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포크너, 현대문학의 지형을 뒤흔든 소설가
1949년 노벨문학상 수상
윌리엄 포크너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스콧 피츠제럴드, 존 더스패서스 등과 함께 ‘로스트 제너레이션’을 대표하는 동시에 제임스 조이스와 버지니아 울프, 마르셀 프루스트와 함께 서구의 모더니즘 문학을 이끈 20세기 최고의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색다른 서술 양식’과 ‘의식의 흐름’을 접목시키고 다양한 언어적 실험을 이어나가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문학 형식을 시도했고, 1929년 모더니즘 소설의 금자탑으로 평가 받는 『소리와 분노』를 발표함으로써 20세기 현대문학의 지형을 뒤흔들어놓았다.
1897년 9월 2일 미시시피주의 뉴올버니에서 출생했다. 군인이자 작가, 정치가였던 증조부와 변호사로 성공한 조부 밑에서 유복한 유년기를 보냈고, 미국 남부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문학에 조예가 깊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다. 아버지의 사업차 이주한 옥스퍼드에서 학교를 다녔다. 어려서부터 글을 좋아하여 고교 시절 시집을 탐독하고 스스로 시작(詩作)을 시도했으나 고교를 중퇴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지원해서 캐나다의 영국공군에 입대했고, 제대 후 퇴역군인의 특혜로 미시시피대학교에 입학하여 교내 정기간행물에 시를 계속해서 발표했다. 1920년 대학도 중퇴하고 곧 고향으로 돌아와, 1924년 친구의 도움으로 처녀시집 『대리석의 목신상(牧神像) The Marble Faun』을 출판했다.
그 후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전쟁으로 폐인이 된 한 공군장교를 주인공으로 한 첫 작품 『병사의 보수 Soldier’s Pay』(1926)를 발표했다. 이듬해에는 풍자소설 『모기 Mosquitoes』를, 그리고 1929년에는 남부귀족 사토리스 일가의 이야기를 쓴 『사토리스 Sartoris』를 발표했다. 1929년 또 다른 남부귀족 출신인 콤슨 일가의 몰락하는 모습을 그린 문제작 『소리와 분노』를 발표하여 일부 평론가의 주목을 끌었다.
가난한 백인 농부 아내의 죽음을 다룬 『내가 누워 죽어갈 때』(1930), 한 여대생이 성불구자에게 능욕당하는 사건을 둘러싸고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작품 『성역(聖域) Sanctuary』(1931)을 발표하여 일반 독자에게도 이름이 알려지게 됐다. 그 후 『팔월의 빛』(1932), 『압살롬, 압살롬!』(1936), 『야성의 종려(棕櫚) The Wild Palms』(1939), 『무덤의 침입자 Intruder in the Dust』(1948), 『우화(寓話) A Fable』(1954) 『읍내(邑內) The Town』(1957), 『저택(邸宅) The Mansion』(1959), 그리고 유머를 특색으로 하는 『자동차 도둑』(1962) 등 장편소설을 계속해서 발표하였다. 이 중 『우화』와 『자동차 도둑』은 각각 1954년과 1957년에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또한 중편과 단편도 상당수 발표하여 『곰』을 비롯한 몇 권의 단편집도 펴냈다.
‘1949년 노벨상’ 수상작인 『소리와 분노』는 윌리엄 포크너의 대표작품이다. 작가는 자신의 고향인 ‘요크나파토파군(Yoknapatawpha郡)’으로 불리는 독특한 공간을 창조해 소설무대로 활용하면서, 특수한 삶의 경험을 보편적 언어로 극화시키는 길을 발견했다. 파격적이고 현란한 언어와 다양한 형식의 실험을 통해 몰락해가는 미국 남부사회의 독특한 정서 구조를 드러낸다. 19세기 초부터 1940년대에 걸친 시대적 변천과 남부사회를 형성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대표적인 인물들을 등장시켜, 한결같이 배덕적이며 부도덕한 남부 상류사회의 사회상을 고발했다. 인간에 대한 신뢰와 휴머니즘의 역설적 표현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을 규명하려는 의지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윌리엄 포크너는 대담한 실험적 기법과 깊은 인간통찰을 통해 자신만의 우주를 창조했고, 현대인이 안고 있는 고뇌와 그 극복의 과정을 진실하게 추구하여 세계 여러 나라 문학에 영향을 끼쳤다. 작품에는 20세기 전반에 걸쳐 서구를 휩쓴 비극적 시대정신이 짙게 배어 있어, 그의 세계관은 본질적으로 비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윌리엄 포크너 작가의 대표작
소리와 분노
윌리엄 포크너 저/공진호 역 | 문학동네 | 원서 : The Sound and the Fury
미국 남부의 명문가인 콤슨 가족의 20여 년에 걸친 정신적?계급적 몰락을 통해, 남북전쟁 이후 서서히 와해되어간 남부의 사회상을 그려낸 소설. 윌리엄 포크너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며,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모더니즘 소설의 최고봉으로 평가 받는다. 콤슨가 4남매 가운데 첫째인 퀜틴, 셋째 제이슨, 막내 벤지가 각각 화자가 되어 일인칭시점으로 서술하는 장과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쓰인 마지막 장 등 총 4장으로 나뉘어, 콤슨가의 몰락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사건들이 서로 다른 화자에 의해 반복, 서술되며 재구성된다.
