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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감동시킨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기록
『숨결이 바람 될 때』
의사로서 치명적인 뇌 손상 환자들을 치료하며 죽음과 싸우다가 자신도 환자가 되어 죽음과 마주친 그의 마지막 2년의 기록이 지적이고 유려한 언어로 펼쳐진다.
1. 오프닝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
장 폴 사르트르의 말이라고 하죠.
여기서 B는 탄생을 말하는 Birth, D는 죽음을 의미하는 Death.
그렇다면 C는 뭘 뜻하는 걸까요.
누구에겐 challenge ‘도전’이고 누군가에겐 change ‘변화’일 수도 있을 텐데요.
사르트르가 말한 C는 선택, choice라고 하죠.
'태어남'과 ‘죽음’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운명의 두 기둥 사이에 놓인 인간에게
‘선택’이란 신이 허락한 자유이자 권리인지도 모릅니다.
인생은 그 무수한 선택들의 중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구요.
사르트르의 말을 우리의 언어로 가져와 봅니다.
“인생은 ㅅ과 ㅈ 사이의 ㅇ이다.”
ㅅ은 ‘살다’, ㅈ은 ‘죽다’.
그렇다면 ㅇ은 뭐가 적당할까... 떠올려봅니다.
울다, 웃다, 알다, 아프다, 혹은 잃고 앓다….
‘읽다’나 ‘이야기’도 빼놓고 싶지 않은 단어네요.
그 모든 것이기도 하고, 그 무엇이 아닐 수도 있겠지요.
그냥 ㅇ(이응) 자체, 0(零)으로서의 동그라미.
삶과 죽음의 사이, 저마다의 이야기로 채울 ‘빈 곳’으로서 말입니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입니다.
서른 여섯, 젊은 나이에 의사로서 정상을 향하던 남자가 있었습니다.
좋은 대학에서 교수 제안이 쏟아졌고, 권위있는 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벼락과도 같이 암 선고가 떨어집니다.
절망과 굴복의 순간. 남자는 쓰러지는 대신 정면을 마주하기로 합니다.
이 책은 의사이자 환자인 그가, 남편이자 아버지인 그가!
최선을 다해 살아낸 그의 마지막 기록입니다.
'책, 임자를 만나다' 이번 시간에서는 폴 칼라니티의 묵직한 삶과 글을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1) 책 소개
서른여섯, 전문의를 앞둔 신경외과 레지던트 마지막 해. 하루 열네 시간씩 이어지는 혹독한 수련 생활 끝에 원하는 삶이 손에 잡힐 것 같던 바로 그때 맞닥뜨린 폐암 4기 판정은 폴 칼라니티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의사로서 치명적인 뇌 손상 환자들을 치료하며 죽음과 싸우다가 자신도 환자가 되어 죽음과 마주친 그의 마지막 2년의 기록이 지적이고 유려한 언어로 펼쳐진다.
2013년 처음 암 선고를 받고 8개월이 지난 2014년 1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가(How Long Have I Got Left?)’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여기서 그는 죽음을 선고받았지만, 정확히 언제 죽을지는 모르는 불치병 환자의 딜레마를 절실하게 표현했다.
앞으로 몇 달 혹은 몇 년이 남았는지 명확하다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분명할 것이다. 석 달이라면 나는 가족과 함께 그 시간을 보내리라. 1년이 남았다면 늘 쓰고 싶었던 책을 쓰리라. 10년이라면 병원으로 복귀하여 환자들을 치료할 것이다.
내 담당의는 이렇게 말할 뿐이다. “나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말해줄 수 없어요. 당신 스스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해요.”(본문 중에서)
그는 언제 죽을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면, 계속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통감한다. 그는 수술실로 복귀하여 최고참 레지던트로서 엄청난 업무량을 소화했고, 인공수정으로 그의 아내 루시는 임신에 성공한다. 그러나 레지던트 수료를 앞두고 암이 급속도로 악화되어 의사의 길을 포기하게 되고 만삭의 아내 곁에서 사경을 헤맨다. 결국 딸 케이디가 태어난 지 8개월 후 그는 소생 치료를 거부하고 맑은 정신으로 사랑하는 가족들 품에서 숨을 거두었다. 2015년 3월 폴 칼라니티가 사망한 후, 그가 사력을 다해 써내려갔으나 미처 완성하지 못한 이 책의 에필로그는 아내 루시가 집필했다.
2) 저자 : 폴 칼라니티
1977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영문학과 생물학을 공부했고,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문학과 철학, 과학과 생물학에 깊은 관심을 보이던 그는 이 모든 학문의 교차점에 있는 의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과학과 의학의 역사와 철학 과정을 이수한 뒤 예일 의과 대학원에 진학해 의사의 길을 걸었다. 졸업 후에는 모교인 스탠퍼드 대학 병원으로 돌아와 신경외과 레지던트 생활을 하며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했다.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미국 신경외과 학회에서 수여하는 최우수 연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고의 의사로 손꼽히며 여러 대학에서 교수 자리를 제안받는 등 장밋빛 미래가 눈앞에 펼쳐질 무렵, 암이 찾아왔다. 환자들을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 오던 서른여섯 살의 젊은 의사가 하루아침에 자신의 죽음과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의사이자 환자의 입장에서 죽음에 대한 독특한 철학을 보인 그는 힘든 투병 생활 중에도 레지던트 과정을 마무리하는 등 삶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았다. 약 2년간의 투병 기간 동안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가(How Long Have I Got Left?)’, ‘떠나기 전에(Before I Go)’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각각 『뉴욕타임스』와 『스탠퍼드메디슨』에 기고했고, 독자들의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15년 3월, 아내 루시와 딸 엘리자베스 아카디아 등 사랑하는 많은 사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 195-196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로드』
한때 빛나던 것은 모두 재로 변한 세상.
대재앙이 일어난 지구의 길 위를 아버지와 아들이 걷고 있습니다.
빛이 사라진 길 위의 여정은 추악하고 잔혹하여 아버지는 아들의 손을 힘껏 붙잡아야 했죠.
문명이 사라진 세상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걷는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희망과 목표마저 불타올라 재가 되버린 것은 아닐까요?
길 위에서 펼쳐지는 모든 것에 관한 이야기를 ‘책, 임자를 만나다'에서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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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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