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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민의 케이팝 장인 정신 : 태민 ‘Advice’
태민 미니앨범 3집 : Advice
진짜 종교에 가까운 건 태민의 자신에 대한 믿음과 노력일지도 모른다. 그 믿음의 시간이 빚은 장인정신이 오늘도 무대 위에서 춤춘다. 그의 가장 신실한 파트너와 함께. (2021.05.20)
한 가지 기술에 통달할 만큼 오랫동안 전념하고 작은 부분까지 심혈을 기울이고자 노력하는 정신. 네 글자로 줄여 ‘장인 정신’은 인간이 개인의 삶을 통해 이뤄낼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이자 삶을 대하는 태도 가운데 가장 숭고한 것으로 여겨진다. 장신 정신의 핵심은 시간과 집중이다. 특정한 기술 또는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위해 상상하기 힘든 시간을 투자하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작은 부분까지 신경 써 가며 거듭되는 수정을 거쳐 ‘최종의 최종’에 도달하고자 하는 행위. 심지어 그 끝에 성공일지 실패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장인 정신이 요구하는 건, 그렇게 오랜 연마 끝에 끝내 실패를 만나게 될지라도 좌절하지 않는 인간 본성에 자리한 초인적인 향상심이다.
몇 년 전 샤이니 태민에 관한 글을 쓰며 그를 ‘케이팝의 아이’라고 칭한 적이 있다. 케이팝이 낳고 케이팝 안에서 자라난 아이. 태민을 직접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조금 송구한 마음이 들지만 실제로 무대 위를 점령하고 있는 태민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절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표현이다. 태민이 처음 케이팝 신에 등장한 건 2008년, 만 열다섯이 된 해였다. 다소 간지러운 제목인 ‘누난 너무 예뻐’가 부담스럽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센터에서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춤을 추던, 누구에게나 ‘누나’라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비주얼의 메인 댄서 태민의 존재 덕분이었다.
정글보다 각박하다는 케이팝 신에서 13년, 태민은 살아남았다. 사실 태민의 지금을 생각하면 살아’남았다’는 말이 무안하다. 그의 목표는 남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아가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태민은 여전히 그리고 영원히 그룹 샤이니의 막내지만, 동시에 이 넓은 케이팝의 품 안에서 대등한 라이벌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정상에 우뚝 선 솔로 가수다. 그런 그가 2014년 처음으로 발표한 데뷔 앨범 제목은 <ACE>였다. 첫 앨범치고는 과감하다 싶었던 제목은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넌 철저해’라는 노랫말로 시작하는 데뷔곡 ‘괴도 (Danger)’가 가진 신중한 태도 그대로 태민은 지난 7년간 리패키지와 일본 앨범 포함 총 11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물론 그룹 활동은 제외한 수치다. 숫자도 숫자지만 활동마다 선보인 무대들의 무게감이 남달랐다. ‘MOVE’, ‘WANT, ‘CRIMINAL’과 ‘(IDEA:理想)’, 입대 전 마지막으로 발표한 미니 3집 타이틀 곡 ‘Advice’까지. 태민과 태민의 무대는 단 한 번도 사람들을 실망하게 하는 법이 없었다.
짧지 않은 시간, 누구보다 많은 사람의 눈에 노출된 삶을 살며 늘 기대를 충족시키거나 그 이상을 해낸다는 것. 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건 결국 무대를 향한 태민의 장인정신이다. 그가 가진 아우라의 근간이 압도적인 피지컬이나 감정의 과잉이 아니라는 걸 생각하면 그런 심증은 더욱 강한 확신이 된다. 금단의 열매나 관능 같은 단어를 엮어 유혹적으로 노래해도, 온몸에 상처를 긋고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 피아노 앞에 늘어져 있어도, 이성과 본능 앞에 메시아를 찾으며 울부짖어도 상관없다. 오글거린다나 과하다는 단어가 불경하게 느껴지는 그 아우라는 그것이 곧 태민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결론으로 수렴한다. 시간과 집중, 두 요소의 적절한 조화 없어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이 경지는 ‘태민이 하면 다르다’나 ‘탬또롤(태민이 또 롤모델이다)’이라는 표현들로 이어졌다. 그는 첫 앨범 <ACE> 커버에 직접 이런 문장을 적었다. ‘꿈을 위한 나의 노력이 지금의 나 자신을 만든 것처럼, 나는 더 큰 목표를 위해 믿음을 갖고 노력할 것이다(As my effort for the dreams has made me become who I am today, I will continue to strive for higher goals with faith)’. 흔히들 가수를 향한 팬의 사랑을 종교에 비유한다지만, 오히려 진짜 종교에 가까운 건 태민의 자신에 대한 믿음과 노력일지도 모른다. 그 믿음의 시간이 빚은 장인정신이 오늘도 무대 위에서 춤춘다. 그의 가장 신실한 파트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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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케이팝부터 인디까지 다양한 음악에 대해 쓰고 이야기한다. <시사IN>,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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