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이라고 들어 봤는가? 요즘 많이 쓰는 말이지만 그 시작을 아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한 인터넷 방송에서 진행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먹기만 하는데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있고 심지어 그 진행자가 인기 진행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옛말에 먹을 때 옆에서 쳐다보는 것처럼 추접스러운 일이 없다고 하는데, 왜 우리는 다른 사람이 먹는 것을 보게 되는 것일까?
일본에는 먹방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1인 가족의 형태가 늘어나면서 혼자 밥 먹는 사람도 많아졌다. 아무리 우리나라보다 혼자 밥 먹는 것에 더 익숙한 일본이라도 사실 혼자 먹는 것이 편할지언정 재미있거나 맛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을 위해 다양한 계층의 먹는 모습을 촬영해서 DVD로 판매를 했다.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은 그것을 보면서 먹으면 마치 여럿이서 먹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먹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먹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위한 것이다.
일부 방송의 주변부를 떠돌던 ‘먹방’이 주말 황금 시간대 예능 프로그램의 소재로 쓰였다. 그것이 바로 <맨발의 친구들-집밥 먹기 프로젝트>다. 처음에는 신선했다. 단순히 연예인의 집 소개를 하는 프로그램은 많았지만 그 연예인의 집에서 밥을 먹는 프로그램은 없었다. 손맛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집에나 밥도둑은 있는 법이다. 대중들이 연예인의 사적인 공간에 들어가 식사대접을 받는 듯한 느낌은 새로운 재미였다.
더군다나 다른 사람도 아닌 강호동이 아닌가. 아마 갈 곳을 잃은 <맨발의 친구들>이 마지막으로 믿은 것이 강호동이었을 것이다. ‘강호동의 먹방’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잘 먹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먹으면 배가 차오르는 게 느껴지는 다른 이들에 비해 강호동은 실제인지 연기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끊임없이 먹었다. 실컷 차려진 음식을 먹고 마무리로 자신만의 레시피로 이것저것 섞어서 만드는 집 밥의 하이라이트 비빔밥은 정말 압권이었다. 물론 정말 잘 먹는 것만 보여준다면 아마추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 속에서도 시청자에게 재미를 줄 만한 요소를 찾아야 한다. 그게 바로 그가 가장 잘 하는 ‘경쟁’이다. 식신 정준하와의 대결은 유치하지만 재미있었다. 물론 시청자들은 일차원적으로 누가 더 많이 먹는지만 궁금한 것은 아니다. 둘 다 잘 먹는다는 것이 이미 전제돼 있기 때문에 결과보다는 과정이 재미있어야 한다. 마치 아무것도 아닌 일에 사활을 거는 아이들 같다고나 할까. 참 유치하지만 재미있는 단순한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무조건 잘 먹는 것만 보여준다면 또 뭔가 허전하다. 여기에 양념을 쳐주는 것이 바로 은지원이다. 솔직한 캐릭터만큼이나 그가 먹는 방법 또한 솔직하다. 맛이 없으면 안 먹는다. 온갖 음식을 먹는 진행자를 보면서 저 이는 어떻게 가리는 음식이 하나도 없는지 의아해했던 적이 있다. 물론 사람이 어떻게 가리는 게 없을 수 있을까. 그는 배고파서 먹는 것이 아니라 살려고 먹는 것 아니었을까. 허나 은지원은 다르다. 먹기 싫으면 먹지 않는다. 평소에는 먹지 않는 음식이지만 강호동이 옆에서 하도 잘 먹기에 한 입 먹어보게 되고 그러다보면 맛있어서 허겁지겁 먹는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연출해서 보여주기 힘든 굉장히 친근하고 호감 가는 캐릭터다.
이 프로그램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실 연예인의 밥도둑을 찾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있다. 밥도둑을 가지고 일명 ‘독거 연예인’ 집으로 찾아가서 함께 밥을 먹는 것이다. 이 장면은 특별히 재미있지는 않았다. 물론 전현무 같은 경우 이사를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너무 텅 빈 모습과 귀찮음의 절정에 오른 소품들이 웃음을 주기는 했지만 그냥 단순한 집 구경에 불과하다. 독거 연예인들이 보이는 리액션 또한 뻔하다. 당연히 맛있게 먹는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가 먹방을 보는 이유는 다른 사람이 먹는 것을 보기 위함이 아니다. 함께 먹고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독거 연예인을 찾아가는 것은 비단 그 연예인뿐만 아니라 지금 방송을 혼자 보고 있는 시청자들을 찾아가서 함께 먹고 함께 웃고 떠들겠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맨발의 친구들>을 보면서 재미있다면 그만큼 사람에 고팠다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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