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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렌 오모리의 이전과 다른, 본연의 색

컬렌 오모리(Cullen Omori) 〈New Mis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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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 넘치는 터치들이 재차 재밌는 사이키델릭 개러지 튠들을 만들어내며 즐길만한 곡들로 트랙 리스트를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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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유형의 재등장이 다소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컬렌 오모리의 단독 프로젝트는 그간 해온 음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첫 솔로 앨범 <New Misery>는 창립 멤버이자 송라이팅의 주축으로서 적잖은 시간 동안 보여온 스미스 웨스턴스에서의 앨범들과 대체로 비슷한 영역에 있다. 거칠게 톤을 뽑아내는 로 파이 사운드와 1960년대에서 가닥을 빼 온 사이키델릭 팝, 개러지 록이 또다시 컬렌 오모리의 음악을 대표한다.

 

그렇기에 단독 활동을 막 시작한 아티스트에게 종종 던지는 ‘이전의 행보와는 다른 지점을 잘 구성했는가?’ 식의 물음을 제기해보면 컬렌 오모리의 작품은 썩 만족스럽게 다가오지 않을 공산이 크다. 대다수의 트랙에서는 스미스 웨스턴스의 사운드에서도 자주 보였던 컬렌 오모리의 전법이 녹아있다. 1960년대 풍의 개러지 록 기타 리프와 레이어를 겹겹이 쌓아 만든 보컬 코러스, 뿌연 잔향으로 주조한 넘치는 몽환감 등의 앨범 전반을 장식하는 요소들서부터 「Two kinds」를 훑고 지나가는 빈티지한 키보드, 「And yet the world still turns」와 「Be a man」에 녹아있는 우주적인 컬러와 같은 개개의 곡들에 부여된 장치들에 이르는 여러 성분들이 고유의 작법에 연속성을 부여한다. 잘게 쪼갠 리듬과 신디사이저 라인이 뉴웨이브의 이미지를 은근하게 끄집어내는 「Cinnamon」 정도만을 그나마 가장 신선한 예외로 둘 수 있겠다.

 

그러나 <New Misery>는 분명 좋은 음반이다. 기존의 활동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아티스트의 움직임에는 계속해서 훌륭한 노래들을 만들어내는 창작도 함께 내재해있다. 컬렌 오모리의 지난 행보를 빛냈던 앨범 곳곳의 캐치한 멜로디와 재밌는 사운드는 놓치지 않고 이번 작품도 매력적인 결과물로 만들어낸다. 부피감 큰 사운드와 섬세한 보컬 선율이 묘한 조화를 낳는 「No big deal」과 「Two kinds」, 생동감 넘치는 멜로디가 후렴구를 구성하는 「Hey girl」, 고전적인 사이키델리아의 특성을 잘 살려낸 「Synthetic romance」 등이 아티스트의 강점을 곧잘 드러내는 증거에 해당한다. 독특한 사운드와 리드미컬한 구성, 밝게 찰랑거리는 멜로디가 쉴 새 없이 러닝 타임 곳곳에서 치고 나오는 「Cinnamon」은 좋은 트랙들 가운데에서도 단연 제일 멋진 곡이다. 이런 점에 있어 앞선 물음과 함께 솔로 행보에 자주 따르는 ‘본연의 색깔을 얼마나 잘 유지했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New Misery>는 더할 나위 없이 괜찮은 답변일 수밖에 없다.

 

결국, 자신의 되풀이가 어떤 식으로 수면 위에 떠오르냐에 따라 <New Misery>의 가치가 달라질 테다. 다행스럽게도 음반에서는 일정한 스타일의 반복에서 오는 한계가 쉽게 보이지 않는다. 듣기에 좋은 선율이 접근성을 한껏 높이는 데다 톡톡 튀는 사이키델릭 사운드가 흥미를 계속해서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앨범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낸다. 그리고 그 곳곳에서는 컬렌 오모리의 여전한 재능이 돋보인다. 재기 넘치는 터치들이 재차 재밌는 사이키델릭 개러지 튠들을 만들어내며 즐길만한 곡들로 트랙 리스트를 가득 채운다. 나쁘지 않은 앨범으로 젊은 아티스트는 새로운 시작을 선언한다. 출발선 앞에 놓인 길을 <New Misery>가 밝게 비춘다.

 

2016/04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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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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