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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파 포크 싱어송라이터 이영훈의 대망의 정규 2집!
이영훈 < 내가 부른 그림 2 >
적당히 힘을 준 화성과 울림이 풍부한 오르간이 앨범의 콘셉트를 완성시킨 주역. 그 위에 오색찬란한 기타와 왠지 피아노곡에 더 어울릴 것 같은 착한 음색까지 얹어 '이영훈'을 '이영훈'답게 한다. 시처럼 정갈한 노랫말들은 그저 읽기만 해도 좋다.
이영훈 < 내가 부른 그림 2 >
포털 사이트에 이름을 검색해보니 동명이인 중 세 번째에 위치해있는 그는 홍대의 모던 록 클럽에서 활동을 시작한 지 9년차인, 나일론 기타를 조곤조곤 연주하며, 천천히 서정을 읊어가는 싱어송라이터다. 십센치, 옥상달빛 등이 소속된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와의 만남으로 2012년 1월에 데뷔작 < 내가 부른 그림 >을 발표했었던 그 이영훈의 두 번째 앨범이 발매되었다.
선이 굵은 연필로 글자의 획을 선명하게 그어 쓴 연애편지다. 열 개의 고백 안에서 그의 목소리는 단 한 글자도 무심히 흘리는 법이 없다. 오직 바라던 별에 도달하기 위해 가꾸어낸 우주선은 그 목적 하나에 맞는 화법으로 성실하게 여로를 그린다.
골조의 계보도 - 심지어 동명이기까지 한 선배 작곡가도 - 존재하고, 권영찬이나 정준일 같은 동년배 뮤지션들과의 교차점도 보이지만, 이영훈은 단순히 유재하 한 스푼에 루시드폴 두 스푼 넣어 만들어진 아티스트는 아니다. 그의 세계는 '지혜를 좇는 어린왕자'처럼 더 순진해서 아프다.
좁은 음역의 멜로디로 너른 우주를 이루어냈다. 적당히 힘을 준 화성과 울림이 풍부한 오르간이 앨범의 콘셉트를 완성시킨 주역. 그 위에 오색찬란한 기타와 왠지 피아노곡에 더 어울릴 것 같은 착한 음색까지 얹어 '이영훈'을 '이영훈'답게 한다. 시처럼 정갈한 노랫말들은 그저 읽기만 해도 좋다.
그러나 현명한 사랑에 대한 완벽주의적인 동경은 그 자신을 서툴게 한다. 수록곡으로서의 소속감이 과하게 드러나 다소 작위적으로 들리는 몇몇 편곡이 아쉽다. 공간적인 소리를 추구하려는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일종의 고백」 같은 트랙에서는 좀 더 느슨하게 풀어줬어도 충분히 예뻤을 것이다. 이를테면 꽉 찬 스트링 대신 첼로 한 대.
뒤따르는 수많은 어린왕자들을 '위로'하는 그의 밤에는 아직 놓을 수 없는 희망의 물감이 반짝인다. 끊임없는 자기 관찰과 슬픔을 머금은 사랑의 기억들이 맑은 먹빛 되어, 그가 부른 그림을 촉촉이 적신다. 결국, 사랑. 다시, 사랑.
2015/02 홍은솔(kyrie17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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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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