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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 같은 여가수 가인
가인 <Hawwah>
솔로 여가수로서의 목표가 차별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라면, 가인은 그것을 넘어 '가수와 앨범이 가장 밀착한' 사례가 되고 있다.
생각해보면 늘 그래왔다. 과감하고 놀라운 소재를 끌어왔고, 그만이 가지고 있는 느낌으로 소화했다. 이전부터 함께 해왔던 조영철, 이민수, 정석원, KZ, 김이나와 호흡을 이어오며 이제는 어떤 옷을 입어야 성공할 수 있는지 제작자들이 더 잘 알고 있는 느낌이다.
어렵고 복잡한 하와의 내용을 대중음악으로 내놓은 파격에 먼저 놀란다. 관련 단어들을 수록곡으로 넓혀 스토리 음반을 유도했고, 가사와 뮤직비디오도 공을 들였다는 인상을 준다. 퍼포먼스 상의 이슈를 노린 안무 때문에 지향점이 다소 앞서고 있지만 결국 모든 요소를 앨범 안으로 엮었다.
사과를 앞에 두고 고민하는 「Apple」 속 가인은 사랑스럽다. 그가 갖고 있는 수줍음이나 앙큼함이 아담을 꾀는 역할과 욕구와 어울려 좋은 시너지를 낸다. 성량이 세거나 감정이 깊지는 않더라도 발음을 통해 가사를 효과적으로 묘사할 수 있고, 연약하게 올라가는 고음부는 여성스럽다. 이런 다채로운 창법이 가인을 진정 매혹적이고 섹시하게 만든다. 통통 튀는 분위기와 설득에 쉽게 넘어가는 역할로 박재범은 적절했다.
또 다른 타이틀곡 「Paradise lost」는 그 안에 사용된 파이프 오르간이 흥미롭다. 이를 통해 일탈을 은밀하고 팽팽하게 전달하는데, 특히 내레이션 이후 파이프 오르간이 울리며 후렴으로 되돌아가는 절정이 우수하다. 강한 파열음 역시 긴장이 유지되도록 돕는다. 다만 「Apple」과의 상이한 반응이 보여주듯, 타락적인 분위기에 집중한 나머지 흐릿해진 멜로디가 아쉽다.
「The first temptation」에 이어 「두 여자」, 「Guilty」에 이르면 음반을 이루는 밑그림이 드러난다. 뱀, 선악과, 하와 등 중심 소재는 서로 다르지만 관점을 달리하며 확장되는 구성. 유혹이 강해짐에 따라 하와의 의지가 점차 흔들리고 가인의 보컬도 그에 맞춰 변한다. 스토리에 집중하지 않고 들으면 각각 다른 의미의 가사로 다가오게 하여 다양한 감상을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집착과 혼란, 사랑스러움의 정서가 모두 가인을 통해 표현된다. 누가 뱀이고, 하와인지 중요하지 않을 만큼 그의 모습으로 흡수한다. 매드클라운, 휘성이 새로운 팀원으로 가사를 도왔지만 색깔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처럼 가인은 극단의 섹슈얼을 가로지르는 와중에도 세세하게 조정할 줄 알고, 이를 무대로 끌어와 만족스러운 퍼포먼스를 구현한다. 솔로 여가수로서의 목표가 차별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라면, 가인은 그것을 넘어 '가수와 앨범이 가장 밀착한' 사례가 되고 있다.
2015/03 정유나(enter_cruis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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