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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영화 같은 자이언티
자이언 티 〈OO〉
대중성과 정체성 사이에서 균일감 있는 초점을 유지하고 있다. 상업적 성공과 음악적 성취의 간극 아래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이룬 셈이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것이 인생이라 했던가. 「Click me」로 데뷔하여 「씨스루」로 그 독자성을 뽐냈고 「양화대교」를 통해 대중의 사랑을 차지했던 자이언 티는 영화와도 같은 삶의 행보를 겪어왔다. 아니 스스로 그러한 삶을 창출해냈다는 표현이 더욱 적합할 것이다. 그 기원은 철저한 기획력. 마이클 잭슨을 참조한 창법과 선글라스 착용을 통해 특이점을 획득했고 무대에서는 치밀한 퍼포먼스로 소구력을 강화하였다. 콘셉트추얼(conceptual)한 생애를 소화해내고 있는 그는 자신의 캐릭터가 향유해온 극적인 세계관을 본 앨범에 알알이 그려낸다.
전작 <Red Light>에서도 그러한 작법을 은근히 선보인 바 있다. 카메라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는 첫 트랙 'O'에서 촬영의 기법을 노랫말에 차용한 점이 그러하다. 본작에서는 '영화'라는 소재를 통하여 콘셉트를 이어나가고 있는데, 지난 앨범이 주로 시야의 화각을 '이성'에게 맞추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그 망원을 '삶' 전반으로 확장시킨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이제는 온전히 두 개의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OO>로 형상화되어 음반의 주제의식을 주도하고 있다.
자전적인 정서를 대변하는 「노래」, 「미안해」, 「바람」은 재지한 사운드에 힘입어 나름의 호소력을 발휘하지만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 자리 잡는다. 기존 「뻔한 멜로디」, 「꺼내먹어요」 등의 연장선이다. 「Comedian」, 「나쁜 놈들」, 「Complex」가 내어놓는 새로운 소회들이 그나마 해학적인 매력을 발산하지만 이 또한 메시지의 간소화로 인하여 직관적인 설득력을 전달하지는 못하고 있다. 앨범 전반으로 날카로운 스트레이트 훅보단 위험 부담이 적은 레프트 잽 중심의 펀치를 날리는 전략이 드러난다.
곡들의 무난한 전개 속에서도 자이언 티의 색채가 배어나오는 지점은 그가 각 이야기들 내부의 아이러니에 대해 주목한다는 점이다. 「영화관」에서 영화는 인생과 구분하기 어렵기에 혼란을 부여하고, 「노래」에서의 노래는 너만을 위한 노래이지만 동시에 모두를 위한 노래이며, 「Comedian」에서 코미디언은 웃음을 팔지만 웃지 못한다. 「미안해」에서 미안하다는 말은 미안한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나쁜 놈들」에서 사랑에 배고픈 이들은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며, 「Complex」에서의 콤플렉스는 콤플렉스가 아니다. 이렇듯 모순적인 속성을 함유한 노랫말들은 익살맞은 보컬과 만나 곡의 단조로움을 희석시키고 있다.
떠오르는 신예 뮤지션에서 흥행 보증수표로 거듭난 자이언 티. 방송 매체를 통해 지대한 대중의 인지도를 얻었고 소속 거처는 아메바컬쳐에서 YG로 옮겼다. 이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독특한 시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뒤집어진 안경을 쓰고 현실을 마주하는 그는 대중성과 정체성 사이에서 균일감 있는 초점을 유지하고 있다. 상업적 성공과 음악적 성취의 간극 아래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이룬 셈이다.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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