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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성장소설 : 데이식스(DAY6)의 울퉁불퉁한 청춘
미니앨범 7집 <The Book of Us : Negentropy - Chaos swallowed up in love>
이야기는 끝났지만, 혼란 속 찾은 이 사랑의 빛만은 그에 온전히 공감한 너와 나의 것이다. 비록 그것이 틀린 답이라도, 내일이 오지 않더라도. (2021.04.21)
시대를 넘어 꾸준히 사랑받는 이야기 장르 가운데 ‘성장물’이 있다. 소설로 말하면 『데미안』이나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오를 테고, 영화라면 연령대에 따라 <스탠바이 미>나 <키즈 리턴>, <고양이를 부탁해>처럼 다양한 작품이 쏟아질 것이다. 그렇게 소설이나 영화로 먼저 쉽게 접하게 되는 이 장르는 말 그대로 주인공의 성장이나 성숙을 그린다. 덕분에 10대나 20대 젊은이가 중심인물이 되는 경우가 많고, 이들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넘어지고 깨지며 나름의 성장을 해나간다. 다시 일어설 수도 있지만, 처박힌 자리에서 그대로 뿌리 내릴 수도 있다. 그렇게 자리 잡은 진흙탕이 희망의 씨앗을 품었을 수도 있고, 모두의 축복 속에 막을 내린 엔딩이 실은 지옥의 초입일 수도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과 그럼에도 끝내 깨닫고 어떻게든 나아가는 젊음에 대한 믿음이 성장물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일 것이다.
한편 무언가를 책 한 권, 영화 한 편에 비유하는 건 쉽다. 길이도, 내용도, 장르도 천차만별이거니와 기/승/전을 거쳐 그것이 희극이건 비극이건 결말은 반드시 나기 마련이니 이보다 수월하고 그럴싸한 은유를 찾기 어렵다. JYP엔터테인먼트의 5인조 밴드 데이식스(DAY6)도 그런 고전적인 방식을 택했다. 2017년 한 해 동안 진행된 월간 싱글 프로젝트 ‘Every Day6’와 ‘청춘(Youth)’이라는, 이제는 닳고 닳아 본래가 어떤 색깔이었는지도 희미한 단어를 자신들만의 형태로 재조합하던 이들이 2019년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제목은 ‘The Book of Us’. 우리의 이야기가 담긴, 우리의 책.
시작이 좋았다. 해맑은 표정으로 건넨 책의 첫 장에 쓰인 건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였다.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을 같이 써 내려 가자’며 의심 없이 내달린 곡은 데이식스에게 데뷔 4년 만의 첫 음악방송 1위라는 선물을 안겼다. 한 번 넘어가기 시작한 페이지는 거침이 없었다. 무질서와 에너지의 분산을 뜻하는 열역학 상태함수인 엔트로피(Entropy) 개념을 가져와 사랑이 만들어 내는 무수한 파장을 그려낸 세 번째 정규 앨범 <The Book of Us: Entropy>과 그렇게 한바탕 폭풍우가 지나간 뒤 남은 불안정한 상태를 특유의 애상으로 그려낸 미니 앨범 <The Book of Us: The Demon> 모두 안정적인 사랑을 받았고, 타이틀곡 ‘Sweet Chaos’와 ‘Zombie’는 물론 수록곡 모두 ‘믿듣데(믿고 듣는 데이식스)’라는 별명을 만족하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멤버들이 함께 무대에 서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몸과 마음이 아파 잠시 휴식을 택해야 했던 멤버도 있었다.
2021년 4월 발매된 <The Book of Us: Negentropy - Chaos swallowed up in love>는 이들이 그렇게 직접 구르고 부딪혀 엮어낸 책의 마지막 챕터다. 1년 9개월 가까이 이어진 연재의 마무리에서 이들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꺼내 든다. 청춘만큼이나 흔해진 사랑은 그러나, 데이식스의 시간 안에서 자신들만의 성장을 이룬다. 앨범은 밴드로 구현할 수 있는 다채로운 음악 형식을 빌어 비현실적일 정도로 무구한 사랑을 노래하지만, 그 사랑은 마냥 핑크빛이 아니다. 데이식스가 찾은 사랑이라는 답은 결과가 아닌 믿음이자 의지다. 지금 나를 살게 하는 이 사랑이 나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세상에 둘도 없는 하나라고, 무적의 완벽이라고. 오직 ‘사랑’을 지켜내기 위한 외침이 수없이 이어진다.
덕분에 앨범은 깨끗하게 표백된 청춘이나 변치 않는 행복을 약속하는 사랑이 아닌 내일을 약속할 수 없는 울퉁불퉁한 감정들로 온통 뒤덮여 있다. 그렇게 위태롭게 굴러다니는 사랑 가운데 하나를 집어 들어 한 입 베어 물어본다. 생각보다 달콤하고 시원하다. 데이식스의 긴 책을 쓰고 읽은 이들이 느낀 것, 겪은 것들이 쌓여 끝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만들어낸 나름의 맛이다. 노래 ‘Healer’의 ‘사랑하나요, 사랑할 건가요’라는 질문에 시원하게 쏟아지는 ‘Yes’라는 대답이 봄날의 솜사탕처럼 마냥 허황하게 들리지 않는 건 그런 이유다. 누군가의 성장을 오래 사랑해 온 여리게 흔들리는 마음 그대로 책을 덮는다. 이야기는 끝났지만, 혼란 속 찾은 이 사랑의 빛만은 그에 온전히 공감한 너와 나의 것이다. 비록 그것이 틀린 답이라도, 내일이 오지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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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케이팝부터 인디까지 다양한 음악에 대해 쓰고 이야기한다. <시사IN>,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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