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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칠 나이가 지나버린 소년들, 패션피트 〈Kindred〉

패션 피트(Passion Pit) 〈Kind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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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닉 팝 밴드 패션 피트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이러한 '유쾌함'이다.

데뷔작 < Manners > < Gossamer >의 촘촘하게 배열된 밀도 높은 사운드, 생동감 있는 멜로디라인과 장난기 섞인 샘플링에는 그들만의 유쾌함이 곳곳에서 숨어있었다. 마이클 엥겔라콥스(Micheal Angelakos)를 중심으로 구성된 일렉트로닉 팝 밴드 패션 피트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이러한 '유쾌함'이다. 이는 유사한 사운드를 구사하는 MGMT, 플레이밍 립스와 같은 밴드들과 패션 피트를 분별하는 개성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신보 < Kindred >는 전작들보다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일렉트로닉과 록의 이상적인 결합으로 여러 평단의 주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저조했던 탓일까. 매끈하고 선명해진 사운드와 보컬엔 대중과 더욱 가까워지고 싶은 그들의 욕심이 보인다. 이러한 변화가 느껴지는 트랙은 「Where the sky hangs」과 「Looks like rain」이 대표적이다. 개성이 사라진 곡들은 그들이 '만든 곡'이기보다는 '부른 곡'이라고 느껴질 만큼 지극히 평범하다.

 

자칫 따분해질 수 있었던 곡들도 흥미롭게 풀어냈던 전작에 비해 이에 실패한 후반부의 지루한 트랙들 또한 앨범의 단점으로 작용한다. 「Dancing on the grave」의 무미건조한 곡의 구조와 훅은 앨범의 흡인력을 저하한다. 무게가 훅에 편중된 「Until we can't (Let's go)」 또한 귀를 끌어당기는 힘이 부족하다.

 

이에 비해 전작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트랙들도 있다. 「Lifted up (1985)」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캐치한 훅과 「All I want」의 단순한 구성과 아기자기한 멜로디, 「Ten Feet Tall (Ⅱ)」의 요란함과 너절함은 전작을 좋아했던 팬들을 만족시키는 요소들이 가미되어있다.

 

결국 장점단점을 동시에 가지는 '팝에 가까워졌다.'라는 문장이 떠오른다. < Kindred >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큰 앨범이다. 특유의 유쾌함이 사라진 그들은 장난칠 나이가 지나버린 소년과 같다. 독특함이 주 무기였던 그들은 스스로 매력을 잃고 편협한 앨범을 만들었다. 고유의 색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대중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곡을 만드는 것이 밴드가 풀어나갈 숙제이다.

 

2015/05 이택용(naiveplanted@naver.com)

 

 

[관련 기사]

-삶을 녹여낸 서정, 김일두〈달과 별의 영혼〉
- 색의 부재, 김예림 〈SIMPLE MIND〉 
- 늑대가 나타났다, 산이〈양치기 소년〉 
- 핫한 신인, 제임스 베이 〈Chaos And The Calm〉
- 모범신인 앨라배마 셰익스, 〈Sound & Col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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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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