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스튜디오 예능이 유행하던 시절 많은 스타들이 그들의 무명시절과 신인시절을 거쳐 갔던 프로그램들이 있다. 필자의 기억 속 그 시절을 떠올리면 떠오르는 연예인이 한 명 있다. <강호동의 천생연분>의 “이사돈”. ‘24시간 돈다.’라는 의미로 3인조 여성 걸그룹 ‘LUV’의 멤버 전혜빈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던 별명이자 캐릭터였다. 뚜렷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그녀는 넓은 스튜디오 안에서 빙글빙글 돌고 또 돌았었다. 그녀의 첫 모습이라 기억되는 이 시절은 배우가 되는 길에서 꽤나 큰 장애물이어서 트라우마라고 하지만, 그렇게 그녀는 시청자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정글의 법칙
2년이 넘도록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정글의 법칙>. 스타들로 이루어진 오지 원정대라는 시도가 새로웠다. 현대 문물과 단절된 오지에 가서 생존을 위한 그들의 모습을 담았다. 당장 먹기 위해 사냥을 하고 불을 피우는 것부터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는 손가락하나 까딱함으로서 이루어지는 것들이 그 곳에서는 오랜 시간은 물론이거니와 매우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김병만의 지휘 아래 이루어지는 치열한 생존게임. 인간의 본능의 일부인 식욕을 위해서라도 그들은 언제나 움직여야했다. 그 속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실수는 안타깝기도 했으며 실소를 터뜨리게도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시즌이 변화하면서 여러 연예인들이 출연했다. 그들 중, 시청자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추성훈, 오종혁, 전혜빈, 광희. 병만 대장을 도와 멋진 팀워크를 자랑했던 출연진이었다. 최근, 100회를 맞아서 그들이 깜짝 등장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전혜빈과 이영아의 대결구도는 보는 이들을 즐겁게 했다. 여태 나온 여성 멤버들 중 그 두 배우는 특히나 용감한 배우였다. 전혜빈이 하차 한 뒤, 많은 시청자들이 그녀의 부재를 아쉬워했는데 그녀와 함께 이영아까지 용감한 여배우 둘이나 병만족에 합류 한 것이다. 100회 특집에 걸맞게 풍성한 잔치가 된 셈이다.
사실 여태껏 전혜빈의 부재는 꽤나 컸다. 보통 고정관념속의 여배우의 성격과는 다른 털털한 성격과 오지의 처음 보는 생물을 맨손으로 잡는 용감함까지 겸비하기란 쉽지 않으니 말이다. 그녀는 <정글의 법칙>으로 언제나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렸고 시청자 역시 멋진 그녀를 향해 박수를 보내고는 했다. 그녀가 하차한 뒤 예능에서 전혜빈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은 잠시, 그녀가 멋지게 다시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돌아왔다.
심장이 뛴다
매주 화요일 밤마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울고 웃게 하며 많은 생각들을 떠오르도록 만드는 <심장이 뛴다>. 6명의 연예인이 직접 일선 소방서에서 근무를 하며 생기는 일을 다루고 있다. 직업 특성상 자주 접하는 긴박한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긴급 상황은 물론이며 그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언제나 달려가는 모습을 시청자인 필자 역시 마음 졸이며 봤다. 몇 초라는 찰나의 순간은 한 사람 뿐만 아닌 다수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결정적인 시간이다. 언제 어디에서 일어날지 모르는 사고에 대비해 늘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바로 출동하는 고되지만 멋진 직업, 소방대원. 순간순간의 집중과 환상적인 팀워크는 위급한 상황에 더욱 빛을 발한다.
그래서 이 <심장이 뛴다>는 ‘감동’이 가미된 프로그램이다. “생명”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먼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생명을 다루기에 와닿는 슬픔이 배로 크며, 감동 역시 배로 다가온다.
그녀가 <정글의 법칙>이후에 고정으로 출연을 결정했던 프로그램이었다. 이미 <정글의 법칙>으로 검증된 그녀의 열정은 <심장이 뛴다>에 꼭 필요한 출연자임을 증명했다. 기대에 부응해서 단연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한다. 6명의 출연자들 중, 다섯 남자들을 제외하고 홀로 여성이다. 그녀는 다섯 남자출연진들 사이에서 다른 이들에 뒤지지 않는 체력으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또한 남자 출연진이 무서워하는 일들을 거리낌 없이 해내고는 해서 그들을 당황시키기 일쑤였다.
단지 용감해서 그녀가 빛이 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성별의 특성상 비교적 여자에 비해 감정내색을 덜 하며, 조금은 덜 섬세한 남자들 사이에서 그녀의 따뜻한 마음은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여느 때처럼 급박했던 상황. 출동을 나갔던 곳에서는 한 할아버지가 자살을 시도하고 있었다. 다행히 할아버지의 목숨을 구했지만 구조 후 서럽게 아이처럼 눈물을 흘리시던 할아버지. 그 곁에서 한참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할아버지를 위로해드리던 그녀. 그뿐이 아니라 구조 된 독거노인 할머니를 집까지 모셔다 드린 그녀는 잠시 동안 할머니의 말동무를 해드리며 손톱을 깎아주고는 했다. 그녀의 수많은 따뜻한 모습들에 마음이 짠해지고는 했었다. 급박한 상황에서 척척 맡은 일을 해내는 그녀는 ‘여배우 전혜빈’이 아닌 ‘전혜빈 대원’이었으며, 심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구조자에게 그녀는 때로는 손녀처럼, 때로는 딸처럼 그 누구보다 그들을 먼저 생각했다.
두 프로그램을 통해 그녀는 정말 큰 변화를 겪었다. 그 전보다 더욱 많은 팬이 생겼음은 물론, 이제 그녀라면 믿고 보는 이들 까지 생겼으니 말이다. ‘여자 김병만’, ‘구조여신’은 그녀에게 참으로 잘 어울리는 별명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그녀를 중심으로 외적인 변화이다. 사실 그녀는 ‘이사돈’ 시절부터 늘 열심히 였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아직 필자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그녀의 옛날 모습은 언제나 최선을 다하며 웃는 얼굴의 그녀였으며 지금의 모습 역시 다름이 없다. 가수에서 배우까지 그녀 인생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며 힘든 과정이었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언젠가부터 그녀는 모두가 인정하는 멋진 여배우가 되어 있었다. 앞으로도 그녀의 출연작들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그녀가 신인시절부터 발 벗고 나서 노력하던 아름다운 모습이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기억 되어있음이 아닐까. 또한 그녀의 변함없는 열정 때문이 아닐까. 이러한 이유들이 그녀가 언제 어디에서든 빛이 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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