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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정서, 그리고 ‘樂’
‘드라마 돋보기’를 마치며
당신은 왜 드라마를 보나요? 이 질문에 명쾌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그저 어려서부터 드라마를 좋아했다. 드라마를 봤던 가장 오래된 기억이 6살 때인데, 이때도 엄마를 따라 텔레비전 앞에 앉아 제법 진지한 얼굴로 드라마를 봤던 것 같다.
꽤 어려서부터 드라마를 보며 자랐고, 또 그만큼 좋아하기 때문에, 필자에게 드라마는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매개체’다. 이 매개체는 종종 나의 감성을 자극하거나 나에게 힘을 주기도 한다. 필자가 주변사람들에게 가끔 하는 말이 있다. ‘드라마는 내 삶의 樂이다.’ 삶에는 무수한 고통도 따르지만, 반면 즐거움도 따른다. 필자의 삶에서 드라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아마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그 흐름이 조금씩 바뀐다. 1990년대 작품과 2000년대 작품, 그리고 2010년대 작품은 조금씩 다 다르다. 그 시절 대표작만 보아도 그렇다. 1990년대 히트작 <질투>, <느낌>, <M>, <모래시계>, <마지막 승부>, <젊은이의 양지>, <사랑을 그대 품안에>, <별은 내 가슴에> 등과 2000년대 히트작 <피아노>, <올인>, <겨울연가>, <발리에서 생긴 일>, <미안하다 사랑한다>, <내 이름은 김삼순>, <찬란한 유산>, <온에어> 등은 분명 조금씩 차이가 있다. 2010년대 히트작 <추노>, <시크릿가든>, <뿌리 깊은 나무>, <공주의 남자>, <추적자>, <해를 품은 달>, <각시탈>,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흐름이 바뀌어도 절대 바뀌지 않는 게 있다. 바로, 한국드라마만의 ‘정서’다. 우리 드라마는 한국드라마의 ‘정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무리 새로운 인물이 나오고, 신선한 스토리가 전개된다 해도 기본적인 정서의 틀은 벗어나지 않는다. 이 ‘정서’가 바로, 우리가 드라마를 보는 이유와 연결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신은 왜 드라마를 보나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냥’ 혹은 ‘재미있어서’라고 대답한다. 또는 드라마를 보는 게 휴식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 드라마는 팍팍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휴식’이 되어준다. 우리는 간혹 드라마를 볼 생각에 전쟁 같은 일주일을 버티고, 하염없이 그 드라마를 기다리곤 한다. 그리고 드라마를 보며 설레고, 가슴 아파하며, 때로는 분노하기도 한다. 이렇듯 드라마는 우리에게 삶의 원동력을 주기도, 정서적 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게 지나칠 경우 ‘휴식’이란 범위를 벗어나기도 하지만, 본인이 적절하게 수용하기만 한다면 드라마는 우리 삶의 ‘樂’이 될 수 있다. 이게 우리가 드라마를 보는 이유다.
드라마가 주는 ‘樂’은 단순히 재미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 속에는 그대로의 즐거움도 있지만, 슬픔도, 공감도, 반성도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드라마를 통해 우리의 삶을 바라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사실 이건 개개인의 문제다. 드라마가 주는 재미에서 멈추는 사람은 그대로의 즐거움만 얻을 것이다. 반면, 더 나아가 자기 삶을 바라보는 사람은 깨달음을 얻고 발전할 것이다. 무엇이 나쁘고 좋다는 게 아니다. 그저 개인의 선택과 수용에 따라 드라마는 보통의 즐길 거리가 될 수도, 삶의 거울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드라마가 최소한의 작품성을 유지해줬을 때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멀리 돌아왔지만, 필자가 ‘드라마 돋보기’를 통해 하고자 했던 말은 이렇다. 드라마는 경우에 따라 ‘즐길 거리’가, ‘삶의 거울’이 되기도 한다. 이를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바로 시청자 본인에게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의 문제도, 나쁘고 좋고의 문제도 아니다. ‘즐길 거리’로서의 드라마도, ‘삶의 거울’과 같은 드라마도 모두 좋다. 다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드라마를 잘 봐주세요. 드라마를 가볍게 볼 순 있지만, 드라마 자체를 가볍다고 폄하하진 말아주세요. 물론 제가 보기에도 용납할 수 없을 만큼 어이없고 웃긴 드라마도 많습니다. 엄청난 유희거리로 전락해버린 수준 낮은 드라마도 많습니다. 그러나 드라마 모두가 그렇진 않습니다. 시청자의 권리를 가지고, 드라마를 올바르게 수용해주세요. 그리고 진정한 樂을 만나시기 바랍니다. ‘작가를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보다 ‘작가를 칭찬하며 보는 드라마’가 넘쳐날 때까지 저는 드라마를 잘, 봐볼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오늘로써 ‘드라마 돋보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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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행복을 꿈꾸는, 꿈이 많은 20대입니다. 저에게 행복이란 글을 쓰는 일이고, 저에게 휴식이란 보고 싶었던 드라마와 책을 마음껏 보는 일입니다. 행복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