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셰익스피어의 문제작, 정의와 저항을 말하다 - 연극 <준대로 받은대로>

정의, 권력, 자유, 통제, 욕망, 자비... 수많은 화두를 던지는 작품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국립극단이 연말 시즌을 마무리하는 작품으로 셰익스피어의 숨겨진 명작 <준대로 받은대로>를 선택했다. (2017. 12. 26.)

[국립극단]준대로 받은대로_공연사진_03.jpg

 

 

비극적 질문을 던지는 희극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극이자 ‘문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 <준대로 받은대로>가 국립극단 무대에 올랐다. ‘Measure for Meeasure’라는 원제를 갖고 있는 이번 작품은 ‘자에는 자에로’, ‘법에는 법으로’, ‘말은 말로 되는 되로’ 등 다양한 제목으로 소개된 바 있다. <준대로 받은대로>를 문제작이라 일컫는 이유는 희극과 비극, 그 어느 범주로도 묶을 수 없는 까닭이다. 연출가 오경택은 “희극의 외형을 쓴 채 비극적 질문을 던지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했다. 고전 작품 속에서 동시대성을 발견해 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날카롭고 동시대적인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국립극단]준대로 받은대로_공연사진_12.jpg

 

 

빈(비엔나)의 통치자인 공작은 여행을 떠나면서 자신의 대리인으로 앤젤로를 지목한다. 앤젤로는 원칙주의자이자 금욕주의자로 알려진 인물로, 공작은 그를 통해 국가의 부패와 사회의 혼란을 바로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력한 권한을 위임 받은 앤젤로는 잠들어 있던 법을 깨워 엄격하게 집행해 나간다.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으나 오랫동안 적용되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에 따라 혼인을 앞두고 연인과 관계를 맺은 클로디오가 사형을 선고 받는다.

 

클로디오의 여동생인 수녀 이사벨라는 앤젤로를 찾아가 자비를 베풀어줄 것을 간청한다. 그녀를 보며 욕정을 느낀 앤젤로는 자신과 잠자리를 한다면 오빠를 살려주겠다고 제안한다. 자신의 순결과 오빠의 목숨, 그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이사벨라의 앞에 공작이 나타난다. 신부로 위장한 그는 빈에 머물면서 모든 과정을 지켜봐 왔다. 클로디오와 이사벨라 남매의 사연을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권력을 가진 후 드러난 앤젤로의 이중성을 목격하게 됐다. 공작은 이사벨라에게 묘안을 제시하고, 이야기는 공작이 연출한 한 편의 연극처럼 흘러간다.

 

[국립극단]준대로 받은대로_공연사진_08.jpg


 

정의란 무엇인가, 저항할 수 있는가


<준대로 받은대로>의 원제인 ‘Measure for Measure’는 성경 구절에서 따온 것으로 “함부로 남을 비판하거나 단죄하면 그대로 되갚음을 당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인과응보라는 명확한 주제를 드러내는 것 같지만 해석이 분분한 작품이다. 통치자의 권한뿐 아니라 의무까지 위임한 공작, 그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과시하듯 일방적으로 맺어버린 이야기의 결말은 다양한 해석을 불러왔다. 마치 정의의 사도처럼 등장해 모든 혼란을 불식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공작이 한 일이라고는 두 쌍의 연인에게 결혼을 ‘명령’하고 자신 또한 이사벨라에게 청혼한 것뿐이다.

 

셰익스피어의 많은 희극이 그러하듯 <준대로 받은대로> 역시 결혼으로 막을 내리면서 해피엔딩을 맞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작품 안에서의 결혼은 거스를 수 없는 절대 권력자의 요구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혼인을 앞둔 당사자들은 침묵으로써 이에 항변한다. 그들이 처한 현실과 반응은 오늘의 우리를 비춰 보인다. 오경택 연출가는 “지금 우리 시대에도 이러한 폭력 앞에 약자들이 제대로 소리 내고 저항할 수 있는 기제가 충분히 있는가” 묻는다.

 

<준대로 받은대로>의 이야기는 독특한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이중으로 이뤄진 회전무대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현실이 투영된 것이면서,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는 정의의 모습이 시각적으로 구현된 것이다. 그 위에 선 인물들을 통해서 우리는 현재의 시대정신과 정의에 대해 묻게 된다. ‘정의란 무엇인가’, ‘권력이란 무엇인가’라는 작품의 굵직한 주제부터 자유와 통제, 욕망, 자비 등 다양한 화두를 곱씹게 된다. 작품은 오는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기사와 관련된 공연

  • 준대로 받은대로
    • 부제:
    • 장르: 연극
    • 장소: 명동예술극장
    • 등급: 17세 이상 관람가 (고등학생 이상 관람가)
    공연정보 관람후기 한줄 기대평

오늘의 책

트럼프의 귀환, 위기인가? 기회인가?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거머쥔 트럼프.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 트럼프 2기 정부의 명암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하는 박종훈 저자의 신간이다. 강경한 슈퍼 트럼프의 시대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어떠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그 전략을 제시한다.

이래도 안 읽으실 건가요

텍스트 힙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독서가 우리 삶에 필요해서다. 일본 뇌과학계 권위자가 뇌과학으로 입증하는 독서 예찬론. 책을 읽으면 뇌가 깨어난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이해력이 상승하며 즐겁기까지 하다. 책의 장르는 상관 없다. 어떤 책이든 일단 읽으면 삶이 윤택해진다.

죽음을 부르는 저주받은 소설

출간 즉시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 관련 영상을 제작하려 하면 재앙을 몰고 다니는, 저주받은 소설 『밤이 끝나는 곳』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이 함께 떠난 크루즈 여행 중 숨겨진 진실과 사라진 작가의 그림자가 서서히 밝혀진다.

우리 아이 영어 공부, 이렇게만 하세요!

영어교육 전문가이자 유튜브 <교집합 스튜디오> 멘토 권태형 소장의 첫 영어 자녀 교육서.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초등 영어 교육의 현실과 아이들의 다양한 학습 성향에 맞는 영어 학습법을 제시한다. 학부모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과 실천 방안을 담았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