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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터, 10년 안에 대부분 가정에서 보유

작은 기업이 승리한다 출판ㆍ영화계부터 행복 산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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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대는 변했고 다시 작은 기업의 시대가 오고 있다. 적어도 앞으로 10년간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시장 지분과 이윤을 빼앗아오는 양상이 뚜렷해질 것이다. 대기업은 여전히 강력하겠지만 중소기업의 위치도 공고해질 것이다.

3D프린터는 꽃병이든 조각상이든 휴대전화 덮개든 어떤 물건이든 3차원으로 인쇄할 수 있다. 실제랑 똑같다. 나만의 물건을 만든다는 건 지금까진 어지간히 손재주가 좋은 사람이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이었으나 이제 더는 그렇지 않다.

더구나 3D프린터 가격도 내려가고 있다. 10년 안에 대부분의 소기업과 가정에서 3D프린터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점차 개인 맞춤형 제품 생산이 가능해진다. 진입장벽이 낮아진다. 지금처럼 대기업이 지배하는 체제에선 개인의 창의력이 묻히기 쉽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출판과 영화

비즈니스계의 구루 크리스 앤더슨은 2004년 이른바 ‘롱테일법칙’을 세상에 내놓으며 유명해졌다. 롱테일(long tail)이란 다품종 소량으로 생산되는 틈새상품이 히트상품을 밀어내고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현상을 말한다. 인터넷서점 아마존닷컴에서 상위 20%의 잘 팔리는 책보다 한두 권씩 팔리는 하위 80%의 책의 매출이 더 높은 데 착안해 고안한 법칙이다.

앤더슨은 이런 통찰을 바탕으로 21세기에 걸맞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출판 분야를 예로 들자면 베스트셀러도 좋지만 틈새시장에서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를 추구하는 게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 물론 시장에는 베스트셀러도 계속 나올 테지만 더는 발행자의 수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차지하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영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새롭게 등장한 촬영, 편집 기술이 영화인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 필요한 건 재능뿐이다. 이미 수천 명의 새로운 작가와 아티스트들이 영화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장비 가격이 계속 낮아지고 있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대형 영화사와 대등하게 겨루는 개인작가들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상당히 운이 좋기도 하다. 시장의 진입장벽이 낮아졌고 그 상태로 계속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류 산업

주류 산업은 늘 대기업들의 독무대였다. 하지만 상황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새로운 흐름은 미국의 소규모 양조장에서 시작됐다. 이들의 파급력은 막강하다. 미국에 이어 세계 각지의 점점 더 많은 도시에서 소규모 전통양조장이 생겨나고 있다.

신생 양조장들은 규모는 작지만 돈을 벌고 싶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작아야 한다. 대형마트의 매대로 진출하는 건 곤란하다. 어설프게 대기업을 흉내내는 건 이 시대의 소비자들이 바라는 전통양조장의 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들 전통적인 양조장이 거대 기업화돼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집합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몫은 지금 늘고 있고 앞으로 더 늘 것이다. 미국에서 현재 이들의 수익은 전체 시장의 10% 수준이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중이다. 소규모 양조장들은 대규모 공장에선 만들어질 수 없는 이야기가 있는 맥주를 판다. 그것에 소비자들은 기꺼이 돈을 더 지불한다.




자동차

자동차 산업은 그 어떤 분야보다 규모의 경제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분야다. 전 세계에서 연간 7천만 대의 차가 팔리는 어마어마한 대량생산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립라인당 연 20만 대 이상의 차가 생산돼야 한다.

하지만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분야에서도 대량생산 패러다임은 축소되고 있다. 이제 자동차는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니다. 친구, 가족, 지인들에게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표현의 도구다.

앞으로는 자동차도 운전자의 취향과 신체 크기에 맞춰 설계되고 조립될 것이다. 도색과 몸체 작업을 거치고 나면 오직 나만의 특별한 차로 다시 탄생한다. 지금 우리가 보는 대량생산된 차는 나만의 진짜 차를 만들기 위한 중간 단계의 반제품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행복 산업

21세기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산업을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단연 정신적인 분야가 될 것이다. 이른바 행복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지금은 몸의 병을 치료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인간의 정신을 치료하는 분야까지 나아갈 것이다.

단순히 우울증이나 정신질환 치료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 이런 분야는 사실 지금도 시장이 형성돼 있다. 건강한 몸과 마음, 원기회복, 균형 잡힌 삶을 추구하는 영역까지 행복시장의 개념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모든 아이디어, 제품, 서비스가 이 산업에 포함될 것이다.

이 시장에서도 대부분의 기업들은 소규모로 운영된다. 섬세한 감성을 요구하기에 여성들이 운영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아직 신생 분야지만 성장세는 빠르다. 금세기 안에 행복시장 종사자의 총수입은 현재 전문직 의사들이 거두는 총수입과 맞먹게 될 것이다.


결론

지난 세기가 시작될 무렵 미국에는 백여 개의 자동차 제조업체가 있었다. 주류 시장은 더욱 복잡해 마을마다 양조장이 있었다. 그리고 지난 백여 년간 인수합병을 통해 거대화와 집중화가 진행됐다. 그렇게 소수의 초거대 제조업체만 살아남았다.

하지만 이제 시대는 변했고 다시 작은 기업의 시대가 오고 있다. 적어도 앞으로 10년간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시장 지분과 이윤을 빼앗아오는 양상이 뚜렷해질 것이다. 대기업은 여전히 강력하겠지만 중소기업의 위치도 공고해질 것이다.

이런 흐름을 뒷받침하는 두 개의 큰 흐름이 있다. 하나는 개인화다. 요즘 소비자들은 대량생산 체제의 유산인 기성품에 질려 있다. 그 대신 개인 맞춤형 제품을 선호한다. 다른 하나는 정보기술의 발달이다. 스마트폰만 열어 봐도 신생 중소기업들이 개발한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을 경험할 수 있다. 온라인출판은 정보기술이 전통적인 제조업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예다. 인쇄, 보관, 배포 비용 없이 책, 음반, 매거진 시장으로 쉽게 진입할 수 있다. 발행인이 져야 할 부담은 이젠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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