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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사이트 토끼, 소녀라는 껍데기를 벗다

루사이트 토끼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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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우울함을 머금었지만 차갑다기보단 알맞은 36.5도. 포근한 온기가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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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w To Grow>로 자라난 토끼는 소녀라는 껍데기를 벗었다. 여리고 앳되던 감성이 4년이라는 공백에 성숙함을 입었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소녀는 혼자의 시간에 익숙해지고 어른스러워져 가는 과정을 그렸다.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고 흔들렸던 마음은 조금 더 단단해졌고 가냘프기만 했던 여성 듀오의 목소리엔 힘이 실렸다.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도드라진 전자사운드의 활용이다. 군데군데 발견할 수 있는 전자음을 모던하게 다듬어 얄팍했던 사운드에 살을 붙였다. 이전 앨범의 분위기와 상반되는 기조 또한 듣는 내내 그들의 성장과 색다름을 이야기한다. 단편적으로 신시사이저를 사용했던 전작을 1차원적 접근으로 본다면 특유의 활기는 줄어들었지만 다양하게 시도한 소리의 질감이 3차원적 공간감을 더한다. 지나온 시간만큼 쌓인 노련함은 주제가 동반하는 심오함을 대신해 아기자기한 색지를 덧입혀 예쁘게 포장했다.

 

산뜻하게 흘러가는 피아노 연주와 ‘천천히 다가와 나를 망치는 너’라는 상반되는 가사가 이례적인 「Every you」, 선 공개된 싱글에서 리드미컬한 기조를 이끌었던 드럼을 줄이고 새롭게 편곡한 「Wallflower」는 그대로 유지한 멜로디 위에 증폭한 전자사운드가 몽환적인 느낌을 가미한다. 도입부의 둥둥거리는 베이스와 파동처럼 퍼져나가는 신스와의 조합 위에 미성이 신비로운 무드를 담아낸 「You who」, 활동 초반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가녀린 감성의 콩벌레, 그들만의 정서가 묻어난 위로 곡 「내가 네가「까지 전반적으로 따뜻한 온도를 품고 있는 트랙 중 「Weekend blues」는 유일하게 미디사운드를 완전히 배제하고 대신 채워 넣은 기타 선율이 서늘한 감성을 내비친다.

 

활기 가득했던 전작과 소녀풍의 멜로디가 마냥 귀여운 이미지를 형성했었다면 이번엔 발전적인 면모를 증명해냈다. 여리여리한 감성을 사랑했던 팬들에겐 신선하게 다가올 <L+>는 음악적 스펙트럼 확장과 동시에 다양하게 시도한 전자음의 활용이 기존 비슷한 색을 가진 팀들과 구분 짓는다. 전체적으로 우울함을 머금었지만 차갑다기보단 알맞은 36.5도. 포근한 온기가 감돈다.

 

2016/04 박지현(kcandco0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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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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