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에세이 MD 김주리 추천] 모든 어른이 나눌 이야기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작가의 모든 문장과 임진아 작가의 그림까지 완벽하게 따뜻한, 모든 어른들이 나눴으면 하는 책. (2020.12.28)
마주치는 어린이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어른이었더라? 식당에서 시끄러운 아이들을 보고 얼굴을 찡그리진 않았나. 무빙워크에서 장난치는 아이들을 보고 속으로 ‘아이고, 저러다 다치지.’ 했던 것 같다. 왜 “위험해요, 다칠 수도 있어요!”하고 말 한마디 안 건넸을까. 왜 나와는 다른 세계라 선 긋고 관여하려 하지도 않았던 걸까. 읽는 내내 부끄러웠다.
후회하는 동시에 앞으론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그려봤다. 어린이를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그 구체적인 방법은 이미 책에 적혀있다. 그중 일부를 옮기자면 나도 “어린이의 품위를 지켜 주는 품위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어린이 앞에서만 그러면 연기가 들통나기 쉬우니까 평소에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감사를 자주 표현하고, 사려 깊은 말을 하고, 사회 예절을 지키는 사람.”(45쪽)이 되고 싶다. 책은 이처럼 어린이를 반기는 마음가짐을 넘어, 내가 어떻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까지 알게 한다.
사실 나는 김소영 작가님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의 말랑한 유머와 올곧은 마음, 어린이와 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에 완전히 반해버리고 말았다. 내가 9살이었으면 독서교실에서 살았을 텐데…… 아니 조카나 친한 어린이가 있었다면 당장 독서교실에 전화를……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맨 앞으로 돌아가 작가가 독서교실의 어린이들에게 남긴 말을 다시 읽고는 울 뻔했다. "어린 시절의 한 부분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을 아는 것이 저의 큰 영광입니다."(9쪽)
어린이라는 세계는 나의 세계였기도 하다. 지금도 나를 이루는 큰 축이지만 바쁜 하루들을 지내느라 까맣게 잊고 있던 어린 시절. 책은 그 시기를 추억하게 한다. 부모님과 함께 자다 처음 혼자 자는 날 새벽에 깨 무서웠던 기억, 동네 놀이터에 타임캡슐을 묻었던 일(그곳은 이미 10년 전 시멘트로 매립돼 주차장이 됐다), 내 형제는 내가 아무렇게나 벗어둔 신발까지 정리해 신발장에 넣어주던 품위 있는 어린이였다는 사실도.
추억들에서 나아가 어린 나를 보듬어 주기도 한다. 냉정한 말투로 나를 혼냈던 선생님, 당시 나를 할퀴었던 말이 이젠 더 이상 상처가 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거나 미웠던 어른들의 행동이 이제 ‘그 사람이 그때 참 지쳤었구나, 힘든 날이었나 보다.’하고 적당히 이해되는 것이다. 반면 “참 단정하고 믿음직스럽구나.”라는 칭찬은(방과 후 교무실 앞 복도였다는 것까지 기억한다) 아직까지도 내가 누군가에게 신뢰받을 때 느끼는 기쁨을 배가 되게 하고 몸가짐을 바르게 하도록 이끈다. 그만큼 순수했구나, 주변 어른들의 말과 행동으로 자랐구나 싶다. 이제 어른인 내가 내 안의 어린이를 어루만져 줄 수 있구나. 어린이라는 세계는 나 자신까지 돌보게 한다.
어른의 역할은 뭘까? 책은 아이들과의 다정한 에피소드에서부터 사회적 문제들, 약자 혐오나 아동 학대의 현안까지 나아간다. TV에 연예인의 아이들이 사는 화려한 집이 거리낌 없이 노출되는 일, 만연한 '단란한 4인가족 신화'나 어린이날 “가족과 함께 즐거운 어린이날 되세요.”라는 인사가 얼마나 무심한 처사인지 생각에 잠기게 된다. 생각을 바꾸고 행동으로 옮길 일이 이렇게 많았다.
“어린이에 대해 생각할수록 우리의 세계는 넓어진다.”라는 카피가 너무나 와닿는다. 어린이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마음속 나의, 이웃의, 사회 구석구석의 세계가 확장된다. 곁에 있는 어린이, 모든 어른이 통과해온 어린이, 이 사회의 동료 구성원이자 다음 세대를 이룰 어린이에 대해 부지런히 살피고 고민하자. 김소영 작가의 모든 문장과 임진아 작가의 그림까지 완벽하게 따뜻한, 모든 어른들이 나눴으면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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