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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감각 : 패닉 앳 더 디스코
패닉 앳 더 디스코(Panic! At The Disco) - 〈Death Of A Bachelor〉
뚜렷하게 변화를 부여하고 견고하게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내적으로도 성장을 이룬 데다 대중과의 높은 조응도도 획득하며 외적으로도 상당한 의의를 남겼다.
균형 감각. 이 키워드는 좁게는 패닉 앳 더 디스코의 음반을, 넓게는 패닉 앳 더 디스코의 이력을 능히 설명한다. 브랜든 유리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컬러를 내려놓은 적이 없다. 특유의 이모(Emo) 스타일을 사운드와 멜로디에 내재시켜 늘 자신의 음악을 지탱하도록 해왔다. 그리고 동시에, 이 반짝이는 재능을 지닌 패닉 앳 더 디스코의 지휘자는 자신의 음악적 근간을 쉽게 노출하지 않는다. 새 작품을 낼 때마다 앨범에 바로크 팝을 덧씌우기도 하고 신스팝과 뉴웨이브, 일렉트로니카를 덧입히기도 했다. 덕분에 밴드의 음악은 한 쪽으로 쉽게 치우쳐지지도 않게 됐을뿐더러 다양함을 충분히 확보할 수도 있었다. 더 나아가, 자신의 저변을 넓힘으로써 패닉 앳 더 디스코는 더 많은 대중과의 접점을 마련하는 효과까지도 가져오게 됐다.
이는 이번 음반, <Death Of A Bachelor>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풍성한 스트링과 브라스, 코러스를 가미한 스탠더드 팝의 느낌이 패닉 앳 더 디스코의 새로운 실험 재료로서 트랙 리스트 곳곳에 들어서 있다. 프랭크 시내트라로부터 음악적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브랜든 유리의 언급은 이 맥락을 이해하는 좋은 힌트가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근래 주류 팝, 록 신에서 자주 등장하는 큼지막한 스케일의 아레나 록 사운드 또한 앨범에서 감지할 수 있다. 음반의 가장 큰 의미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신선한 접근과 고유의 기질을 가지고 브랜든 유리는 좋은 혼합 모델을 선보인다. 새로운 외피가 마냥 앨범 전부를 나타내게 하지도 않는 데다 기존의 영역이 작품의 모든 내용을 담당하게 하지도 않았다.
브랜든 유리는 훌륭한 팝 아티스트다. 패닉 앳 더 디스코를 메인스트림에 올려놓은 뒤에도 자기 색을 잃지 않았으며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늘 여러 옷을 갈아입고자 시도했다. 게다가 그는 늘 잊지 않고 앨범에 좋은 멜로디를 심어놓는다. <Death Of A Bachelor>는 그 결과물로서 팝 신의 정점으로 향해가는 밴드의 현 행보를 잘 보여준다. 흡입력이 높은 선율이 벌스와 훅을 가리지 않고 등장하고, 감각적인 터치가 연이어 신선한 펀치를 날린다. 활기찬 리듬 위로 팝적인 코러스가 넘실대는 「Victorious」와 「Golden days」 브라스를 대동해 규모 큰 소울 팝 사운드를 선보이는 「Hallelujah」, 「Death of a bachelor」, 스윙과 스탠더드 팝으로부터 각각 힌트를 가져온 「Crazy=genius」, 「Impossible year」 등의 곡이 이번 음반을 잘 설명한다. 부피감이 상당한 사운드 구성과 본연의 캐치한 멜로디, 넘치는 에너지가 잘 섞인 「LA Devotee」는 단연 작품 내 최고의 곡이다.
준수한 역량이 수록곡 전반에 고루 배어있다. 킬링 트랙도 분명히 존재하며 그 외의 트랙들과의 편차도 그리 크지 않은 선에서 이루어졌다. 이모 팝이라는 색이 분명한 스타일이 앨범의 운신 범위를 조금은 좁힐 수 있겠다마는 그리 큰 문제로까지 작용하지는 않는다. 듣기 좋은 팝 사운드가 기저에서 위험도를 가라앉힌다. 잘 만든 앨범이다. 뚜렷하게 변화를 부여하고 견고하게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내적으로도 성장을 이룬 데다 대중과의 높은 조응도도 획득하며 외적으로도 상당한 의의를 남겼다. 작금의 팝, 록 신의 대표자 지위를 향해 패닉 앳 더 디스코는 이렇게 또다시 한 걸음 나아간다.
2016/01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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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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