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병이 무서워, 내일 뭐 읽지?
예스24 뉴미디어팀 3인이 추천하는 금주의 책
주말은 너무나 금방 지나간다. 특히 딱히 한 게 없는 토요일 일요일은 더 빨리 흘러간다. 일요일 밤 잠자리에서 허망함에 압도되지 않으려면 괜찮은 소설을 읽는 것도 괜찮겠다.
보통 사람들보다 책을 ‘쪼끔’ 더 좋아하는 3명이 매주, 책을 1권씩 추천합니다.
매우 사적인 책 추천이지만, 정말 좋은 책, 재밌는 책, 정말 읽으려고 하는 책만 선별해 소개합니다.
자살토끼
앤디 라일리 저 | 거름
일은 늘 고민보다 적다. 일요일 저녁에 불안하게 손톱을 뜯으며 저번 주까지 다 못 끝낸 일을 걱정하지만, 월요일에 출근해서 하다 보면 어찌어찌 다 지나간다. 걱정보다 일이 많아지면 그때는 걱정할 시간이 없다. 어차피 일요일 저녁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불안에 떨며 자거나, 내일 침대에서 기어 내려올 걸 알면서도 수면 시간을 깎아서 노는 일밖에 없다. 불안이 커져서 잠을 잘 수도 없고 놀 수도 없을 정도가 되면 이 책을 읽어야겠다. 제목 그대로 토끼들이 자살하는 내용이다. 비윤리적이고 엽기적으로 느껴지지만, 그림체가 귀여워서 사실은 잔인한 일이라는 걸 까먹기도 한다. 근심 걱정으로 가득 차 있을 때 귀여운 무언가가 기발하게 다양한 방법으로 죽는 걸 보는 게 개콘을 틀어놓고 우울해지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 줄잡아 한 권에 100마리 이상은 죽어나니 얇아 보여도 일요일 밤을 견딜 정도는 된다. 다 읽은 후에도 내일이 무섭다면 장기하와 얼굴들의 「사람의 마음」을 틀어놓고 자는 것도 추천한다. '자자 더 이상 생각할 힘도 없으니까 / 그냥 자자 내일 하루도 길 테니까 (중략) 사람의 마음이란 어렵고도 어렵구나 / 하지만 오늘 밤엔 잠을 자자 푹 자자.' (바셀린)
물에 잠긴 아버지
한승원 저 | 문학동네
주말은 너무나 금방 지나간다. 특히 딱히 한 게 없는 토요일 일요일은 더 빨리 흘러간다. 일요일 밤 잠자리에서 허망함에 압도되지 않으려면 괜찮은 소설을 읽는 것도 괜찮겠다. 지난 주말에 한승원 작가가 쓴 장편소설 『물에 잠긴 아버지』를 읽었다. 한국전쟁의 광풍으로 풍비박산 난 가정에서 자란 주인공이 거센 세파에 굴하지 않고 11남매를 키워낸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숨 가쁘게 전개된다. 11남매라는 단어에서 보듯 이 작품에는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그 생명과 마주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여러 차례 나온다. 그 장면을 대할 때마다 울컥 하는 뭔가가 느껴졌다. 한국전쟁 같은 난리에 비하면 월요병쯤이야 가뿐하지. (드미트리)
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리베카 솔닛 저/김현우 역 | 반비
월요일에 출근하자마자 내가 하는 일은 바로 신문들의 북섹션(혹은 북리뷰)을 다 훑는 일이다. 어떤 책이 나왔는지, 그리고 어떤 책이 주목 받고 있는지를 감별하는 일 중 하나랄까. 일주일 동안 수많은 책들이 나오기 때문에, 몇 십 분만 할애하면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나는 예약판매 도서들을 보면서 북섹션에 오를만한 책들을 꼽아보기도 하는데, 이번주 금,토에 각 신문에서 올릴 책 중 하나가 바로 이 『멀고도 가까운』이 아닐까 싶다. 2015년에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를 강타시킨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의 저자이기도 한 리베카 솔닛의 문장은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서도 많이들 알 터. 주변부의 삶, 그리고 그것을 다루는 이야기들을 꿰매는 저자의 관찰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할 수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읽고, 쓰는 것. 그리고 고독과 연대. 책 제목만큼이나마 마음에 드는 부제를 되새기면서 나아갈 방향을 그려볼 수 있다는 건 너무 과한 추측일까. 어쨌거나 나의 월요병을 이기는 방법은 이러하다. 내가 좋아하는, 혹은 좋아할만한 책들을 미리 살펴보고 그 책들이 신문의 서평목록에 올랐을 때의 행복감이란! 뭔가 내 안목이 인정 받은 것 같기도 하고, 책이 좀 잘 팔리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든다. 어쨌거나 좋은 책을 어디에선가, 일찍 혹은 뒤늦게 발견하더라도 행복하다. 그러나 이미 좋은 책임을 알면서도 배송을 기다리는 이 초조한 마음은 오죽하랴.(그렇다, 이 글은 예약판매 기간에 쓰고 있다.) 책 벗이여, 어서 오시라! (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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