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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사이코패스의 세 다리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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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이코패스’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마지막 화에서는 『괴물의 심연』의 핵심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유전과 양육’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사이코패스’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마지막 화에서는 『괴물의 심연』의 핵심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유전과 양육’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저자인 제임스 팰런은 본인이 사이코패스라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는 ‘100% 유전자 결정론자’였습니다. 즉, 사람은 ‘태어난 대로 살 뿐’, 환경이나 교육이 사람의 본질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었죠. 그러나 스스로가 사이코패스임을 발견한 뒤, 당연하게도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같은 유전자와 뇌를 갖고 태어난 나의 조상들은 ‘살인마’가 되었는데, 나는 왜 성공한 과학자로 멀쩡하게(?) 살고 있을까?” (물론 그의 고백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도 그리 정상적인 인물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DNA.gif
DNA
(출처: Wikimedia Commons)

 

그는 자신의 부모가 자신의 유별난 점을 감싸고 사랑을 쏟으며 양육했다는 점을 발견합니다. 예를 들어 그는 사춘기 때 과도하게 가톨릭 신앙에 몰두한 적이 있었습니다. 강박적으로 고해성사를 하고, 매사를 종교적 잣대로만 판단하는 소년이었지요. 그러다가 갑자기 신앙을 버리고 이번에는 ‘확신에 찬 무신론자’가 됩니다. 이렇게 극과 극을 오가는 말과 행동은 일반적인 가정에서였다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제임스 팰런의 부모는 아들을 너그럽게 이해하고 감쌌지요.


양육이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쳤음을 깨달은 제임스 팰런은 결국 ‘사이코패스’를 만드는 건 세 가지 요인, 즉 전사유전자로 대표되는 고위험 변이 유전자 여러 개, 전측두엽의 유별난 저기능, 그리고 어린 시절의 학대임을 밝히고 ‘사이코패스의 세 다리 이론’라는 이름으로 정리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특정한 유전자와 그로 인해 만들어진 뇌, 그리고 ‘양육’이 모두 반사회적인 사이코패스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것이지요.


어린이.jpg

어린이
(출처: Wikimedia Commons)

 

그는 단순히 ‘어떤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는지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발현하게 되는지도 중요하다는 사실도 파악합니다. 요즈음 많이 논의되는 ‘후성 유전학’적인 영향이 바로 그것인데요, 『괴물의 심연』에서는 정말 명쾌한 비유로 이를 설명한 부분이 있어서 그대로 한번 옮겨 봅니다.

 

“후성유전학적 상호작용은 조현병부터 사이코패시에 이르는 정신장애를 이해하는 열쇠이기도 하다. 내가 진로를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영화 〈찰리〉에서 내가 좋아하는 장면은 주인공이 자신의 교사 겸 치료사의 칠판으로 가서 ‘that that is is that that is not is not is that it it is’라고 쓰고는 그녀에게 이게 무슨 말이냐고 묻는 장면이다. 그녀가 해독하지 못하자, 주인공은 칠판으로 가서 구두점을 찍는다. ‘That that is, is. That that is not, is not. Is that it? It is.’ (있는 건 있어. 없는 건 없고. 이제 됐어? 그래.)
 
이 수수께끼는 후성유전체가 무엇인지 훌륭하게 비유해준다. 이 비유에서 원래의 DNA 염기쌍 부호는 ‘thatthatisisthatthatisnotisnotisthatititis’이고, 서열을 배열하는 방식은 부호가 일련의 단어로 전사轉寫되도록 지시하지만 딱히 문장이 되게끔 지시하는 건 아니다. 보통 DNA에서 RNA로 전사된 메시지는 단백질로, 여기서는 빈틈없고 상식적인 문장 ‘That that is, is. That that is not, is not. Is that it? It is’로 번역될 것이다. 하지만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들이 원래 유전된 DNA의 일부에 후성유전학적 꼬리표가 첨가되도록 유도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구두점, 띄어쓰기, 일반적 문형을 바꾸어 약간 다른 의미를 생산할 수 있다.(중략)

 

다시 말하면, 유전체는 당신이 태어날 때 물려받은 책이고, 후성유전체는 당신이 그 책을 읽는 방식이다.“

 

제임스 팰런은 이렇게 결국 특정한 ‘유전자, 뇌, 환경’이 종합되어야, 우리가 알고 있는 무시무시한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리고 설령 사이코패스의 유전자와 뇌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도(사이코패스의 ‘두 다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도) 올바른 양육을 거친다면(‘한 다리’를 제거한다면) 자신과 같은 ‘사회에 유익한 사이코패스’로 자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독자 입장에서 보면 제임스 팰런의 저런 결론은 상당 부분 ‘자기 변명’일 수 있습니다. 4화에서 언급했던 주장, 유명한 정치인이나 사회 사업가들에게도 ‘사이코패스’의 기질이 있고, 그 기질이 그들을 성공시켰으며 결국 인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괴물의 심연』은, 지금까지 흥밋거리로만 소비되어 왔던 ‘사이코패스’에 대해 치밀하고 과학적으로 사유하게 만드는 책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제임스 팰런의 의견을 받아들이든 아니든 간에, 그의 분석과 이론이 ‘사이코패스’에 대한 깊은 이해의 시발점이 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제임스 팰런에게 보낸 질문지에는 아직 답변이 없네요. 어떤 기상천외한 답변을 보내 저희를 놀라게 할지 기대가 됩니다. 입수되는 즉시 <채널예스>를 통해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그럼, 연재를 이상으로 마칩니다.
그동안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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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심연제임스 팰런 저/김미선 역 | 더퀘스트(길벗)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인 제임스 팰런은 어떻게 범죄자가 되지 않았을까? 부모의 양육이 그의 사이코패스 기질을 어떻게 누그러뜨렸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은 왜 모두 그가 사이코패스란 사실을 곧 알아차릴 수 있었을까? 인구의 2%를 차지하는 ‘사이코패스’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이며, 왜 대자연은 계속해서 이런 사람들이 태어나도록 내버려두는가? 《괴물의 심연》은 사이코패스 뇌과학자의 자기 탐구기이며 동시에 인간에 대한 철학적, 과학적 질문과 성찰이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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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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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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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팰런> 저/<김미선> 역12,15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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