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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만난 100%의 여자아이 : Weeekly(위클리) ‘After School’
Weeekly(위클리) ‘After School’
‘지금 이 순간은 돌아오지 않아 / 여기 눈부시게 반짝이는걸’ 이들이 내뿜는 싱그러운 에너지에서, 그토록 찾아 헤맨 100%의 여자아이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작은 희망이 싹튼다 (2021.04.07)
유리알처럼 반짝이는 눈동자, 주름 하나 없이 빳빳한 블라우스 깃과 발목에 맞춰 단정하게 두 번 접은 새하얀 양말, 비바람이 몰아쳐도 단 한 올도 흐트러지지 않는 긴 생머리. 강산이 몇 번을 바뀌어도 절대 바뀌지 않는 10대 여자아이의 프로토타입을 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어 갔다. 있지도 않았던 첫사랑을 떠올리며 아련한 추억에 잠기는 이가 있는가 하면, 저런 건 상상 속에서나 존재한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이도 적지 않았다. 현실은 당당한 후자의 승리였다. 떨어지지 않는 아침잠에 눈곱만 겨우 떼고 나온 눈에는 노상 잠이 들러붙어 있었고 양말은 짝짝이로나 안 신고 오면 다행이었다. 50데니어 스타킹으로는 도무지 막을 수 없는 한겨울 칼바람에서 여자아이들을 지켜주는 건, 오로지 체육복 바지뿐이었다.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10대 여자아이를 환상과 망상의 영역으로 밀어 넣은 데 케이팝의 혐의가 없었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생산자도 향유자도 10대를 시작점으로 잡은 탓에 학교를 배경으로 한 10대들의 우정과 사랑, 꿈 이야기가 태생적으로 빠질 수 없었고, 덕분에 교복은 자연스럽게 신인 아이돌이라면 필수로 거쳐 가는 통과의례가 되었다. 모범생에서 반항아, 때로는 부적절한 성적 대상화까지 수백 수천 번 반복되어 온 같은 테마의 변주는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20년 6월 데뷔한 Weeekly(위클리)도 그 거부할 수 없는 유구한 하이틴 문화의 역사 위에서 태어난 여성 그룹이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장르를 ‘하이틴’이라고까지 정의하는 이들의 굳건한 의지는 데뷔곡 ‘Tag Me(@Me)’만 봐도 알 수 있다. 시원한 드럼과 기타 사운드를 배경으로 성실하게도 교실과 교복으로 시작되는 노래는 ‘긴 머리에 하늘하늘 청순가련’한 드라마 속 소녀는 내 타입이 아니라며 그런 나를 보며 별나다고 수군대는 사람들의 시선을 외면한 채 앞으로 달려 나간다. 시원한 한편 요즘 대세라는 ‘남들과는 다른 나’ 서사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구나 잠시 판단을 유보한 사이, 이들은 신경 쓰이는 균열을 자꾸만 들이밀었다. 두 번째 미니앨범의 타이틀곡 ‘Zig Zag’는 예민하고 섬세한 10대 여자아이들의 심리를 ‘엇박자로 달려대는 맘’으로 풀어내며 그런 ‘삐걱대고 어설픈 나’를 그래도 즐겨보겠다는 다짐과 함께 또다시 앞으로 달려 나갔다. 이들이 그토록 달리면서도 ‘궁금해 눈을 뗄 수 없었던’ 건 돌림노래 같은 오빠가 아닌 선배 언니였고(‘언니’), 교복으로 맞춰 입은 무대 의상에는 무릎길이의 반바지가 매치되어 있었다.
파격적이지는 않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꼭 파격적일 필요가 있나 싶다. 그룹 위클리가 그려내는 건 너와 나 사이 언제나 있었고 지금도 어디에나 있을 것이 분명한 세상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건강한 여자아이들이다. 온종일 널 뛰는 기분에 시달리다가도 그날 밤 일기에 조금 두렵지만 더 용감해지고 싶다는 다짐을 몰래 써놓는, 꿈과 용기를 가진 여자아이. 친구의 ‘이따 거기서 보자’는 문자 메시지에 얼른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스케이트보드를 챙겨 교문 밖으로 뛰쳐나가는 그런 여자아이. 신곡 ‘After School’에서 친구와 함께 바람을 가르며 자유를 즐기던 이들은 노래한다. ‘지금 이 순간은 돌아오지 않아 / 여기 눈부시게 반짝이는걸’. 갈대 같다느니 신비롭다느니 풀 수 없는 암호 같다느니 하는 게으른 치들의 말이 각자의 몫으로 주어진 매일이 가진 힘에 맥없이 쓰러진다. 존재 그대로 존재한다. 이들이 내뿜는 싱그러운 에너지에서, 그토록 찾아 헤맨 100%의 여자아이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작은 희망이 싹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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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케이팝부터 인디까지 다양한 음악에 대해 쓰고 이야기한다. <시사IN>,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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