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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가 될 때, 내일 뭐 읽지?

예스24 뉴미디어팀 3인이 추천하는 금주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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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꼰대라는 것을 슬프게 인정하면서도 가끔씩 꼰대인 내가 짜증나고 병적이라 자책할 때가 있다. 사람이 살다 보면 가끔 ‘철드는 척’할 때가 있지 않은가.

<채널예스>에서 매주 금요일, ‘내일 뭐 읽지?’를 연재합니다.

보통 사람들보다 책을 ‘쪼끔’ 더 좋아하는 3명이 매주, 책을 1권씩 추천합니다.

매우 사적인 책 추천이지만, 정말 좋은 책, 재밌는 책, 정말 읽으려고 하는 책만 선별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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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는 먼 집

허수경 저 | 문학과지성사

솔직히 말하자면, 난 꼰대다. 내 닉네임이 땡감인 이유도 내가 꼰대여서다. 4년 전, 술에 취해 어떤 사람에게 "그래서, 임마! 떫냐?! 떫어?"라고 한 뒤로 떫은맛이 일품인 '땡감'이 되었다. 어쨌거나 나는 내가 꼰대라는 것을 슬프게 인정하면서도 가끔씩 꼰대인 내가 짜증나고 병적이라 자책할 때가 있다. 사람이 살다 보면 가끔 '철드는 척'할 때가 있지 않은가. 그때다. 그때마다 읽는 책들을 주로 내가 '처음 읽고 충격 받았던 책'류이다. 『혼자 가는 먼 집』도 그런 류의 책 중 하나. 사실 허수경 시인의 첫 시집이 더 좋지만, 그 시집은 품절 중이다. 어쨌거나 허수경 시인의 시어를 읽고 대학교 1학년 시절 어찌나 좋았던지. 그전에 읽었던 시들과는 또 다른 날을 지닌 시집이었다. '이 세상의 모든 길은 위독합니다.'라는 시구에 얼마나 줄을 많이 그었던지! 세상에 수많은 시인들이 이토록 고독하고 아름다운 시어들을 뿜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던 시절이었다. 내게 시의 스펙트럼을 좀 더 넓혀주었던 시집을 읽을 때마다 다시금 떠올린다. 꼰대가 될수록 감동할 수 있는 '나'를 잃어가기 마련인 것을. 꼰대야, 의식적으로나마 꼰대가 되지 말자. 계속 새로운 시들을 만나기 위해서. (땡감)

 

 

죽어도 좋아

글. 그림 골드키위새 / 생각정거장

꼰대질이 병이고 꼰대가 환자라면, 병을 고치기 위한 첫 번째 전제조건은 자신이 병을 앓고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병이 얼마나 무서운지, 증상이 어떻게 되는지 아는 사람은 관계에 좋다는 모든 예방 수칙을 챙기지만, 병에 대해 아예 모르는 사람은 중증으로 악화될 때까지 그저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이유 없이 미워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주변 사람은 다 환자인 줄 아는데 본인만 모르는 상황이 얼마나 불쌍한가. 그러니 일단 자신이 꼰대인지 의심이 든다면 시작은 한 셈이니 『죽어도 좋아』에 나오는 백 과장보다 절반은 앞질렀다. 표지만 보고 속단하지 말길 바란다. 반짝반짝한 청춘 로맨스 같겠지만, 사실은 환자를 둘러싼 지인들의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투병기이다. 정말 슬퍼서 우는 건 아니고 웃다가 찔끔 눈물이 나온다는 말이다. '감히 나에게 이런 유치한 만화책을 추천하다니! 이 직원 나이가 몇이야!'라고 화가 난다면 혹시 모르니 인터넷에서 꼰대 자가테스트를 검색해 보기 바란다. 예방해서 나쁠 거 없다. (바셀린)

 

 

유로피아나

파트리크 오우르제드니크 저/정보라 역 | 열린책들 | 원서 : Europeana: A Brief History of the Twentieth Century

'내일 뭐 읽지' 주제를 받을 때, 그 주제에 맞는 책이 없을 때가 간혹 있다. 아니, 자주 있다. 그럴 때면 보통은 재밌게 읽은 책을 내세우고, 거기에 주제를 껴 맞추는 글을 쓰곤 하는데 이번 주도 마찬가지다. 『유로피아나』도 얼핏 보면 꼰대와는 상관 없는 책이다. 일단은 '소설'로 분류된 책이나, 꼰대가 주인공이 아니다. 무엇보다 주인공이라고 할 만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두는 사건도 없어 일반적인 소설을 생각하고 읽는다면 당황할 확률이 높다. 이 책을 간단히 소개하기란 쉽지는 않은데,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유로피아나』는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20세기 유럽사를 150여 쪽 내외로 기술한 작품이다.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여진 작품이 대부분 그러하듯, 이 작품 역시 그냥 막 써재낀 듯하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비유와 풍자, 역사적 배경이 숨어 있다.

에릭 홉스봅은
『극단의 시대』에서 20세기는 한쪽에는 진보를 향한 희망이, 한쪽에는 양차 세계대전을 비롯한 수많은 폭력이 공존한 시기였다고 이야기하는데, 『유로피아나』의 관점도 이와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오우르제드니크는 후자를 좀 더 강조한다. 당연히 저자는 무식하고 폭력적이었던 20세기 유럽을 풍자한다. 양차 세계대전, 홀로코스트, 민간인 학살, 인종 차별, 우생학 등 어처구니 없는 사건과 세계관이 가득했던 20세기. 왜 20세기는 저 따위였을까. 자기만이 옳다고 믿고 다른 사람을 계몽할 수 있다고, 계몽하지 못한다면 짓밟을 수 있다고 믿은 꼰대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런 꼰대가 사라지지 않기에 21세기도 20세기에 비해 별반 나아진 게 없는 듯하다. 나에게 읽으면서 머릿속이 찌릿찌릿해지는 쾌감을 준 책 중에서 외국 저자가 쓴 작품 3권만 꼽으라면, 이제부터는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와 찰스 부카우스키의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 그리고 『유로피아나』라고 답할 것 같다. (드미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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