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예스24 만화 MD 이주은] ‘삶’이란 가정(假定) 앞에 우리는

『진, 진』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책은 삶이 이렇다고 정의하지 않는다. 그저 그 속에 살아가는 비슷한 숨들을 그릴 뿐이다. (2021.01.08)

언스플래쉬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는 갔다. 떠나간 해도 많은 태어남과 죽음이 있었다. 그 속엔 누군가의 희망 담긴 결단이, 고통을 담은 포기가 있다. 고통과 희망을 끊임없이 저울질하는 것일지 모르는 인생. 지금을 숨 쉬는 우리는 결국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이루며 살아있다.

동생의 등록금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다, 소식 없던 아버지의 사망을 알게 된 청년 진아. 무연사로 사망한 아버지의 사망 신고로 인해 골머리를 앓던 진아의 삶 속에는 길가의 사슴 사체, 자살 시도를 한 옆방의 이웃 등 여러 죽음이 지나쳐 간다. 남편을 일찍 떠나보내고 중년이 되어 급작스러운 임신을 한 수진. 아들의 혼전임신 소식, 새끼를 밴 길고양이. 수진의 삶은 진아와 반대로 여러 시작을 마주한다.

그러나 나이도 직업도 다른 진아와 수진의 인생은 닮았다. 탄생과 죽음 뒤에 남겨진 이들이 겪는, 무엇이 정답인지 모른 채 남아있기에 사는 삶. 그들은 비슷하게 혼란하고 비슷하게 괴롭다. 진아와 수진이 잠시 마주했던 그 날 밤 차 안. 그 잠시에 담긴 호의와 공감은, 서로를 닮은 삶에 그들도 모르게, 우러나왔던 것은 아닐까.



모르겠다. 누구는 그냥 살라 하고, 누구는 대비하라 하고. 대비하면서 하루하루를 그냥 살면 끝인가…? 사는 의미는 뭔지 모르겠고 산만큼의 세월은 더 남았는데 그 세월은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  – 수진

허탈하다. 그때는 안됐지만, 오늘은 된다. 신청한 사람은 같고 처리한 사람만 다르다. 죽음에 있어서는 나와 아버지의 거리보다 공무원이 더 가까운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아버지의 죽음을 ‘인정’ 받았다.  – 진아

책은 삶이 이렇다고 정의하지 않는다. 그저 그 속에 살아가는 비슷한 숨들을 그릴 뿐이다. 삶은 하나의 커다란 가정(假定) 같다. 매 순간 고민하는 삶의 의미. 살아감의 이유. 매번 모르겠다는 결론이 이른다. 나는 이제 관점을 바꿔,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삶의 이유를 내가 직접 부여하려 한다. 삶이 고통이라면 그것을 이겨내려 안간힘을 쓰고, 삶이 기쁨이라면 그것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걸 이유로. 모르기에 고요히 그려보는 희망과 그렇게 나아가는 하루하루를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는다.



진, 진
진, 진
이동은,정이용 글그림
창비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주은(도서MD)

진, 진

<이동은>,<정이용> 글,그림 12,600원(10% + 1%)

“삶이 고통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만 목청껏 함께 노래를 부르는 일이다” 삶과 죽음, 그 사이에서 나아가는 우리 모두의 고민 서로 다른 상황에 놓인 두 주인공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죽음, 그리고 그 죽음을 딛고 조금씩 나아가야 하는 현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린 만화 『진, 진』이 출간되었다.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트럼프의 귀환, 위기인가? 기회인가?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거머쥔 트럼프.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 트럼프 2기 정부의 명암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하는 박종훈 저자의 신간이다. 강경한 슈퍼 트럼프의 시대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어떠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그 전략을 제시한다.

이래도 안 읽으실 건가요

텍스트 힙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독서가 우리 삶에 필요해서다. 일본 뇌과학계 권위자가 뇌과학으로 입증하는 독서 예찬론. 책을 읽으면 뇌가 깨어난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이해력이 상승하며 즐겁기까지 하다. 책의 장르는 상관 없다. 어떤 책이든 일단 읽으면 삶이 윤택해진다.

죽음을 부르는 저주받은 소설

출간 즉시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 관련 영상을 제작하려 하면 재앙을 몰고 다니는, 저주받은 소설 『밤이 끝나는 곳』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이 함께 떠난 크루즈 여행 중 숨겨진 진실과 사라진 작가의 그림자가 서서히 밝혀진다.

우리 아이 영어 공부, 이렇게만 하세요!

영어교육 전문가이자 유튜브 <교집합 스튜디오> 멘토 권태형 소장의 첫 영어 자녀 교육서.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초등 영어 교육의 현실과 아이들의 다양한 학습 성향에 맞는 영어 학습법을 제시한다. 학부모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과 실천 방안을 담았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