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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을 이해하는 방식, 소설 (2)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는 방식, 소설 (2)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 짧은 글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쓰는 소설이, 내가 쓰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리고 있는가, 생각해봤다. 소설을 읽고 쓴다는 건 사람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잊지 않기로 했다.
출산이 두어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태동이 늘었다. 노크하는 것처럼 콩콩, 두드리는 게 아니라 주먹 쥔 손이나 발로 배를 차고 미는 것처럼 활발하고 격렬해졌다. 잘 놀다가도 다른 사람이 배에 손을 대면 얌전해지는 건 여전했지만 둘만 있을 때는 몇 분 동안 움직임이 계속되기도 했다. 아이가 잘 논다는 건 대체로 흐뭇한 일이었지만 수업을 하면서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태동이 심해지는 건 난감하면서도 신기했다. 내용을 알아듣는 게 아닐 텐데도 아이는 유독 수업 시간에 활발했다.
도서관 수업 중에는 짧은 글을 쓰는 시간이 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공간’이나 ‘내가 가장 빛났던 순간’ 같은 주제를 정해 직접 써보고는 했다. 몇 분이 쓴 글을 낭독하고 함께 경청한 뒤에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나를 가슴 뛰게 하는 것’에 대해 썼을 때 한 분이 여섯 살 된 딸에 대해 쓴 글을 읽었다. ……나중에 크면 엄마랑 같이 재미있는 영화도 보러 다니고 더 많이 놀러 다니자, 라고 했더니 딸이 응, 엄마. 나중에 나랑 많이 놀자, 라고 대답했다……. 그분은 거기까지 읽은 뒤 울먹거렸다. 나는 혹시 딸에게 무슨 일이 있는가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아픈 데 없이 건강하고 잘 지낸다고 했다. 그냥 딸이 자신에게로 와준 것이 요즘 부쩍 고맙고 잘 커준 것이 대견하고 같이 보내는 시간이 행복해서 울컥했다고 털어놓았다. 그 말에 옆에 있던 다른 분이 눈시울을 붉히더니 눈물을 흘렸다.
울컥함은 둘러앉아 있는 자리를 따라 도미노처럼 번져 나갔다. 마음이 찡했지만 나는 감히 그 심정을 안다고 할 수 없었다. 그 마음의 귀퉁이만 짐작할 뿐이었다. 아직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내 시간과 눈물과 기도를 쏟으며 키우지 않아 울컥함의 언저리에 머물러 있었다. 뱃속의 아이는 뭔가를 안다는 듯 열심히 움직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 짧은 글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쓰는 소설이, 내가 쓰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리고 있는가, 생각해봤다. 소설을 읽고 쓴다는 건 사람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잊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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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2007년 문학수첩 작가상을 받으며 등단. 같은 해 창비 장편소설상을 탔다. 장편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 『쿨하게 한걸음』 『당신의 몬스터』를 썼고 소설집으로 『당분간 인간』이 있다. 에세이 『소울 푸드』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