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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블랭크 숍, 신세대 장인의 근사한 음악 맛집

더 블랭크 숍(The Blank Shop) <Tai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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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감각에 이지 리스닝과 재즈의 복잡다단함까지 정갈하게 담아낸, 신세대 장인의 근사한 '찐 음악 맛집'이다. 세대교체의 바람이 분다. (2020.10.13)



2016년의 IZM 인터뷰에서 밝혔듯 윤석철은 “꾸준히 지평을 넓혀”왔다. 안녕의 온도, 방백, 자이언티, 솔로 활동까지 재즈 기반으로 다양한 화성과 장르, 스타일을 넘나들며 가요, 일렉트로닉, 힙합, 레게, 성인가요의 요소들을 자유자재로 조합하는 그의 음악은 단어 그대로 <자유리듬>을 지향했다.

확산과 해체, 조립과 적용의 과정을 종합해 윤석철은 또 다른 자아 더 블랭크 숍(The Blank Shop)을 선보인다. 새 이름처럼 그의 세계는 공백으로부터 출발한다. 새하얀 도화지 위 윤석철이 건반으로 그린 일상의 밑그림을 각양각색 개성 있는 아티스트들이 색을 입히는 식이다. 동시에 그 아늑한 하얀 방에 들어선 아티스트들 역시 윤석철의 노트와 리듬, 코드와 멜로디로 직조된 근사한 맞춤옷을 입는다.

다채로운 이름에 먼저 눈길이 가나 앨범의 주도권은 엄연히 더 블랭크 숍에게 있다. '게으른 아침들', 'Stay at home', '합주 중' 등 스킷(Skit)을 삽입하며 콘셉트를 강조한 면에서부터 선명한 방향이 목격된다. 블루스맨 하헌진의 능글맞은 넋두리를 간결한 블루스 코드 연주로 이끌어내는 '사랑 없이 어떻게 살아', 섬세하고도 확신에 찬 백예린의 목소리를 빚어내는 'We are all muse', 감각적인 까데호의 톤을 재즈와 결합해 부드럽게 풀어내는 'Kick the radio'에서 프로듀서의 개성을 금세 파악할 수 있다. DJ 코나(Kona)와 함께 주조한 일렉트로닉 '옷장에 곰팡'과 '하품하게 되는 노래'에서는 보컬로도 역할을 십분 수행한다.

'보컬을 먼저 상상하며 만들었다'는 작업기답게 각 노래들은 참여 뮤지션들의 개성을 정확히 포착하여 새로운 매력과 무드를 제시한다. 데이식스의 건반주자 원필의 맑은 목소리를 극대화한 '사랑노래'는 아티스트의 재발견이라 할 만하고 이진아와 함께한 '랜선탈출'은 새로운 페르소나를 부여하는 정도다. 특히 '합주 중' 스킷으로부터 고전 게임을 연상케 하는 칩튠 사운드와 아기자기한 보컬, 즉흥 연주까지 매끄럽게 이어지는 '랜선탈출'은 한 층 더 넓어진 윤석철 세계의 자유도를 상징하는 곡이다.

세세한 디테일의 취향도 놓치지 않는다. 불편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머릿속으로 주문을 외우며 어지러운 스캣을 중얼거리는 선우정아의 '아모네대츠카포네'는 'Take five' 데이브 브루벡 쿼텟을 21세기 아티스트에게 적용한다. 확신에 차있는 10CM 권정열의 '물러설 곳 없는 사람'은 트리오 토이킷(Trio Toykeat)이 연상되는 퓨전 재즈고 인스트루멘탈 '게으른 아침들'에선 팻 메스니의 'James' 인트로 기타가 은은히 피아노로 변주된다. 근래 가장 실험적이고도 안정적이며 재치 있는 연주가 앨범 전체를 든든히 받치고 있다.

2년 전 소프 서울에서의 360 사운즈(360 Sounds) 서머 파티에 등장한 윤석철을 기억한다. 한창 분위기를 돋워가던 새벽 한 시 회색 후드를 걸친 윤석철은 신디사이저 한 대 앞에서 808 베이스 위 자유로운 일렉트로-펑크(Funk) 잼으로 장내를 열광에 빠트렸다. <Tailor>는 그때의 신선한 감각에 이지 리스닝과 재즈의 복잡다단함까지 정갈하게 담아낸, 신세대 장인의 근사한 '찐 음악 맛집'이다. 세대교체의 바람이 분다.



The BLANK Shop - 정규 1집 : Tailor
The BLANK Shop - 정규 1집 : Tailor
The BLANK Shop
(주) 카카오 M안테나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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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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