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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귀여움

귀여운 것들은 아직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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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인터넷을 오래 하다가 세상의 슬픔과 포악함에 마음이 심란하시다면, 아무 생각 없이 귀여운 걸 귀여워하는 칼럼을 봐주시는 것도 좋겠다. (2017.08.25)

 '귀여운 것은 좋은 것'. 요새 드는 생각이다. 귀여운 것이 절대선으로 좋은 것인지는 확언할 수 없는데, 적어도 귀여우면 내 마음이 좋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는 남의 개와 고양이, 토끼, 햄스터 영상, 길에서 산책하는 강아지와 아기를 보면 자동으로 눈길이 가고는 한다. 어쩌자고 저렇게 귀여운 걸까, 쫑쫑 걷는 작은 엉덩이들은.


살아있는 생물이 아니어도 귀여운 것들이 가득하다. 이전부터 마시마로와 탄빵, 감자도리 등등 수없이 귀여운 캐릭터가 시대를 호령했다 명멸했다. 요새는 라인과 카카오 프렌즈가 모든 곳에서 자신의 귀여움을 과시한다. 그 사이로 포켓몬스터와 무민과 미니언즈 등이 춘추전국시대처럼 모든 종류의 제조업과 콜라보하며 지분을 넓힌다. 우유를 사려고 해도 미니언즈가 '안녕? 나를 먹지 않을래?' 하면서 나와 눈을 맞추고, 카드를 쓸 때마다 라이언이 '안녕? 나를 쓰지 않을래?' 하면서 통장을 야금야금 갉는다. 바야흐로 귀여운 것들의 시대다.


표지가 귀여운 책도 눈에 띈다. 저스트고 여행 시리즈는 카카오 프렌즈를 전면에 내세웠고,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는 잊고 있었던 보노보노라는 캐릭터의 귀여움을 재확인시켰다. 귀여움은 사회사상까지 전염시켜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을 귀엽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동물 그림이 표지에 들어가면 반칙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동물이 들어가는데 안 귀여울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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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움은 슬금슬금 책상도 전염시켰다. 자랑하고 싶으니 굳이 보여드리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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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자가 회사에 남기고 간 미니 블록. 먼지 쌓이고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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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받은 인형. 무슨 동물인지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 쥐 종류나 가시 없는 고슴도치라고 추정한다. 코코아색이어서 코콰라고 이름 붙였다. 가끔 악력기처럼 손아귀에 넣고 주물거리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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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안마봉. 마감처리가 안 된 실이 귀여운 포인트. 오래 세워놨더니 때가 타서 꼬질한 귀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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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종복원센터 기념품인 반달곰 펜. 엑셀이 멈췄다든지, 나한테 뭐라도 맡겨 놓은 듯한 안하무인인 사람의 메일을 받았다든지 하면 부적처럼 반달곰 펜을 모니터 화면에 갖다 댄다. 반달곰의 귀여움으로, 어떻게 좀 안 되겠니?

 

다들 일하면서 힘드니까 자리마다 액운 막이 부적처럼 귀여운 걸 하나씩 두나 싶기도 하다. 종종 너무 귀여운 걸 본 사람들이 '귀여워서 아파트 뿌셔!' 라든지 '지구 뿌시는 귀여움' 같은 말을 한다. 다들 뭔가 부수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나 있는데 귀여움이 그나마 화를 누그러뜨리고 있는 게 아닐까. 인간에게 질린 사람들이 위안을 찾기 위해 비인간인 동물을 좋아한다는 생각도 들고….


나는 점점 덜 귀여워지고, 세상은 덜 아름다운데 귀여운 것들은 아직 남아 있다. 비감하거나 비관적으로 세상을 볼 때마다 귀여운 것들을 생각한다. 귀여움은 세상을 구원하지 못한다. 세상을 조금 더 귀엽게 만들 뿐.


최근에는 동물을 키우고 싶은데 못 키우는 사람들이 대리만족하고픈 마음과, 반려동물과 같이 사는 사람들의 귀여움을 자랑하고픈 마음을 이을 수 있을까 싶어 새로운 칼럼 ‘멍과 야옹 사이’를 시작했다. (보러가기) 문화계 사람들의 반려동물을 보여주는 칼럼이다. 자기 자식이 <채널예스>에 데뷔했으면 하고 바라는 집사들의 기고 제안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혹여 인터넷을 오래 하다가 세상의 슬픔과 포악함에 마음이 심란하시다면, 아무 생각 없이 귀여운 걸 귀여워하는 칼럼을 봐주시는 것도 좋겠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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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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