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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 레코즈, 설립 10주년의 경쾌한 결실을 맺다

하이라이트 레코즈(Hi-LITE Records) <Leg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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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을 뜻하는 <Legacy>는 아이러니하게도 과거가 아닌 미래를 지향하지만, 그 여지는 충분히 긍정적이다. (2020.10.06)



첫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 이후 7년이 지난 지금 설립 10주년을 기념하며 발매한 <Legacy>는 거창한 제목과 다르게 힘을 빼고 현재의 기분을 만끽한다. 주축이 됐던 오케이션과 비프리가 빠진 자리는 분명하지만, 다사다난했던 하이라이트레코즈의 일원은 상관없다는 듯 여백을 여유로 채우며 그들의 음악을 선보인다. 무엇보다 개성을 중요시했던 초창기로 돌아간 모양새이다.

'My city', '살아남아 (Survive)', '정신차려 (Wake Up)' 등 트랩 장르를 중심으로 삶과 성공에 대한 뚜렷한 시선을 담은 전작에 비해 이번 작품은 유기성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며 아티스트 개개인의 자유도를 높인다.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Simple things'부터 분위기를 느슨하게 풀어낸다. 레이블의 OB가 지켜온 시간만큼 굳건하게 잡힌 균형 위에서 YB는 부담을 지워내고 이전 하이라이트레코즈에서 볼 수 없던 색채를 발현한다.

특히 새롭게 영입된 세 명의 멤버 저드, 수비, 오웰무드는 랩과 보컬의 경계를 허물며 'Trynna be'의 팝, 기타 리프 위로 아련한 마음을 노래한 'Bad bad bad', 몽환적인 신시사이저가 매력적인 'D.R.E.A.M.' 등 프로듀서 진이 제시한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코홀트가 떠난 이후 꾸준하게 시도했던 변화에 방점을 찍는 순간이다.

젊은 감성을 더하면서도 탈퇴한 지투, 이보와 함께한 'YEZZIR'과 'Cool kids, Part 3'로 오랜 팬들을 존중하는 한편, 윤비가 프로듀싱하고 직접 참여한 'Organization'에선 익숙한 트랩 비트를 통해 낯선 모습에서 오는 위화감을 다소 줄인다. 다만 스웨이디의 목소리는 '송석현 vs. 송석현'을 비롯해 앨범 어디에서도 융화되지 않으며, 조원우 역시 평이한 실력으로 존재를 드러내지 못한다.

정석적인 'u dunno'부터 'Ooh la la'의 싱잉 랩 등 고정된 형태에 머무르지 않는 허클베리 피와 한 발자국 뒤에서 무게감을 유지하는 팔로알토보다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레디와 스월비다. 각각 <500000>과 <Undercover Angel>로 신을 집중시킨 두 아티스트는 가사의 완성도와 고유한 캐릭터로 'U DUNNO'뿐만 아니라 <Legacy>의 흐름을 책임지며 가장 돋보이는 지점을 만든다.

서사는 없지만 그들이 가진 확고한 의지는 하이라이트레코즈를 하나로 묶어내며 또 다른 영역으로 견인한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전작 <Hi-Life>를 걷어내기 위해 노력했던 행보는 앨범의 마지막 곡 'Kid rock'처럼 경쾌한 결실을 맺는다. 유산을 뜻하는 <Legacy>는 아이러니하게도 과거가 아닌 미래를 지향하지만, 그 여지는 충분히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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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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