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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의 태양>, 로맨틱 코미디를 업그레이드하다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달라졌다 홍자매 작가의 춘향이부터 공실이까지
2013년, 홍자매 작가의 로맨틱 코미디가 부활했다. 이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부흥에 한 줄기 빛이 될 것이다. 진부한 로맨틱 코미디에 신선함, 그리고 진정성까지 더한 드라마가 바로 ‘주군의 태양’이다. ‘주군의 태양’은 홍자매 작가에게도 굉장히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이다. 캐릭터와 스토리, 모두에 변화를 주었기 때문이다.
로맨틱 코미디계 거장 홍자매를 아시나요?
드라마에는 여러 장르가 있다. 의학 드라마, 수사 드라마, 정통 멜로드라마,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등. 드라마는 장르에 따라 조금씩 다른 성격을 띠는데, 그중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다. 사실 TV드라마에서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는 보편적인만큼 가장 편안하다. 하지만 그만큼 진부해지기 쉽다. 그런 진부한 로맨틱 코미디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해당 장르의 기본 틀은 유지하면서 그 위에 신선함을 더했다. 과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는 어떻게 변할까. 우리는 로맨틱 코미디계의 변화를 홍정은?홍미란 작가의 작품을 통해 엿볼 수 있다.
홍정은ㆍ홍미란, 일명 ‘홍자매’ 작가는 대한민국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계의 독보적 인물이다. 홍자매 작가는 입봉작인 드라마 <쾌걸춘향>으로 이름을 알리고, 이후 드라마 <마이걸>, <환상의 커플> 등 연이은 히트작을 내며 순식간에 흥행작가 반열에 올라섰다. 게다가 줄곧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를 고수하며 애정을 쏟았으니, 이젠 대한민국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서 그들을 빼놓을 수 없게 되었다. 그들의 작품은 마치 갓 잡은 물고기처럼 싱싱하다. 특히, 통통 튀는 캐릭터 설정은 가히 독보적이다.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그들의 캐릭터는 드라마를 이끄는 원동력다.
그것이 한계였다. 비교적 가벼운 내용으로 이뤄진 로맨틱 코미디는 캐릭터만으로 승부를 보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 한계는 비단 홍자매 작가만의 문제는 아니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가장 중점이 되는 것이 캐릭터인데, 그 캐릭터가 마음껏 매력을 뽐낼 만한 스토리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드라마의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 매력적인 캐릭터는 남녀주인공에만 한정되기 일쑤였고, 서브주인공은 늘 평면적이고 진부했다.
물론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는 매력적인 캐릭터의 구축만으로도 초반부를 휘어잡을 수 있다. 그러나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는 후반부는 캐릭터의 매력이 이미 충분히 어필된 이후다. 그래서 이때는 특히 더 섬세하고 탄탄한 구성의 스토리가 필요하다. 만약 사건 전개와 인물의 감정선이 설득력 없다면 그 드라마는 축 늘어지고 만다. 초반의 생생함과 다른 후반부의 진부함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점이고, 홍자매 작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드라마 <쾌걸춘향>의 경우, 춘향전의 인물을 토대로 새롭게 드라마화한 것은 당시 상당히 신선했다. 통통 튀는 캐릭터 설정과 유쾌함을 머금은 대사 역시 시청자를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드라마 <마이걸>도 마찬가지다. 양치기소녀 같은 여주인공은 당시 처음 접하는 캐릭터였고, 아낌없이 망가지는 배우의 열연 속에서 그 캐릭터는 더욱 빛이 났다. 드라마 <환상의 커플> 속 막나가는 여주인공, 나상실(배우 한예슬) 역시 기억상실이라는 진부한 설정을 잊어버릴 만큼 매력적이었다. 이렇게 홍자매 작가는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홍자매에게도 슬럼프가
그런데 홍자매 작가가 주춤하기 시작했다. 바로 2009년,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때부터다. 홍자매 작가는 남장여자라는 당시의 유행 코드를 기반으로 여주인공을 설정했다. 물론 여주인공을 전보다 훨씬 순진한 여자로 설정한 것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주인공들은 이전의 캐릭터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기대치가 높아질 대로 높아져버린 우리에게, 전과 비슷한 캐릭터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더욱이 스토리 역시 제자리 걸음이다보니, 어느 정도의 재미는 있으나 크게 성공하긴 어렵지 않았나 싶다.
기대이하였던 드라마 '빅'
이후, 홍자매 작가는 현대판 구미호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를 홀리고, 한물간 연예인이 펼치는 <최고의 사랑>을 통해 즐거움을 주면서 완전히 부활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들은 드라마 <빅>에서 또 한 번 삐끗한다. 앞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서는 캐릭터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는데, 그 말은 즉, 캐릭터를 표현해줄 배우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드라마 <빅>은 상당한 기대작이었다. 그러나 공유, 이민정, 그리고 수지까지 내로라하는 스타들을 모아놓고 홍자매는 저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영혼체인지라는 진부한 소재는 정말 진부하게 끝이 났다. 게다가 개연성의 부족과 섬세하지 못한 스토리는 몇몇 애청자마저도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그렇다. 홍자매 작가의 문제점, 더 나아가 고질적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문제점이 제대로 표출된 것이다.
