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루사이트 토끼, 소녀라는 껍데기를 벗다

루사이트 토끼 〈L+〉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전체적으로 우울함을 머금었지만 차갑다기보단 알맞은 36.5도. 포근한 온기가 감돈다

3.jpg

 

<Grow To Grow>로 자라난 토끼는 소녀라는 껍데기를 벗었다. 여리고 앳되던 감성이 4년이라는 공백에 성숙함을 입었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소녀는 혼자의 시간에 익숙해지고 어른스러워져 가는 과정을 그렸다.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고 흔들렸던 마음은 조금 더 단단해졌고 가냘프기만 했던 여성 듀오의 목소리엔 힘이 실렸다.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도드라진 전자사운드의 활용이다. 군데군데 발견할 수 있는 전자음을 모던하게 다듬어 얄팍했던 사운드에 살을 붙였다. 이전 앨범의 분위기와 상반되는 기조 또한 듣는 내내 그들의 성장과 색다름을 이야기한다. 단편적으로 신시사이저를 사용했던 전작을 1차원적 접근으로 본다면 특유의 활기는 줄어들었지만 다양하게 시도한 소리의 질감이 3차원적 공간감을 더한다. 지나온 시간만큼 쌓인 노련함은 주제가 동반하는 심오함을 대신해 아기자기한 색지를 덧입혀 예쁘게 포장했다.

 

산뜻하게 흘러가는 피아노 연주와 ‘천천히 다가와 나를 망치는 너’라는 상반되는 가사가 이례적인 「Every you」, 선 공개된 싱글에서 리드미컬한 기조를 이끌었던 드럼을 줄이고 새롭게 편곡한 「Wallflower」는 그대로 유지한 멜로디 위에 증폭한 전자사운드가 몽환적인 느낌을 가미한다. 도입부의 둥둥거리는 베이스와 파동처럼 퍼져나가는 신스와의 조합 위에 미성이 신비로운 무드를 담아낸 「You who」, 활동 초반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가녀린 감성의 콩벌레, 그들만의 정서가 묻어난 위로 곡 「내가 네가「까지 전반적으로 따뜻한 온도를 품고 있는 트랙 중 「Weekend blues」는 유일하게 미디사운드를 완전히 배제하고 대신 채워 넣은 기타 선율이 서늘한 감성을 내비친다.

 

활기 가득했던 전작과 소녀풍의 멜로디가 마냥 귀여운 이미지를 형성했었다면 이번엔 발전적인 면모를 증명해냈다. 여리여리한 감성을 사랑했던 팬들에겐 신선하게 다가올 <L+>는 음악적 스펙트럼 확장과 동시에 다양하게 시도한 전자음의 활용이 기존 비슷한 색을 가진 팀들과 구분 짓는다. 전체적으로 우울함을 머금었지만 차갑다기보단 알맞은 36.5도. 포근한 온기가 감돈다.

 

2016/04 박지현(kcandco0427@daum.net)

 

 

[관련 기사]

- 개성은 부재, 욕심은 인정, 자이온(Xion)

- 디비전(DVSN)의 에로틱한 알앤비
- 컬렌 오모리의 이전과 다른, 본연의 색
- 마고 프라이스, 현재로 타임머신한 컨트리

- 슈스케가 못 이긴 강렬한 야성, 리플렉스(Reflex)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장재현 감독의 K-오컬트

2015년 〈검은 사제들〉, 2019년 〈사바하〉, 2024년 〈파묘〉를 통해 K-오컬트 세계관을 구축해온 장재현 감독의 각본집. 장재현 오컬트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준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오리지날 각본은 영화를 문자로 다시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독자를 오컬트 세계로 초대한다.

위기의 한국에 던지는 최재천의 일갈

출산율 꼴찌 대한민국, 우리사회는 재생산을 포기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원인은 갈등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지성인 최재천 교수는 오랜 고민 끝에 이 책을 펴냈다. 갈등을 해결할 두 글자로 숙론을 제안한다. 잠시 다툼을 멈추고 함께 앉아 대화를 시작해보자.

어렵지 않아요, 함께 해요 채식 테이블!

비건 인플루언서 정고메의 첫 번째 레시피 책. 한식부터 중식,일식,양식,디저트까지 개성 있는 101가지 비건 레시피와 현실적인 4주 채식 식단 가이드등을 소개했다. 건강 뿐 아니라 맛까지 보장된 비건 메뉴들은 처음 채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할 말, 제대로 합시다.

할 말을 하면서도 호감을 얻는 사람이 있다. 일과 관계, 어른으로서의 성장을 다뤄온 작가 정문정은 이번 책에서 자기표현을 위한 의사소통 기술을 전한다. 편안함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대화법, 말과 글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방식을 상세히 담아낸 실전 가이드를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