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유양'처럼 살고 싶다!
『먹는 존재』
‘유양’이 될 수 없는 필자는 아직은 진행되고 있는 ‘유양’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다른 보통 사람들처럼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먹는 것으로 대변되는 궁극적인 욕망을 좇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할 것인지.
아무렇게나 기른 헝클어진 머리, 심드렁한 두 눈, 성별의 구별이 모호한 『먹는 존재 1』 표지 속 ‘유양’의 모습은 생뚱 맞으면서도, 그 단순함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만화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고 투박한 ‘유양’의 모습은 그녀의 삶의 방식 그대로를 투영하고 있는 듯하다.
한 마리 고독한 늑대처럼 무리에서 이탈되는 데에 두려움이 없는 ‘유양’은 필자가 대학시절 즐겨 읽었던 한 카툰의 주인공 ‘이다’라는 캐릭터를 연상시킨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로 등장한 ‘이다’의 모습은 다소 생경하다. 그럼에도 전혀 야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는 남성의 시각에서 여성성을 극대화한 모습이 아닌 그저 있는 그대로의 여성의 몸을 단순화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 자체로 페미니즘을 상징하며 명확한 주체성을 드러낸다. 여자대학이라는 특성화된 조직 속에서 페미니스트적 시각과 견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당시 ‘이다’라는 캐릭터는 나에게 강렬하게 다가왔다.
대학시절에 ‘이다’가 그랬다면, 이제는 ‘유양’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난 거대한 조직 속에 편입되어 살아가는 한 명의 도시생활자로서 ‘유양’의 모습은 참으로 통쾌하다.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 포기하고 용인해야 하는 암암리의 법칙이 그녀에겐 통용되진 않는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는 존재 1』 속 또 다른 캐릭터 ‘조예리’처럼 돈 때문에, 먹고 살기 위해서 현실과 타협하며 살고 있다. 사회가 어른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바로 그러하기 때문이라고 자신을 옹호한다.
‘유양’이 될 수 없는 필자는 아직은 진행되고 있는 ‘유양’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다른 보통 사람들처럼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먹는 것으로 대변되는 궁극적인 욕망을 좇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할 것인지. 명확한 길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방황하는 30대를 지나가고 있는 동행자로 끝까지 그녀를 응원할 것이다!
먹는 존재 1 들개이빨 글,그림 | 애니북스
『먹는 존재』는 꼬박꼬박 찾아오는 삼시세끼와, 그것의 당연함을 외면하지 못하는 욕망과, 그것의 소중함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남은 거라곤 성깔밖에 없는 여자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는 순수한 욕망을 좇아 먹이피라미드를 빠져나오고, 나아가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진짜 삶의 방향을 찾아 맨땅에 헤딩한다. 도무지 목소리를 낼 용기를 얻기 힘든 요즘, 내 삶을 살기 위해 온힘을 다해 세상에 부딪히는 이야기를, 이 현실적 판타지를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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