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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싱어>, 조성모의 2차전 탈락이 씁쓸한 이유

진짜를 위협하는 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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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히든 싱어>는 아마추어의 모방이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진짜의 아우라를 보여주는 것이 포인트였다. 하지만 시즌2가 되면서 그것이 점점 흔들리고 있다. 급기야 조성모는 불과 2라운드 만에 가장 조성모 같지 않은 사람으로 뽑혀 탈락했다. 조성모가 조성모 노래를 불렀는데 관객들은 조성모가 아니라고 느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던가, 대중들은 늘 새로운 것을 원한다. 한창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아이돌그룹을 볼 때도 가수와 팬의 관계 밖에 있으면 그것이 결코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것이 보인다. 왜냐하면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시들해진 우리의 모습이 그 속에 투영되어 있으니 말이다.

발전이 거듭 될수록 반대급부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를 이용한 것이 바로 <응답하라 1994>이다. 이 드라마에 너무 큰 호응을 보이면 나이가 든 티가 날까봐 점잖게 어린 세대들에게 시청 소감을 물어보니 마치 사극을 보는 것처럼 그 시대의 생활상을 알 수 있어서 신기하고 재미있단다. 막상 그 시대를 겪어본 우리들은 결코 신기하지도 재미있지도 않다. 마치 다락방 청소를 하다가 잊고 있던 일기장을 꺼내본 것처럼 낯 뜨겁고 유치하다. 아마 그것이 추억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그 느낌을 <히든 싱어2> 조성모 편에서 받았다. 그동안의 <히든 싱어>는 아마추어의 모방이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진짜의 아우라를 보여주는 것이 포인트였다. 하지만 시즌2가 되면서 그것이 점점 흔들리고 있다. 급기야 조성모는 불과 2라운드 만에 가장 조성모 같지 않은 사람으로 뽑혀 탈락했다. 조성모가 조성모 노래를 불렀는데 관객들은 조성모가 아니라고 느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예술적 창조는 미메시스의 형태라고 말했다. 미메시스는 쉽게 말하면 ‘모방’이다. 이들이 말한 것은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처럼 인간의 행위는 자연에 대한 모방이라는 뜻이지만 이 개념을 현 상황에 대입시킬 수도 있다.

조성모는 가수의 차원을 넘어 문화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한국 뮤직비디오의 역사는 조성모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드라마 형식의 뮤직비디오가 도입된 시초였다. 얼굴 없는 가수로 시작해 노래는 물론 <출발 드림팀>이란 예능 프로그램에서 엄청난 운동신경으로 자신의 인지도를 높인 첫 케이스이기도 하다. 그 뒤로 가수가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져 버렸다. 자신만의 창법을 지닌 몇 안 되는 가수이기도 하다.

그의 인기도 영원하지 않았다. 방송에서 밝혔듯 인기가 높아질수록 가수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입맛을 맞춰야 한다. 이 둘이 일치하면 가장 좋겠지만 대부분의 가수들이 그렇지 못할 것이다. 애절하고 가녀린 음색에 달달한 노래들은 팬덤을 형성했지만 그만큼 안티 팬들도 양성했다. 조성모는 하나의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이 싫었을 것이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 창법을 바꾸는 등 새로운 시도를 했으나 대중은 조성모라는 사람을 좋아한 것이 아니라 방송시스템이 만들어낸 조성모라는 이미지를 좋아했다. 그래서 창법을 바꾸고 노래 스타일을 바꾼 조성모는 대중의 외면을 받는다. 그것이 2라운드 탈락이라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대중이 좋아하던 달달한 조성모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조성모의 이미지를 모방해낸 도전자들이 더 조성모 같다는 평가를 받은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결국 방송은 과거 조성모의 엄청났던 인기를 추억하는 훈훈한 모습으로 끝을 맺었지만 대중이 기억하는 이미지와 달라져버린 왕년의 스타를 바라보는 대중과 조성모 자신도 씁쓸한 뒷맛을 지울 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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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창순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내딛은 신입기자. 한 후배는 한 번도 먹어 보지 않은 젤리 같은 사람이라고 평했다. 공연과 영화, 전시회를 보고 누리꾼들과 소통하는 지식소매상. 내가 쓴 글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대신 그래도 세상은 움직이고 있다는 희망의 증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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