만약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드라마가 단순한 유흥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면, 이대로도 나쁘진 않다. 하지만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로맨틱 코미디는 시청자에게 삶의 활력과 위안을 준다. 그리고 팍팍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도록 안식을 준다. 때문에 로맨틱 코미디를 단순 유흥거리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드라마 <빅>뿐만 아니라,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조금씩 외면당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넘칠 대로 넘쳤던 로맨틱 코미디의 공급이 알게 모르게 조금씩 줄고 있다.
주군의 태양으로 화려하게 부활
하지만 2013년, 홍자매 작가의 로맨틱 코미디가 부활했다. 이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부흥에 한 줄기 빛이 될 것이다. 진부한 로맨틱 코미디에 신선함, 그리고 진정성까지 더한 드라마가 바로 <주군의 태양>이다. <주군의 태양>은 홍자매 작가에게도 굉장히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이다. 캐릭터와 스토리, 모두에 변화를 주었기 때문이다. 귀신을 보는 여주인공과 돈밖에 모르는 남자주인공, 그리고 무엇보다 큰 변화는 서브주인공에 있다. 홍자매의 드라마는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서브주인공, 특히 서브여주를 악역으로만 그려왔다. 그러나 <주군의 태양>은 다르다. 심지어 서브여주에게도 사랑스러운 매력이 감돈다. 물론 이는 홍자매 작가만의 변화는 아니다. 또, 캐릭터 설정뿐만 아니라, 캐스팅도 탁월했다. 로맨틱 코미디에 최적화된 배우 공효진과 로맨틱 코미디계의 신선한 얼굴, 배우 소지섭이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드라마의 흥행은 점쳐졌다. 사실 배우 소지섭이 이토록 귀엽고 사랑스러울 줄 누가 알았겠는가.
<주군의 태양>은 로맨틱 코미디에 호러라는 장르를 더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의 흥미를 끈다. 그런데 거기다 매회 에피소드를 하나씩 삽입했고, 그 에피소드는 기대 이상이었다. 감히 섣부른 판단을 하자면, 홍자매 작가의 작품은 <주군의 태양> 이전과 <주군의 태양> 이후로 나뉠 것 같다. <주군의 태양>에는 이전의 작품에선 미흡했던, ‘스토리의 힘’이 있다. 이 드라마의 에피소드는 귀신이야기로 이루어져있는데, 이를 통해 드라마의 스토리는 더욱 쫄깃해진다. 왜,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는 게 아니라 말을 들어줄 사람이 없을 뿐이다. 하지만 <주군의 태양>에는 그런 유일한 사람, 태공실(배우 공효진)이 있다. 공실은 귀신을 무서워하면서도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그들의 억울하고 아픈 사연에 공감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그녀는 그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사실 공실은 귀신과 소통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사람이었던 누군가와 소통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모르고 살았던, 혹은 무심코 지나쳤던 안타까운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부모에게 학대받으며 죽어갔던 아이, 사랑하는 주인을 떠나서도 끝까지 그를 지키려던 충견, 자신의 남다른 성정체성을 감추고, 가족을 위해 끝까지 비밀을 고수했던 아버지 등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적잖은 감동과 교훈을 준다.
간혹 에피소드가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각각의 에피소드는 드라마의 주 내용을 풀어내기 위한, 튼튼한 주춧돌이다. 에피소드와 함께 이 드라마는 오히려 더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구축하며, 매번 홍자매 작가의 단점으로 꼽혔던 ‘뒷심 부족’이란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주었다. <주군의 태양>이 단 4회만을 남겨놓고 있는 지금, 드라마는 여전히 긴장감이 넘친다.
드라마 <주군의 태양>을 보면 알 수 있듯,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달라지고 있다. 아니, 성장하고 있다. 더 이상 캐릭터에만 의존하지 않으며, 진부한 내용을 진부하게 풀어내지 않는다. 신선함과 함께 진정성까지 더해 스토리라인을 구축한다. 그리하여 탄탄해진 스토리는 다음 편을 예측할 수 없게까지 만든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수년 전 드라마와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는 확연히 다르다. 무엇이 더 좋은 작품이다, 라고 단언할 순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드라마는 변화한다는 것이다. 8년 전에는 드라마 <쾌걸춘향>이 굉장히 재미있고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쾌걸춘향>이 지금 방영된다면, 그때만큼의 반응은 힘들지 않을까 싶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앞으로 또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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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행복을 꿈꾸는, 꿈이 많은 20대입니다. 저에게 행복이란 글을 쓰는 일이고, 저에게 휴식이란 보고 싶었던 드라마와 책을 마음껏 보는 일입니다. 행복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