팔월의 빛
윌리엄 포크너 저/이윤성 역 | 책세상 | 원제 : Light In August (1932)
윌리엄 포크너가 작가로서의 성숙기에 접어드는 시점에 쓴 작품으로, 미국 남부의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빛과 어둠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삶을 깊이 있게 그려내며 통찰한다. 겉모습은 백인이지만 흑인의 피가 섞여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조 크리스마스, 과거 안에 갇혀 아내와 정상적인 관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아내를 자살로 몰고 가는 하이타워 목사, 임신한 몸으로 집을 떠나 아이 아버지를 찾아 다니는 리나 글로브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의 삶을 통해 남부 사회의 인종 차별주의, 종교적 절대주의, 억압되고 왜곡된 성 등을 이야기하면서 삶에 대한 비극적 인식을 보여준다. 그러나 작가는 삶의 비극성만큼이나 그것을 극복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압살롬, 압살롬!
윌리엄 포크너 저/이태동 역 | 민음사 | 원서 : Absalom, Absalom!
남북전쟁에서 패배한 남부가 무너지는 과정을 악으로 점철된 서트펜가의 비극을 통해 형상화한 작품이다. 윌리엄 포크너는 성(性)과 인종 문제, 남부의 과거와 현재, 시간, 인간의 본성, 영원 등 자신이 끈질기게 추구했던 주제를 작품 속에 집약시켜 "도스토예프스키보다 도착적이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발표 당시에는 긴 문장과 모호한 단어, 어두운 표현으로 널리 이해 받지 못했으나 지금은 미국 문학사뿐 아니라 세계 문학사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거칠어 보이는 흑인들과 프랑스인 건축가를 데리고 나타난 토머스 서트펜은 남부에 땅을 사고 집을 지어 큰 부자가 되고, 자신의 부와 지위에 어울리는 가문의 여성과 결혼해 두 아이(헨리, 주디스)의 아버지가 된다. 그러나 주디스와 약혼하려는 찰스 본을 헨리가 살해하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곰
윌리엄 포크너 저/민은영 역 | 문학동네 | 원서 : The Bear
1942년 『모세여 내려가라와 다른 이야기들』에 수록되어 발표된 「곰」은 윌리엄 포크너의 중단편 중에서도 단연 압권으로 평가 받는다. 백인 소년 아이작이 최고의 사냥꾼 샘과 전설적인 늙은 곰 올드벤을 만나 진정한 숲의 주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포크너의 주요 장편소설들에서 보이는 난해한 절망감에서 탈출한 최초의 작품이며 신화적 분위기 속에 도덕적 성숙을 향해 가는 미국판 성장소설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제22대 계관시인인 다니엘 호프만은 「곰」을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비유하며 "성인이 되어 숲을 찾은 소년이 사냥의 스승이었던 죽은 샘의 환영을 보며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장면은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은, 미국 소설 역사상 가장 뭉클한 장면 중 하나이다"라고 말했다.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
윌리엄 포크너 저/김명주 역 | 민음사 | 원제 : As I Lay Dying
미국 남부의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한 시골 아낙의 죽음과 그녀의 가족이 겪는 슬프면서도 기묘한 장례 여행을 통해 삶과 죽음, 선과 악, 운명과 욕망에 대한 무거운 성찰을 담고 있다. 윌리엄 포크너의 초기 걸작 중 하나이다. 남부의 뿌리 깊은 지방색을 짙게 드러내면서도 일개 보고문학이나 세태소설에 그치지 않고 시공간을 초월한 보편적인 주제에 도달한다. 작품은 59개의 장을 열다섯 명의 내면 독백으로만 구성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이루어졌으며 각 장마다 다양한 서술 기법이 동원됐다. 겉으로는 단조롭고 투박한 인물의 언행 이면을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의식의 흐름 기법, 상투성에서 벗어난 고도의 상징과 은유는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으며 주제를 확장하고 공감의 폭을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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