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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시작하며

‘진짜’ vs ‘진짜보다 더 그럴듯한 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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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드라마나 영화 속의 캐릭터를 연기하고 그 캐릭터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심리 치료를 받거나 오래도록 여행을 한다는 연기자의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나 연기를 보는 사람이나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세계, 허구의 캐릭터를 두고 이런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재미있는 드라마에 빠져 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치 내 이야기인 듯, 내 삶에서 벌어지는 일인 듯 몰입하게 되지요. 실제와 드라마 속 이야기, 그리고 캐릭터를 혼동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로 악역을 맡은 연기자가 현실에서 대중과 맞닥뜨릴 때 욕을 먹거나 계란 세례를 받는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드라마의 한 배역을 맡아 충실히 연기했는데 어째서 현실에서 자신이 연기했던 악역과 동일시되어 원망과 지탄을 받게 되는 것일까요? 쉽게 말하면 연기를 너무(?) 잘한 나머지 배역이 곧 그 사람이 되어버리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겠지만 여기에는 보는 사람, 그리고 연기하는 사람의 심리적 작용이 있습니다. 

 

어떤 드라마나 영화 속의 캐릭터를 연기하고 그 캐릭터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심리 치료를 받거나 오래도록 여행을 한다는 연기자의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연기를 하는 사람이나 연기를 보는 사람이나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세계, 허구의 캐릭터를 두고 이런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이는 자연스러운 심리적인 흐름이기도 합니다. 만약 우리가 어떤 드라마를 보는데 그 내용이나 인물들이 허구의 세계의 것으로 자각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조금 보다가 채널을 돌리거나 한 회 정도는 호기심으로 보더라도 그 다음 회가 기다려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혹은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접해 본 적 없는 과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와 캐릭터가 나오는 드라마라 할지라도 진짜처럼 느껴야만 몰입하게 됩니다. 

 

이쯤 되면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과연 진짜와 가짜는 무엇일까?’ 어린 아이들이 미키마우스나 미니마우스를 생쥐라고 생각하고, 생쥐를 그리라면 캐릭터를 그리며 실제로 쥐를 보면 기겁을 하고 달아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어른들인 우리도 어느새 ‘진짜’ 보다는 ‘진짜처럼 그럴듯한 진짜’를 더 친근하고 익숙하게 여기고 ‘진짜처럼 그럴듯한 진짜’를 ‘진짜’와 혼동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꽤 많은 드라마를 보면서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자신의 감정을 캐릭터에게 투사하게 됩니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의 세계인 드라마, 우리를 매혹시키는 그 탐나는 가짜의 세계에서 우리는 회피했던 내면의 깊은 곳을 마주하고 당혹스러워 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캐릭터를 통해 치유 받기도 하지요. 앞으로 보라구름의 ‘드라마 속 캐릭터로 심리 읽기’에서는 ‘진짜, 그리고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인 캐릭터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때로는 캐릭터가 되어 여러분에게 이야기를 건넬 것이고 때로는 모니터 밖의 시청자가 되어 이야기를 나눌 것입니다. 2주에 한 번씩, 목요일에 여러분을 찾아오겠습니다. 


[관련 기사]

-<응답하라 1994>, 세대를 아우르는 아날로그 감성
-황정음과 지성의 <비밀>, 진실을 가리는 비밀은 독(毒)이다
-<메디컬탑팀>, 과연 드라마계의 탑팀이 될 수 있을까
-<주군의 태양>, 로맨틱 코미디를 업그레이드하다
-단막극, 감성의 문을 두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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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진하

저 사람은 왜 저런 행동을 하는 걸까? 누구를 만나도 늘 그 생각을 먼저 하는, 심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TV, 영화, 책, 음악, 여행, 와인, 고양이, 무엇보다 ‘사람’에 기대어 살며 ‘사람’에 대한 이해를 조금씩 채워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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