 알아요」 「죽음의 늪」이 대표적이다. 이 두 노래는 문화 대통령이 공연 때마다 연주하는 단골 레퍼토리다. 편곡에 상당한 비중을 둬서, 느리지만 웅장한 사운드가 긴장을 고조시키며 날카로운 래핑이 분위기를 압도한다.

또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히트곡 「교실 이데아」 「영원」 「컴백홈」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룹 활동 시절의 화려한 독주의 음악들을 회상시킨다.

홀로서기 이후 발매한 「Take one」 「Take two」와 마니아층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인터넷 전쟁」, 사운드가 보컬을 리드했던 8집 수록곡 「Moai」는 네이쳐 파운드(음악을 쪼갠 것처럼 무수히 많은 비트가 특징)식 버전에서 벗어나 다른 형식으로 변주됐다.

세계적인 지휘자 톨가 카쉬프(Tolga Kashif)와 로열 필하모닉이 함께한 신보는 3만 5천여 명의 관객의 열기 때문에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 새로운 실험과 도전이라는 측면에서 클래식과 록의 협연으로 재탄생되는 서태지 음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드코어 요소, 록의 분노에 대한 감정, 사회에 대한 반항적인 시각, 등을 본연의 스타일로 알맞게 해석했다. 이 시대의 아이콘이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날리는 ‘거침없는 하이킥!’이다.
- 글 / 정동균(ganjidence@naver.com)

클래지콰이 <Mucho Beat> (2009)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음원 차트 순위는 장시간 정성을 들여 나온 음반의 생명력을 짧게 만들고 있다. 풀 앨범만을 고수하던 가수들도 A, B 형식으로 파트를 나누거나 미니 앨범을 지향하는 분위기다.

클래지콰이 프로젝트(Clazziquai Project)는 이런 상황에서 나름의 대안을 갖춰 놨다. 2004년 공식 데뷔 앨범 <Instant Pig> 이후 <Zbam - Remix>를 시작으로 매번 정규 음반과 연관된 리믹스 앨범을 냈던 것이 시대에 맞물려 빛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전작의 노래들을 재편곡하고 몇 개의 신곡을 더한 구성이 빠르게 달라지는 음악 시장에서 재도전 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한 것이다.

특히, 발전을 거듭해온 이 시리즈는 3.5집 <Robotica>에서 음악의 뼈대인 3집 <Love Child Of The Century>만큼의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그동안 팬과 일렉트로닉 마니아층만의 소유물로 여겨지던 편견을 탈피하고 처음 듣는 이에게도 반복적인 감상과 소장의 매력을 안겨줬다. 비법은 외부 뮤지션들과의 만남이었다. 2.5집 <Pitch Your Soul>까지 주도했던 리더 김성훈(DJ Clazziquai)의 프로듀싱을 벗어난 국내외 DJ들과의 교류는 더 넓은 음악적 표현으로 이들을 견인했다.

<Mucho Beat>는 같은 방식으로 4집 <Mucho Punk>를 잇고 있는 리믹스 앨범이다. <Robotica>에도 참여한 일본의 유명 DJ 다이시 댄스(Daishi Dance)를 필두로 램 라이더(Ram Rider), 스기우럼(Sugiurumn) 등은 물론이고 스웨덴 아티스트 클라우드(Cloud)까지 섭외하며 변신에 폭을 늘렸다.

그러나 결과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집에서도, 공연장에서도 듣기 좋았던 리믹스들이 <Mucho Beat>에선 다시 소수의 음악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램 라이더가 맡은 「Love again」부터 일정한 비트의 반복으로 별다른 감흥을 이끌지 못한 편곡은 마지막 트랙 「The road」까지 이어진다. 일렉트로닉 클럽에서 DJ가 틀어주는 선곡으론 적합한 편이나, 감상의 목적으론 건조하게 들릴 수 있다.

신곡 역시 마찬가지다. 「Lalala」의 진행은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의 「I gotta feeling」과 부끄러울 만큼 비슷하다. 물론 과거에도 「Fill this night」을 통해 의도적으로 자미로콰이(Jamiroquai)를 떠올리게 한 적이 있었지만,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더 충실했던 이번 정규 앨범의 방향을 생각해보면 연관성이 떨어진다.

장르적 변신을 꾀한 <Mucho Punk>가 기존의 히트패턴과 거리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그 상태를 이번 리믹스에도 유지할 필요가 있나 싶다. 누구보다 일렉트로닉 전파에 앞장섰던 클래지콰이의 장점은 대중성 아니었던가. <Mucho Beat>는 그 가치를 퇴색시키고 있다.
- 글 / 이종민(1stplanet@gmail.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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