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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비전(DVSN)의 에로틱한 알앤비

디비전(DVSN) 〈SEPT. 5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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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기조를 가지고 집요하게 배치된 10개의 트랙에서 뒤떨어지거나 실망스러운 부분을 좀처럼 꼽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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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에서 섹스가 훌륭한 주제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록뿐만 아니라 컨트리와 힙합 등 여러 장르가 섹스를 다루어왔으며 부드럽고 로맨틱한 기조를 띠는 알앤비 ‘섹스 송’은 예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드레이크의 「Hold on, we’re going on」과 「Hotline Bling」을 프로듀싱한 나인틴85(Nineteen85)와 의문의 보컬리스트 다니엘 달리(Daniel Daley)로 구성된 토론토 출신의 알앤비 듀오, 디비전의 데뷔작 또한 ‘섹스 송’ 범주에 포함된다. 이성과의 육체적 관계를 갈망하는 「With me」을 시작으로, 헤어 나올 수 없는 깊은 관계로 빠져버린 연인을 성교의 가장 기본적인 동작에 비유한 「Too deep」 등 앨범엔 로맨틱하고 외설적인 가사가 도배되어 있다.

 

음반에서 가장 먼저 다가오는 건 환각 성분이 강한 프로듀싱이다. 여러 가지 드럼머신 사운드를 주축으로 위에 몽환적인 전자음을 쌓은 「Hallucination」에서 피아노와 현악기로 고풍적인 느낌을 내는 「Angela」까지의 폭넓은 편곡과 「Sept. 5th」의 리버브를 한껏 먹인 기타 사운드와 울부짖는 듯한 거친 노이즈, 「The line」의 로파이 감질의 건반 음과 가스펠 풍으로 조작한 백 보컬 등 다양한 음향효과가 에로틱한 감상을 극대화한다.

 

섹스를 속삭이는 텍스트와 전자음으로 이루어낸 자극적인 프로듀싱은 피비알앤비(PBR&B), 즉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특성과 공통분모를 이룬다. 혹은 최신 유행의 한편인 브라이슨 틸러(Bryson Tiller)류의 힙합 비트를 기본으로 한 힙합 소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SEPT. 5TH>은 무엇보다 멜로디에 충실하다. 위켄드와 크리스 브라운의 음성을 닮은 가냘프고 애절한 보컬과는 다르게 다니엘 달리가 직접 쓴 멜로디는 90년대의 것과 맞닿아있는데, 특히 「Angela」나 「The line」은 90년대의 수려함, 뉴밀레니엄의 너절함을 동시에 함유한다.

 

<SEPT. 5TH>는 일종의 성적 흥분제이다. 역동적이면서 한편으론 나른하다. 마빈 게이의 「Sexual healing」이나 토니 브랙스톤의 「You’re makin’ me high」와 같은 섹스 앤썸들이 현재까지 수행했던 고양적인 역할을 트렌디하게 풀어낸다. 물론 성적인 텍스트를 제외하더라도 음반은 훌륭하다. 완연한 기조를 가지고 집요하게 배치된 10개의 트랙에서 뒤떨어지거나 실망스러운 부분을 좀처럼 꼽기 힘들다. 미스터리를 뒤집어쓰고 등장한 듀오의 첫 음반이 이토록 집요하고 매끈하다. 아마 이 정도면 올해의 알앤비 앨범쯤 되지 않을까.

 

2016/04 이택용(naiveplant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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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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