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여기서 끝낼 수 없어. 이루려고 하는 게 아니잖아.'
러닝 프로젝트 - <길을 떠나다>
어깨를 짓누르는 기나긴 어둠의 터널마저 통과해버린 여행의 종착점, 싱그러운 바람결을 맞이하는 꿈결 같은 그들의 모습이 부러움을 유발한다.
중년에 들어선 남성이 외로이 의자에 앉아 있다. 평생 한 손에는 현실을 짊어지고 다른 손에 이상의 날개를 저울질했을 것이다. 끊임없는 타협의 연속인 인생이기에 지쳐버리진 않았나 하는 걱정이 드는 시점. 그는 결국 '삶'의 학습 과정의 일부인, 자신을 찾아가는 길을 떠나는 문을 살포시 두드린다.
러닝 프로젝트(Learning Project)는 경영자문 전문 기업 '러닝 콘서트'를 이끄는 기업인 류건형을 필두로 작곡/편곡을 주로 하는 TL이기호와 임호(e-Mo), 드럼에 한재규로 구성된 밴드다. 앨범을 완성하는 데 걸린 기간은 강산도 변하게 만드는 10년, 격변하는 시장에 결과물이 시류에 동떨어지지 않겠냐는 걱정은 흔들리지 않는 중심축을 잡고 작업했기에 기우에 불과했다.
일종의 로드 무비에 비유할만한 「길을 떠나다」와 「Rainbow」는 단단하게 로킹하는 세션들의 연주가 돋보이는 여행기의 시작이며 「극점」에서는 광활한 풍경을 주조하는 오케스트라 반주에 포효하듯 얹히는 보컬이 돌출한다. '여기서 끝낼 수 없어. 이루려고 하는 게 아니잖아.' 앨범 작업 과정에서 그들이 느꼈을 만한 진심 담긴 메시지는 분명 대중에게도 다가갈 수 있을 테다.
블루지한 브라스 연주까지 보여주는 「Singapore sling」에 이어 등장하는 「그대에게 가는 길」과 「Daydream」은 앨범의 하이라이트. 연륜을 드러내듯 힘을 뺀 연주로 창공에 부유하듯 떠돌아다니는 U2의 이미지마저 떠오르는 시점이다. 기분 좋게 행진하는 트럼펫에 기쁨 가득한 보컬과 코러스를 얹어 차려온 마지막 곡 「All day」까지 기분 좋은 긴장의 끈은 풀리지 않는다.
어깨를 짓누르는 기나긴 어둠의 터널마저 통과해버린 여행의 종착점, 싱그러운 바람결을 맞이하는 꿈결 같은 그들의 모습이 부러움을 유발한다. 모든 이들이 언젠가 한 번쯤은 겪어야 할 학습 과정, 이들이 제시한 지름길을 따라간다면 고통이 줄어들지 않을까.
2016/02 이기찬(Geechanlee@gmail.com)
[관련 기사]
- 우리는 갈 곳 잃은 톱니바퀴, 데드 버튼즈
- 치열한 고민의 결과, 루시 로즈
- 엠마 루이스, 몽롱하고 흐릿하고 끝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11,900원(20% + 1%)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기 LEARNING PROJECT 첫 번째 음반 '길을 떠나다' 꿈, 방황, 좌절, 그리움... 그리고 또 새로운 시작... 삶의 길 위에서 펼쳐지는 진솔한 이야기들이 마치 한 편의 로드무비처럼 이 음반 가득히 그려져 있다. 앨범의 테마이자 타이틀 곡 이기도 한 '길을 떠나다'를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