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돈 눈물의 의미, 우리는 이해한다 <무한도전-자유로 가요제>
8년 장수 예능프로그램의 비결
기대감으로 잘 흘러가던 방송에서 단체곡을 녹음하던 정형돈이 갑자기 눈물을 보였다. 다소 당황스러운 장면이었다. 배우는 관객을 울려야지 스스로 울어서는 안 되는 법이다. 허나 <무한도전>에서 만큼은 가능한 일이었다. 멤버들의 진심이 담긴 가사에 지난 8년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면서 자기설움에 눈물을 보인 것이다.
8년째 방송되고 있는 <무한도전>, 빠르게 바뀌는 방송의 흐름 속에서 유행을 즉각적으로 반영해야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8년 동안 방송된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예전만 못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방송이라는 것이 원래 주관적이지 않은가. 이미 <무도>의 골수팬들은 시청자가 아니라 제8의 멤버가 되어 각 미션마다 출연진들과 함께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그래서 8년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라깡에 따르면 인간은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가 가장 완전한 상태라고 한다. 태어나면서 어머니와 연결된 탯줄이 끊어지는 순간 자신을 반쪽이라고 느끼는 결핍 상태가 지속된다. 아기는 자라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반쪽을 찾아 완전체가 되길 욕망한다. 그러다가 만나는 것이 거울이다. 사물의 인지가 정확하게 발달되지 않은 아이는 거울 속의 이미지가 자신인 줄 모르고 결핍된 반쪽이라고 생각하고 집착한다. 그러다가 결국 그 이미지가 자신인 것을 깨닫고 다시 좌절하게 되는데, 성인이 된 후 제2의 거울단계가 바로 방송이라고 할 수 있다.
결핍을 채우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극 중 인물에 몰입하게 만든다. 물론 자신과 극의 인물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만 몰입하는 순간만큼은 오랜 결핍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무한도전>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면서 시청자일 뿐 아니라 제8의 멤버이자 때로는 연출자가 되어 <무한도전>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제시하기도 한다.
올해도 <무한도전-자유로 가요제>가 시작되어 기대만큼의 웃음을 주고 있다. 단연 눈에 띄는 건 정형돈과 지드래곤이 만들어내는 앙상블이다. 정말 상반된 성향의 둘이 만나 웃음을 만들어낸다. 패셔니스타로 알려진 지디와 옷에 전혀 관심이 없는 정형돈, 하지만 정형돈은 이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지디에게 패션을 가르친다. 최고의 영향력을 지닌 아이돌에게 다른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데 정형돈만큼은 캐릭터 상이지만 하대한다. 이는 철저한 계산 끝에 나온 캐릭터다. 스타는 대중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만 한다. 너무 멀어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가까워서도 안 된다. 잡힐 듯 잡히지 않아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톱스타가 되면 대중의 사랑이 커지는 만큼 스타는 신격화되어 결국 대중과의 거리가 멀어지고 만다. 멀어지는 만큼 스타성도 커지지만 그만큼 스타는 대중과의 괴리감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이런 괴리감을 줄여준 것이 바로 정형돈이다. 하는 것마다 잘 나가는 스타를 친근한 코미디언이 하대함으로써 스타와 대중과의 거리를 좁혀준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역설적인 유머 속에서 유쾌함을 느낀다.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소라’의 출연이었다. 유재석이 참가곡 장르를 정할 때 했던 말처럼 가요제는 신나야 한다. 기존의 가수들은 에너지 넘치는 이들이 참가해 정말 <무한도전>다운 음악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김C는 다르다. 우리가 생각하는 <무한도전>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다. 그런 김C가 가요제에 나온다는 것도 어울리지 않고 역시나 정준하와의 호흡도 잘 맞는 것 같지 않다. 만약 <무한도전>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신나는 음악을 하는 가수만을 섭외했다면 결코 8년을 이어갈 수 없었을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떠나 모든 프로그램은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주어야 한다. 자칫 재미로만 치우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균형을 김C를 통해서 맞추고 가요제의 본뜻을 살리면서 참가곡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이소라의 코러스다. 자신의 방송조차 쉽게 하지 않는 가수가 코러스를 위해 카메라 앞에 섰다는 것 자체가 가요제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기대감으로 잘 흘러가던 방송에서 단체곡을 녹음하던 정형돈이 갑자기 눈물을 보였다. 다소 당황스러운 장면이었다. 배우는 관객을 울려야지 스스로 울어서는 안 되는 법이다. 허나 <무한도전>에서 만큼은 가능한 일이었다. 멤버들의 진심이 담긴 가사에 지난 8년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면서 자기설움에 눈물을 보인 것이다. 시청자라면 이해할 수 없었겠지만 제8의 멤버라면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일이다. 어느새 우리는 7명의 멤버가 만들어내는 말이나 행동만을 보지 않고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들이 쏟았을 땀과 눈물, 노력을 짐작하고 있다. 그렇기에 예능 프로그램이 8년을 이어갈 수 있었고 시청자들은 그들과 함께 웃고 울면서 추억을 쌓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무한도전>은 도전의 결과가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어떤 도전을 하든지 그 도전으로 인해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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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세상에 발을 내딛은 신입기자. 한 후배는 한 번도 먹어 보지 않은 젤리 같은 사람이라고 평했다. 공연과 영화, 전시회를 보고 누리꾼들과 소통하는 지식소매상. 내가 쓴 글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대신 그래도 세상은 움직이고 있다는 희망의 증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