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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가장 큰 존경을 받는 직업은?
탈물질주의 소비자
영국의 유명한 경제학자 케인스는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에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격변이 일어날 것이다. 이것은 느닷없이 찾아오는 게 아니라 서서히 진행된다. 사실 이 과정은 벌써 시작됐다. 그럼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 간단히 말하자면 점점 더 많은 계층과 집단에서 경제적 궁핍이 해결될 것이다.”라고 예견했다.
옛날에는 황제나 돼야 자신의 힘과 부를 말해 주는 자기과시적 소비를 할 수 있었다. 이들은 계속 왕좌에 앉아 있기 위해서라도 존경과 두려움을 끌어낼 수단이 필요했다. 요즘은 황제가 흔하다. 모두들 필요 이상의 걸 구할 수 있다. 조부모 세대와 비교하면 어마어마하게 부유해졌다.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은 원 없이 많은 부를 차지했지만 가장 좋은 교통수단은 마차였고 주치의는 무능했으며 화장실에선 수돗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과거 유럽의 황제들은 여러모로 봐 오늘날 선진국의 평균적인 시민보다 가난했다. 물론 그 당시 황제들은 지금의 어느 누구보다 심지어 대통령보다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었지만 말이다.
오늘날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지금까진 대다수 인간이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데 급급했다. 올해 수확으로 내년까지 먹고살 양식이 확보될까? 지금도 이 문제가 최대 현안인 사람들이 지구상에 수백만 명은 있지만 적어도 대다수는 아니다. 대부분은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된 상태다.
기본 욕구가 충족됐으면 이제 넉넉함을 입증해야 한다. 사람들이 부자가 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래서 세상에 그 사실을 알리고 싶어 한다. 사치품을 사 들이며 돈 자랑을 한다. 그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러면 안 될 이유라도 있는가?
지금까지가 1단계다. 1인당 GDP가 만 5천 달러에 이른 국가에서 이런 현상이 흔히 목격된다. 사실 선진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일이다. 롤스로이스를 살 여유가 있으면 사는 것이다. 안락한 것도 안락한 것이지만 무엇보다 ‘나는 성공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나폴레옹이 2백 년 뒤에 살았다면 황금 마차가 아닌 황금 자동차를 여러 대 소유했을 것이다.
그런데 진짜 천지개벽은 2단계다. 이 단계에선 사람들이 부가 아닌 탈물질주의적 가치에 반응하기 시작한다. 금세기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이 현상은 결코 간단한 변화가 아니다. 천 년 뒤에 역사학자들은 뒤를 돌아보며 21세기가 인류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변화의 시기였다고 회고할 것이다. 물질주의가 탈물질적 가치로 바뀐 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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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프 옌센>,<미카 알토넨> 공저/<박종윤> 역/<김부종> 감수16,150원(5%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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