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먹방 권하는 사회 <맨발의 친구들 - 집밥 먹기 프로젝트>

이 프로그램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일부 방송의 주변부를 떠돌던 ‘먹방’이 주말 황금 시간대 예능 프로그램의 소재로 쓰였다. 그것이 바로 <맨발의 친구들 – 집밥 먹기 프로젝트>다. 처음에는 신선했다. 단순히 연예인의 집 소개를 하는 프로그램은 많았지만 그 연예인의 집에서 밥을 먹는 프로그램은 없었다. 손맛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집에나 밥도둑은 있는 법이다. 대중들이 연예인의 사적인 공간에 들어가 식사대접을 받는 듯한 느낌은 새로운 재미였다.


‘먹방’이라고 들어 봤는가? 요즘 많이 쓰는 말이지만 그 시작을 아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한 인터넷 방송에서 진행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먹기만 하는데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있고 심지어 그 진행자가 인기 진행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옛말에 먹을 때 옆에서 쳐다보는 것처럼 추접스러운 일이 없다고 하는데, 왜 우리는 다른 사람이 먹는 것을 보게 되는 것일까?

일본에는 먹방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1인 가족의 형태가 늘어나면서 혼자 밥 먹는 사람도 많아졌다. 아무리 우리나라보다 혼자 밥 먹는 것에 더 익숙한 일본이라도 사실 혼자 먹는 것이 편할지언정 재미있거나 맛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을 위해 다양한 계층의 먹는 모습을 촬영해서 DVD로 판매를 했다.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은 그것을 보면서 먹으면 마치 여럿이서 먹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먹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먹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위한 것이다.

일부 방송의 주변부를 떠돌던 ‘먹방’이 주말 황금 시간대 예능 프로그램의 소재로 쓰였다. 그것이 바로 <맨발의 친구들-집밥 먹기 프로젝트>다. 처음에는 신선했다. 단순히 연예인의 집 소개를 하는 프로그램은 많았지만 그 연예인의 집에서 밥을 먹는 프로그램은 없었다. 손맛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집에나 밥도둑은 있는 법이다. 대중들이 연예인의 사적인 공간에 들어가 식사대접을 받는 듯한 느낌은 새로운 재미였다.


더군다나 다른 사람도 아닌 강호동이 아닌가. 아마 갈 곳을 잃은 <맨발의 친구들>이 마지막으로 믿은 것이 강호동이었을 것이다. ‘강호동의 먹방’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잘 먹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먹으면 배가 차오르는 게 느껴지는 다른 이들에 비해 강호동은 실제인지 연기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끊임없이 먹었다. 실컷 차려진 음식을 먹고 마무리로 자신만의 레시피로 이것저것 섞어서 만드는 집 밥의 하이라이트 비빔밥은 정말 압권이었다. 물론 정말 잘 먹는 것만 보여준다면 아마추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 속에서도 시청자에게 재미를 줄 만한 요소를 찾아야 한다. 그게 바로 그가 가장 잘 하는 ‘경쟁’이다. 식신 정준하와의 대결은 유치하지만 재미있었다. 물론 시청자들은 일차원적으로 누가 더 많이 먹는지만 궁금한 것은 아니다. 둘 다 잘 먹는다는 것이 이미 전제돼 있기 때문에 결과보다는 과정이 재미있어야 한다. 마치 아무것도 아닌 일에 사활을 거는 아이들 같다고나 할까. 참 유치하지만 재미있는 단순한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무조건 잘 먹는 것만 보여준다면 또 뭔가 허전하다. 여기에 양념을 쳐주는 것이 바로 은지원이다. 솔직한 캐릭터만큼이나 그가 먹는 방법 또한 솔직하다. 맛이 없으면 안 먹는다. 온갖 음식을 먹는 진행자를 보면서 저 이는 어떻게 가리는 음식이 하나도 없는지 의아해했던 적이 있다. 물론 사람이 어떻게 가리는 게 없을 수 있을까. 그는 배고파서 먹는 것이 아니라 살려고 먹는 것 아니었을까. 허나 은지원은 다르다. 먹기 싫으면 먹지 않는다. 평소에는 먹지 않는 음식이지만 강호동이 옆에서 하도 잘 먹기에 한 입 먹어보게 되고 그러다보면 맛있어서 허겁지겁 먹는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연출해서 보여주기 힘든 굉장히 친근하고 호감 가는 캐릭터다.


이 프로그램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실 연예인의 밥도둑을 찾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있다. 밥도둑을 가지고 일명 ‘독거 연예인’ 집으로 찾아가서 함께 밥을 먹는 것이다. 이 장면은 특별히 재미있지는 않았다. 물론 전현무 같은 경우 이사를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너무 텅 빈 모습과 귀찮음의 절정에 오른 소품들이 웃음을 주기는 했지만 그냥 단순한 집 구경에 불과하다. 독거 연예인들이 보이는 리액션 또한 뻔하다. 당연히 맛있게 먹는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가 먹방을 보는 이유는 다른 사람이 먹는 것을 보기 위함이 아니다. 함께 먹고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독거 연예인을 찾아가는 것은 비단 그 연예인뿐만 아니라 지금 방송을 혼자 보고 있는 시청자들을 찾아가서 함께 먹고 함께 웃고 떠들겠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맨발의 친구들>을 보면서 재미있다면 그만큼 사람에 고팠다는 게 아닐까.


[관련 기사]

-처월드에 입성한 사위 김보성, <백년손님 - 자기야>
-<화신>을 통해 본 토크쇼의 한계와 기대
-문제아들을 세상 밖으로 끌어낸 <송포유>, 그 논란에 대한 단상
-프레임 안으로 들어온 아버지
-여행 리얼 버라이어티의 정석 - tvN <꽃보다 할배>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최창순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내딛은 신입기자. 한 후배는 한 번도 먹어 보지 않은 젤리 같은 사람이라고 평했다. 공연과 영화, 전시회를 보고 누리꾼들과 소통하는 지식소매상. 내가 쓴 글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대신 그래도 세상은 움직이고 있다는 희망의 증거가 되길 바란다.

오늘의 책

우리는 서로의 용기가 될 수 있기에

「빛의 호위」가 긴 이야기로 돌아왔다. 도처에서 폭력이 일어나는 이 시대에 우리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사소한 호의와 연대를 조해진 식으로 따스하게 그려냈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현실을 대면하게 하고,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 작가가 찾아낸 고귀한 사랑의 파장을 느껴본다.

세대를 아우르는 인생 탐구 이야기

〈밀라논나〉 장명숙의 신작 에세이. 기획자 이경신과 함께 사유한, 자기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담았다. 잘 늙는 법부터 사랑하는 법까지. 현실의 주제를 토대로 나눈 둘의 이야기는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마음가짐을 전하며, 각자가 꿈꾸는 모양의 인생을 그려가는 이들을 응원 한다.

한국인은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가

박정재 교수의 한반도 빅히스토리. 기후학, 고유전학, 고고학, 언어학을 통섭해 한국인 형성사를 추적했으며, 주기적인 기후 변화가 '한민족'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한다. 사피엔스의 이동부터 2100년 한반도 예측까지, 한국인의 기원에 대한 담대한 이야기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준다.

결국 해내고마는 사람들의 비밀

각본 없는 드라마, 스포츠에서 선수들이 펼치는 활약은 감동이다. 우리는 승자에 열광한다. 초일류 선수는 뭐가 다를까? 어제의 나와 오늘의 경쟁자를 이기는 비결에 관해 스포츠 정신의학 전문의 한덕현 교수와 국내 최초 3연속 올림픽 메달리스트 김아랑 저자가 공개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