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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과 다른 결의 사운드, 뚝배기들

뚝배기들 〈Well, Well?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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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하게 자아내는 사이키델리아와 서정적인 멜로디, 긴 호흡 속에서 마음껏 넘실대는 잼, 빈티지한 재료들, 시니컬한 텍스트가 섞여 트랙마다 멋진 조합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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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옛 사이키델릭 록, 펑크(funk), 블루스, 약간의 얼터너티브 록에 결을 두고 있으나 그 모양새가 지난 EP <The Ballad Of Bowlin' Bowls>에서의 것과는 적잖이 다르다. 지난 작품에서 보인 활발한 모습은 쉬이 보이지 않고 차분하고 침착한 모습이 앨범에 가득하다. 심지어 몇몇 지점에서 밴드는 얼핏 냉소적이기까지 한 태도를 보이기까지 한다. 오프닝 트랙 「놀음」 에서 피어오르는 멜랑콜리한 무드가 트랙리스트 전반으로 번져나가며 <Well, Well? Well!>의 도처를 가득 채우니, 러닝 타임의 대부분을 발랄한 색채가 주도했던 전작의 모양새와는 분명 차이가 있는 셈이다. 리드미컬한 펑크 트랙들 역시 마찬가지다. 밴드가 사랑하는 펑키한 사운드가 「sOcIaL nEtWoRk sErViCe」와 「When I love her, talkin about her」에 장착돼 있으나, 경쾌한 울림을 보인 지난 앨범의 「Bluming」 과는 다소 다른 노선을 취한다. P-펑크를 연상시키는 나른한 그루브와 애시드 컬러를 취함으로써 자신들의 댄스 록을 마냥 밝은색으로만 물들이지 않았다.

 

분위기의 측면에서 가진 변화의 너머에는 작법에서의 변화 또한 자리하고 있다. 톤을 다채롭게 주조해내고 각양각색으로 설계한 리프들을 빽빽하게 배치해두었던 전작에서의 움직임으로부터 뚝배기들은 꽤 벗어나 있다. 기타와 베이스에 어린 리프의 모양새들은 상당히 단조로우며 사운드 텍스처 또한 몽롱함을 적당하게 선사해줄 수 있는 수준으로만 구축돼 있다. 오히려 이들은 긴 러닝 타임과 빈 곳 많은 음향 공간 속에서 코드 진행과 멜로디 흐름, 완급에 여러 차례 변동을 주어 갖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에 더 많은 힘을 주고 있다. 드림 팝처럼 리버브 톤을 먹인 짤막한 리프를 여러 차례 반복해 몽환을 은연중에 조성하는 「놀음」 이나 두 곡을 이어붙인 듯한 전개 방식을 보이는 「When I love her, talkin about her」, 흡사 「A whiter shade of pale」 에서의 프로콜 하럼처럼 아득한 오르간으로 후경을 만들어내는 「21c」 등의 주요한 트랙에서 위와 같은 특성이 잘 드러난다. 화려한 색 조합과 과감한 붓질로 캔버스를 가득 채워 그린 그림을 내리고 미니멀한 터치와 두어 개의 컬러, 너른 여백을 활용해 만든 새 그림을 걸어놓은 것 같은 듯하다고 할까.

 

이 앨범으로 뚝배기들은 여러 의미를 획득한다. 전작과 상이한 디자인으로 두 번째 EP를 내놓으며 구사할 수 있는 어휘의 수를 상당히 늘렸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스타일 내에서 여러 변용을 취해본다는 것은 밴드 고유의 사운드를 확립해나가는 지금의 이들에게 있어서 더없이 값진 일이다. 분명 뚝배기들은 건강한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다. 게다가 전작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수록곡들 하나하나의 만듦새 또한 좋다. 은은하게 자아내는 사이키델리아와 서정적인 멜로디, 긴 호흡 속에서 마음껏 넘실대는 잼, 빈티지한 재료들, 시니컬한 텍스트가 섞여 트랙마다 멋진 조합을 보인다. 기존과는 다른 결의 사운드를 내보이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훌륭한 결과물을 성공적으로 창출해냈다. 잘 만든 단편. 밴드의 내일을 다시 한번 궁금하게 하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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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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