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일단 표절은 나쁘다. 표절에 대한 기준과 잣대가 다소 결과론적인 경우가 없지는 않으나 이에 대해 애써 변호를 할 이유 또한 없다. 그런 이유에서 프라이머리는 궁지에 몰린 셈이다. 어떤 음악을 들고 오든 짓궂은 대중 누군가는 그가 참조한 레퍼런스를 찾아 뒤지기에 바쁠 테니까. < Lucky You! >는 그런 얄궂음과 악의로 처음 이 음악을 접할 사람들을 머쓱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짧은 네 곡에 단단하게 들어찬 각오와 진지함 덕분에.
프라이머리와 손을 맞잡은 오혁이 속한 밴드 혁오의 싱글 「Panda bear」나 EP < 20 >을 접해보면 이번 신보가 서로에게 시너지로 작용한 결과물임을 알 수 있다. 그만큼 혁오의 이전 결과물들이 신선함과 독창성 못지않은 투박함과 거친 구석을 동반할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그런 면모들을 잘 단장한 사운드로 포장하며 오혁의 목소리를 돋보이게 하는데 성공한 것은 분명 프라이머리의 공이다.
단 네 곡뿐인 수록곡들이 아쉬울 정도로 수록곡마다의 밀도와 존재감이 크다. 그 공은 대부분 보컬 오혁에게 돌려야겠다. 「eTunnel」과 「공드리」에서 각각 개코와 김예림이라는 개성강한 게스트를 맞대하면서 주도권 측면에서도, 조화를 이뤄내는 측면에서도 수훈을 거둔다. 베이스라인을 강조해서 각 가사를 읊어나가다가 오혁 특유의 목소리로 후렴구를 마무리하는 「eTunnel」은 이 작은 앨범의 가장 든든한 수문장이다. 신비감을 폭발해내는 「공드리」의 후렴구 또한 오혁이라는 보컬의 진가를 드러낸다.
자기복제를 반복하는 듯하다가 큰 난관에 걸려버렸던 프라이머리 역시 새로운 스타일로 만화경을 그려내는데 성공한다. 「Bawling」에서는 자신의 장기를 한 번 더 연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eTunnel」의 황폐함에서 전에 없던 차원의 확장을 선보인다. 다만 이런 노래들이 여전히 어떤 익숙한 소재들 위에서만 그려진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오혁이라는 뉴페이스와의 협업이 없었더라면 신보의 선도는 많이 낮아졌을 것이다.
작자의 센스와 협업이 빛을 발한 덕에 우리는 두 가지 기대를 얻는다. 오혁이라는 한 인디 뮤지션에게는 대중의 주목이라는 조명을 받아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찾아올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프라이머리에게는 또 다른 의미의 진지함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작은 작품 하나가 커리어 속의 그림자를 지워내는 계기를 만들었다. < Lucky You! >는 결국 음악가가 난관을 헤쳐 나가는 방법은 음악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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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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