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앤디 워홀은 “미래엔 누구나 15분 동안은 유명해질 것이다.”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앤디 워홀은 비록 미래학자는 아니었지만 그의 말은 정확히 과녁에 명중했다. 사람들은 공중 앞에서 자신이 별 볼일 없는 존재가 아님을, 자신이 당당히 존재함을, 자신이 세상에 기여하고 있음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시작은 <빅 브라더>라는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이었다. 누구든 카메라 앞에 서서 잠깐이나마 유명인사가 될 수 있었다. 운이 좋으면 연예인이 될 수도 있었다. 이건 시작이었다. 다음 차례는 소셜미디어가 맡았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이용한다. 모든 사람이 당신의 얼굴을, 당신이 하는 생각을, 당신의 쇼핑하는 모습을, 그밖에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걸 볼 수 있다.
수십만 명이 보수 한 푼 안 받고 위키피디아에 기고한다. 여기에 더해 수억 명의 블로거가 별별 주제에 대해 인터넷에 글을 쓴다. 은행이나 여행사 같은 기업에 어떤 제품과 서비스가 좋고 나쁜지 자발적으로 알려준다. 이런 흐름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다.
새로운 참여문화는 돈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보여주고 싶어 할 뿐이다. 나는 존재한다. 나는 기업이나 다른 소비자에게 조언한다. 그건 내게 어떤 힘이 있다는 느낌을 준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아니다. 나는 가족과 친구 외의 사람들에게도 보탬이 될 수 있다.
10년 뒤엔 이런 흐름이 어떻게 발전할까? 이게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사람들에겐 정치, 경제, 사회, 문화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관심사가 있다. 월마트를 지지하거나 비난하는 단체에서부터 플라이 낚시에 빠진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각자 고유한 관심사나 주제를 갖고 있다. 온갖 종류의 이야기가 인터넷에 오를 수 있다. 인터넷의 세계에선 지리적인 거리는 전혀 문제가 안 돼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동시에 커뮤니케이션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업들은 소중한 시장정보, 통찰력,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어떤 기업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장의 흐름과 변화를 알아보는 데 그치고 있지만 적극적인 기업들은 그곳에서 기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직접 소셜커뮤니티를 만들어 관심 주체들을 끌어모으는 것이다.
작은 항공사의 소셜커뮤니티를 생각해 보자. 최고경영진, 투자자, 승무원, 고객, 비행기 관련 엔지니어, 여행사 관계자, 기타 적극적인 참여자들이 각자의 경험을 공유한다. 회사는 분위기를 보며 질문을 던지거나 사람들에게 지지를 부탁한다. 시장조사를 훨씬 적은 비용으로 쉽게 할 수도 있다.
<빅 브라더>를 통해 15분 동안 유명해진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 인터넷 비즈니스를 구상할 수도 있다. 이른바 ‘15분 소셜사이트’를 만드는 것이다. 운영은 대형 검색엔진 회사가 맡고 수익은 광고에서 얻는다. 방문자가 수십억 명에 달하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사이트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인기스타는 물론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사람의 삶도 따라 한다. 인기도에 따라 1등부터 2백만 등까지 유명인의 등수를 매길 수 있다. 아마존이 책에 순위를 매기는 것과 비슷하다.
당신이 기업의 최고경영자라면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어떻게 하면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자신이 중요하고 소중하고 힘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할 수 있을까? 그럴듯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곤란을 겪게 될 것이다.
인터넷 덕분에 말 없는 다수는 더는 말이 없지 않다. 그들에게도 목소리가 생겼고 그 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으니 주의 깊게 듣는 편이 좋다. 사람들이 풍부한 정보를 갖고 있고 과거와 달리 더는 권위가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에선 누구도 기업이나 제도의 논리에 다소곳이 따르지 않는다. 때로는 맥도널드 광고에 넘어가 햄버거를 사는 등 수동적인 소비자의 모습도 보이지만 가볍게 대했다간 큰 코 다치기 쉽다.
오래전 매슬로우가 예견한 바 있다. 사다리의 꼭대기는 자아실현이다. 그게 바로 지금 사람들이 하려는 일이다. 다음 단계로 올라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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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네상스 소사이어티 롤프 옌센,미카 알토넨 공저/박종윤 역/김부종 감수 | 36.5
저자는 14년의 연구 끝에 《르네상스 소사이어티》를 내놓으며 미래 사회의 성장동력은 대중이 아닌 개인에게서 나온다고 설파했다. 수백 년 전 유럽의 르네상스가 신이 주체이던 사회에서 인간이 주체인 사회로의 전진을 의미했다면 지금의 르네상스는 대중이 주체인 사회에서 개인이 주체인 사회로의 전진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옌센 박사가 그리는 르네상스적 미래 사회는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상상력이 기술, 문화, 산업과 만나 새로운 성장엔진을 창출한다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아젠다와도 맥을 같이해 더욱 열띤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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