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공부하는 주부)를 위하여
엄마가 공부하면, 주부가 공부하면 나와 아이가 바뀌고 가정이 달라집니다
엄마의 공부가 아이의 학업에 도움이 되는 것은 예상치 못한 인문학 공부의 효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과 후 학원을 비롯한 사교육 현장을 강제 순례시키는 것보다 아이 공부에 더 효과적인 것은 공부하는 엄마의 뒷모습이라는 것이지요.
여기, 세 주부가 있습니다. 지난해 초 우리 공동체의 책을 읽고 글을 쓰며 토론을 나누는 모임에서 만난 이들입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 생활을 하다 퇴직한 주부도 있고, 결혼 직후부터 전업 주부로 살아온 이도 있습니다. 이들 중 한 사람은 한동안 사업을 벌이기도 했고요. 또 다른 주부는 직장 생활하는 동안 자기 계발서를 탐독하며 이른바 성공을 위해 매진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40대 초반에서 중반인 이들 주부의 공통점은 하나, 인문학 공부에 빠졌다는 겁니다. 공부를 시작한 시기와 공부를 향한 열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부를 즐긴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겉보기에 단순 반복으로 여겨지는 공부의 묘미를 알고, 그 단순함에서 그 어떤 자극적인 놀이보다 흥미와 변화무쌍을 즐긴다는 이도 있으니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기도 한 셈이지요. 공부 자체에 목적을 두고 과정을 즐기는 이들의 자세는 수행승을 연상케 하기도 합니다.
그럼 이들에게 인문학 공부란 무엇일까요? 최근 인문학 붐이 일면서, 인문학이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인 창의와 상상력의 근원이란 말이 유포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을 포함한 일련의 혁신적인 상품으로 세상을 뒤흔든 저력의 원천에는 인문학이 있었다는 겁니다. 하다못해 게임 프로그램 하나를 만들더라도 인문학적인 소양, 즉 신화나 역사에서 차용한 스토리텔링을 입힌 제품이 경쟁력이 있다는 식입니다. 맞습니다. 우리 사회의 돈 있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한 번쯤 참여해 본 고가의 CEO 인문학 강좌도 실은 이런 인문학의 실용성과 상업성이 적절하게 결합한 상품이지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이 인문학 진흥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고 실행하는 것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엄마의 공부가 아이의 학업에 도움이 되는 것은 예상치 못한 인문학 공부의 효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과 후 학원을 비롯한 사교육 현장을 강제 순례시키는 것보다 아이 공부에 더 효과적인 것은 공부하는 엄마의 뒷모습이라는 것이지요. 우리 공동체에도 그 사례는 흔합니다. 학원에 가거나 여타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학업 성적이 향상된 것은 아이들이 엄마와 더불어 공부를 즐기게 된 덕분이었습니다. 엄마가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는 대신 공부하는 모습은 아이에게 좋은 자극이 되기도 했을 겁니다.
흔히 사회 변화의 가장 큰 동인으로 교육의 변화를 꼽거니와, 엄마의 공부는 아이의 교육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공부하는 보다 큰 목적은 뒤늦게 밥이나 돈이 되는 인문학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들의 공부는 학점, 고시, 취업, 유학 등의 목적이나 승진 또는 여타 경제 가치와는 거리가 멉니다. 물론 이미 취업 학원 정도로 전락한 제도권 대학의 공부와도 다릅니다. 오랜 혼돈과 방황 끝에 마침내 인문학의 길에 접어든 이들에게 공부는 자유를 향한 도정입니다. 기존의 지배 규범이나 상식, 습속에 질문하는 것이고,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며 도전하는 일입니다.
존재의 아픔에 공감하며 함께 상처받는 일이고, 이를 새로운 언어로 발언하는 일입니다. 그리하여 무지와 무사유는 그 자체로 폭력이자 유죄라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들에게 공부는, 앎은 곧 실천이며 참여이기도 합니다. 앎과 삶의 일치를 위해 애쓰며 도전하고 상처 받는 일이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습니다. 불편하고 아픈 일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 상처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자랍니다. 새로운 상상력과 창조적 지성이 잉태됩니다. 그리하여 스스로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깨닫게 됩니다. 그러니 엄마의 공부는 다른 삶, 다른 세상을 꿈꾸는 일의 다른 말이기도 합니다. 다른 삶, 다른 세상을 현실화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엄마가 공부하면, 주부가 공부하면 나와 아이가 바뀌고 가정이 달라집니다. 혁명을하는 것보다 더 근원적으로 세상이 흔들리고 변화합니다.
아직 공부가 모자라 책을 쓸 단계가 아니라며 한사코 물러서는 세 주부에게 책을 쓰시라고 등을 떠민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공부가 엄마에게, 주부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면, 이 책으로 가능한 한 많은 주부를 공부의 길로 이끌어 보자는 뜻이었지요. 우리가 걷고 있는 이 공부의 여정이 참으로 아름답고 멋진 길이라며 소리쳐서 더 많은 주부, 엄마 들이 동참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일이 이제 마무리를 앞두고 있습니다. 몇 차례나 고쳐 쓰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이른 강은미, 김혜은, 홍미영 님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 계속될 공부 여정에 멋진 이정표 하나 만드셨네요. 참 훌륭하십니다. 열정 하나 믿고 달려들어 만든 첫 책이니 여러 가지로 미숙한 점도 많겠지요. 그래도 지금, 여기서 잘 즐기며 열심히 하셨으니 됐습니다. 이 책은 세상에 나서는 순간, 자신의 운명을 지닌 생명체가 되어 자신의 길을 갈 겁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인문학을 공부하려는 주부, 엄마에게 유용하고 의미 있는 뭔가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공부하는 엄마들 김혜은,홍미영,강은미 공저 | 유유
『공부하는 엄마들』의 세 저자 역시 평범한 주부이나, 공부를 시작한 계기와 과정은 모두 다르다. 그래서 첫 장에서는 공부를 시작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자기의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다른 주부들의 구체적인 사례와 성과를 보여 준다. 나아가 엄마들이 하는 공부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공부가 앞으로 어떻게 퍼져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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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은>,<홍미영>,<강은미> 공저10,800원(10% + 5%)
「공부하는 엄마들」은 이렇게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주부, 가정에서 주부로서 살아온 삶에 부족을 느끼거나 아이와 남편만을 쳐다보는 생활에 회의를 느끼는 주부, 그리고 뭔가 근본부터 다시 삶과 사회를 사고해야 한다고 느끼지만 혼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주부에게 하나의 길을 제시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