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아빠 어디가>도 어쩌면 기존에 많이 있는 뻔한 여행가는 프로그램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여행과 아빠가 만났다. 우리나라 곳곳을 아빠와 아이가 엄마 없이 단 둘이 떠나는 일. 평소 실천하기 어려운 포맷의 여행이었다. 각자 다른 직업이지만 ‘아빠’라는 공통점으로 하나 된 다섯 남자와 각각 개성 뚜렷한 다섯 명의 귀여운 아이들. 아이들은 아빠 손잡고 여행길에 나섰고 ‘성공’이라는 결과를 이루어냈다.
작년 이맘때쯤 첫 화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 제목부터 신선했으며 아빠와 아이라는 연결고리 사이에 여행이 존재하는 것 역시 참 흥미로웠다. 시청자들의 결혼ㆍ출산을 권장했을 정도로 다섯 아이들은 귀엽고 예뻤다.
필자는 처음에는 <아빠 어디가>에 편견이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옛날의 아이들과 다르다는 말이 예사로 쓰이지 않던가. 어린이다운 순수함은 요즘 아이들에게선 찾기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으며 유명 연예인의 자녀라는 이유로 평범한 아이들과는 다를지도 모르겠다는 색안경을 끼고 있었다. 다행히도 색안경이 무색하게 어린이는 여전히 어린이였다. 집 떠나 낯선 여행지의 밤하늘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찼다. 소와 말을 할 수 있다던 어른들의 몰래카메라에 신기해하며 좋아하던 아이들의 동심은 어른들을 반성하게 했다.
1년이란 시간동안 아이들은 우리나라 곳곳의 숨은 여행지를 다녔다. 첫 번째 여행지 품걸리를 시작으로 다시 찾은 제주도까지. 여행지의 수와 비례해서 아이들은 빠르게 자라났다. 매회 다르게 성장했으며, 마음 역시 더 튼튼하게 자랐다. 자란 것이 아이들뿐일까? 육아에 어색한 다섯 아빠들은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법부터 시작해서 캠핑, 요리까지 장족의 발전을 이루어냈다.
친구상 성준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변화를 만들어낸 성동일-성준 부자. 성동일은 무뚝뚝한 늦깎이 아빠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부재로 좋은 아빠라는 지침이 없던 그는 ‘자상함’과는 거리가 먼 아빠였다. 아이가 바르게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 야단도 치고 혼도 많이 냈었다. 준이는 그런 아빠를 무서워했고 성격도 소심했었다. 첫 여행에서 숙소로 향하는 길. 다른 가족들은 아빠와 손을 잡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가는 한편, 유일하게 손도 잡지 않은 채 대화 없이 묵묵히 각자 갈 길을 가던 가족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아들에게 칭찬도 스킨십도 잘하는 자상한 아빠가 되었다. 준이 역시 아빠에게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장난을 잘치곤 한다. 그렇게 준이는 친구상을 받았다. 아빠와 친구같이 여행 다녔기에 아빠가 주는 상. 그들의 변화를 알기에 어떤 상보다도 뭉클한 상이었다.
배우상ㆍ유기농상 성동일
“위 아빠는 1년 동안 연기를 잘하고, 유기농 음식을 만들어 주었으므로 이 상장을 수여합니다.” 준이가 아빠에게 준 상이다. 인스턴트 보단 한식을 좋아하는 아이. ‘성선비’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그의 행동은 의젓했으며 식성은 매우 한국적이었다. 아빠가 해주는 김치전을 가장 좋아하며 첫 여행지에서 먹었던 김에 싸먹는 감자가 여행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음식이라던 성준. 아빠의 식성을 그대로 닮았다. 무섭던 아빠지만 가장 사랑하는 존재이며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커서 아빠처럼 멋진 사람이 되어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던 준이.
훌륭한 아들 뒤에는 훌륭한 부모가 있기 마련. 소위 인기 있다는 드라마에는 빠지지 않고 성동일이 나온다. 천연덕스러운 코믹연기에 그의 인생 희노애락이 녹아있다. 가족을 위해 한 해 동안 수고한 아빠에게 주는 아들의 상. 자신의 노고를 알아주는 아들이 참으로 대견하던 순간이었다.
마지막이 아닌 마지막
영국의 철학자 에드워드 허버트는 “아버지 한 사람이 스승 백 명보다 낫다”라고 말한다.
총 55부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전남 화순 하가마을을 여행하던 당시, 아빠들에게 자전거를 배우던 장면이다. 필자가 7살이던 무렵, 아빠에게 배우던 자전거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뒤에서 잡고 있던 아빠 손을 믿으며 폐달을 밟았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홀로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아빠란 그런 존재다. 뒤에서 아이가 넘어질까 노심초사 바라보고 넘어지면 일어나는 법을 가르치는 든든한 존재. 우리 곁을 평생 함께 할 수 없기에 홀로 일어나는 법을 알려주던 사람. 이 프로그램을 보고 어린 시절의 앨범을 펼치게 되었다. 필자가 저 아이들의 나이이던 시절 아빠와 함께 유치원 학예회에서 포크댄스 추던 모습, 낚시하던 모습, 자전거 타던 모습. 사진을 통해 잊고 있던 시절을 회상하며 많이 웃었더랬다. 이렇게 이 프로그램은 필자에게 추억을 선물했다.
여행 마지막 날 아침 “난 오늘이 싫어.”라며 여행의 끝을 아쉬워하던 아이들. 시청자들 역시 이 순수하고 예쁜 아이들을 매주 볼 수 없는 아쉬움은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아빠 어디가> 시즌 1은 끝났다. 프로그램은 끝이 났지만, 아이들 인생에 이번 1년은 성장의 과정이자 잊지 못할 추억. 마음 한편에 추억으로 자리 잡아있을 것이다. 사춘기를 지나 아빠라는 존재가 지금보다 멀어질 때 쯤, 꼭 이 날들을 기억하길. 아빠 손잡고 대한민국 곳곳에 추억 한보따리씩 담아두고 왔다는 것을 말이다. 든든한 맏형 민국이, 천사 후, 성선비 준이, 애교 많은 지아, 웃는 모습이 예쁜 준수. 다섯 아이 모두 지금 이 순간을 잊지 않고 예쁘게 자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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