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소설을 빌린 적이 있다. 당연히 전쟁에 관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다. 몇 페이지 지나지 않아서 내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설 속 일상은 우리의 일상과 다를 바가 없었다. 편견은 얼마나 힘이 센가.
『웰컴, 삼바』를 보기 전 나는 이민자들의 삶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특히 이 소설에서 다룬 유럽으로 건너간 아프리카 인들에 대해서는 더더욱 낯설게 느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난민에 대해서 언급 할 때도 파리에서 테러가 일어났을 때도 그제서야 유럽에도 이민자 문제가 있구나 하고 생각하는 수준이었다. 변명하자면 그들은 내 삶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웰컴, 삼바』를 통해 주인공 삼바뿐만 아니라 소설 속 많은 이민자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들은 아무에게나 쉽게 꺼낼 수 없었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말리에서 프랑스로 이주한 아프리카인 삼바다. 그는 1년여 간의 천신만고 끝에 프랑스에 건너왔다. 그 후 10년 간 일을 하고 세금을 내며 ‘체류 허가증’도 받았다. 그는 프랑스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삼바는 경찰에게 잡혀 수용소로 끌려가고 추방당할 위기에 처한다. 자원봉사자들의 도움과 스스로의 의지로 풀려나게 되지만 그 이후 삼바는 자기 자신의 이름을 잃고 다른 이름으로 프랑스에서 살아가게 된다.
소설은 그 과정에서 삼바가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아프리카의 참상을 들춰낸다.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으로 향하는 길은 북한에서 남한으로 탈출한 이들의 증언을 연상시킨다. 그렇게 도착한 프랑스이건만 그 곳에서의 삶도 녹록치 않다. 프랑스의 정의는 그들 앞에서 빛을 잃는다. 환영 받지 못하는 그들의 삶은 살아남기 위한 투쟁의 연속이다. 『웰컴, 삼바』의 저자는 이민자와 난민들을 위한 자원봉사 센터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러한 이야기들을 생생하고 묘사하고 담담하게 호소한다. 이를 통해 어느 새 그들의 입장에서 울고 웃으며 공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결국 『웰컴, 삼바』는 낯선 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민자 삼바의 투쟁과 그 사이에서 배어져 나오는 강인함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삼바와 같이 국적만을 이유로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지만 언젠가 고국에 금의환향 할 그날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이다. 오늘도 낯선 땅에서 불안에 떨고 있을 삼바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웰컴!’
웰컴, 삼바델핀 쿨랭 저 | 열린책들
2011년 프랑스 랑데르노 문학상 수상작. 세상을 향한 진지한 시선과 담백한 필체로 주목받는 프랑스 작가 델핀 쿨랭의 장편소설. '삼바'라는 이름을 가진 아프리카계 프랑스 이주민 청년의 삶을 통해 국제적 이슈인 난민.해외 이주자 문제를 깊이 파고든다. 작가는 이민자 및 난민들을 위한 시민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현장감 넘치는 소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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