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의 새로움도 잠시 어느새 2월이 되었다. 지겹도록 춥던 겨울의 끝자락이자 졸업시즌이기도 하다. 어느 누군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반짝거릴 20대의 문 앞에서 설레어 하고 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대학 생활을 마치고 사회라는 무시무시한 큰 산 앞에 서있다. 그러한 사회에도 쉽게 발을 들일 수 없는 요즘. 각종 매체 마다 취업난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는 날이 없을 정도이다. 그토록 갈망하던 ‘대학’과 어렵다는 ‘취업’은 이 나라 청춘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최근에 있었던 설날을 예로 들어봐도 알 수 있다. 한 매체에서 설문조사한 결과, 기분 좋은 설날 되레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에 사용하지 말아야할 금지어 1위가 “취직은 됐니?”, 5위는 “00이는 공부 잘하지?, 대학은 어디…?”로 발표되었으니 말이다.
OECD 국가 중 교육열 1위 대한민국. 지금 우리 사회에서 대학의 이름은 한 사람의 ‘성공’의 여부를 따지는 중요한 수단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이 땅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뛰어놀아야 하는 어린 나이 때부터 ‘명문대학’에 가기 위해 혹독한 선행학습을 시작한다. 남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시작된 소리 없는 전쟁. 아이들의 밝은 미래가 기대된다기보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 높은 교육열의 뒷면은 참으로 참혹하다. 극단적이지만 한창 좋은 나이인 중고등학생의 아이들의 자살 소식을 접할 때마다 너무 안타깝다. 교육열 1위와 청소년 자살률 1위가 공존하는 이 나라가 심히 걱정스럽다.
그토록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에 가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일거라 믿는다.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은 그런 환상을 갖고 고된 고3을 견딜 것이다. 불행히도 현실은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대학생활과는 매우 거리가 먼 모습이다. 이러한 이 시대 대학생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있다. EBS “다큐 프라임”에서 방영한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늘 많은 관심을 받았던 교육대기획 시리즈였다. 6부작으로 ‘어메이징 데이Ⅰ,Ⅱ’ ‘인재의 탄생Ⅰ,Ⅱ’ ‘말문을 터라’ ‘생각을 터라’ 편으로 나누어 방송되었다.
내레이터가 말한 것처럼 “지금 내 곁에 우리 옆에 있는 친구들의 삶이고 대학생들의 진짜이야기”였다. 그런 점에서 대학생이 대학생을 촬영했다는 점은 참으로 괜찮은 설정이었다.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에게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기 쉽지 않은가. 인터뷰를 할 때도, 자취방을 촬영할 때도 이만한 설정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처럼 ‘어메이징 데이’는 전국의 10개 대학교, 44명의 대학생이 6개월간 기록한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대학생들의 공부부터 돈, 연애, 취업까지 폭 넓게 다루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우리 사회의 큰 문제인 공부와 취업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린 시절 마냥 20살이 되고 싶었다. 겨울이 끝나고 따뜻한 봄이 오듯 찬란하게 빛날 거라고, 만물이 소생하듯 모든 일이 아름다울 거라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어서야 교복입고 다닐 때가 좋을 때라는 어른들의 말은 틀리지 않다는 것을 몸소 느낀다. 모든 이들의 로망은 하나 둘 깨지고 대학생으로 산다는 것은 생각과는 매우 다른 아름답지 않은 날들의 연속이다. 학교생활을 얼마나 성실히 했는가의 척도인 학점은 기본이며 밤을 새도 모자란 과제, 남들과 차별화 된 자신을 위해 차곡차곡 쌓아야 하는 스펙까지. 수많은 경쟁자들 속에서 남달라 보이기 위해 타인의 노력의 배가 필요하기에 그들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진다. ‘아싸’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다. 아웃사이더의 줄임말로 무리와 섞이지 못하고 겉도는 사람을 일컫는다. 취업이 힘든 요즘, 자발적으로 아싸를 자청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 누구와도 관계를 끊은 채, 취업을 위해 혼자 공부하고 혼자 밥 먹는다. 자신만을 위해 사용하는 시간. 1분1초가 급박한 그들에게 잠시의 친구들과의 어울림은 크나큰 사치일 뿐이다. 사회로 가기 위한 과정에서 사회성을 잠시 포기한다는 것. 참으로 웃긴 실상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스펙 쌓기에 바쁜 요즘의 대학생들. ‘탄탄한 스펙 = 취업보장?’이라는 의문을 품은 채 ‘인재의 탄생’이 방영되었다.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진정한 인재상. 수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참된 인재가 되기 위해 인재 분야 전문가들과 5명의 멘티가 6개월 동안 그 해법을 풀어 나갔다. 정말로 드라마틱한 과정이었다. 중간에 포기하겠다던 이부터 만들어진 인재와 참 된 진짜 인재사이의 괴리를 느끼는 이도 있다. 다섯 청춘들의 노력과 좌절 그리고 결실이 있기까지 그들은 진정한 인재를 자신의 변화를 통해 경험했으며 스펙에만 연연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놀랍게도 가장 큰 변화는 그들 스스로의 마음가짐에 있었다. 자신이 만든 보이지 않는 벽에 갇혀 도전에 겁내던 멘티는 인재가 되어가는 과정의 마무리쯤에야 활짝 웃어 보였다. 그 순간 어떤 누구보다도 행복한 사람이었다.
이렇듯 영상 한 장면 한 장면마다 비춰진 청춘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안방의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또한 내레이터의 주옥같은 대사는 드라마의 명대사보다 진한 여운을 남겼다. “사람들이 말하는 요즘의 청춘. 그것은 진실이 아니기에 우리들의 이유 있는 아픔과 눈물이 또 다른 우리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며 이 영상을 띄웁니다.”라고 시작하던 1화. 김C의 차분한 목소리는 청춘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으며 듣는 이의 마음 깊숙이 날아왔다. 처음 시작할 때 던진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를 시작으로 6화의 마지막에서도 같은 물음을 던지며 끝이 났다. 나는 누구인지. 잘 살아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모든 청춘들을 비롯한 청춘이었던 사람들에게도 좋은 물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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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이 먼지 아나? 젊음은 불안이야.
막 병에서 따라낸 붉고 찬란한 와인처럼,
그러니까 언제 어떻게 넘쳐 흘러버릴지 모르는 와인 잔에 가득한 와인처럼 에너지가 넘치면서도
또 한편으론 불안한 거야.
하지만 젊음은 용기라네. 그리고 낭비이지.
비행기가 멀리 가기 위해서는 많은 기름을 소비해야 하네.
바로 그것처럼 멀리 보기 위해서는 가진 걸 끊임없이 소비해야 하고 대가가 필요한 거지.
자네 같은 젊은이들한테 필요한 건 불안이라는 연료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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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문턱까지 정말 열심히 달려왔다. 진짜 달리기는 이제 시작이었다. 그 달리기는 아마 오래오래 끝나지 않을 것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순간들의 연속이다. 포기 하고 싶은 순간이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단단해져야 하며 단단해지고 있는 중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청춘이라 불리 우는 그들의 달리기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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