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 겐자부로, 인간의 본질을 묻는 소설가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
탁월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간의 근원적 불안을 그린 작품들을 발표하며 현대 일본문학을 이끌어왔던 일본의 대표적 작가. 멜로적 감성이 있는 소설에서부터 SF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설적 세계를 구축하며 행동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가와바다 야스나리, 인도의 타고르에 이어 아시아의 세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겐자부로는 인간의 본질을 묻는 철학적 주제를 집요하게 천착해 왔다. 스위스 한림원은 작가가 탁월한 문학적 상상력으로 인간이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불안과 당혹감 등 실존의 문제를 다루어왔다고 밝혔다. 큰 아들이 정신지체아로 태어난 것을 계기로 인간 구원의 문제를 다루기 시작하였고, 원폭 피해를 입은 히로시마 사람들에게 많은 위안을 얻게 되면서 핵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 1965년에 『히로시마 노트』를 발간했다.
1935년 일본 남부 시코쿠의 에히메현 기타군의 유명한 사무라이 집안에서 일곱 형제 중 셋째로 태어났다. 1954년 동경대학 문과에 입학하여 1956년 불문과에 진학했다. 대학 재학 중인 1957년에는 「기묘한 일」을 동경대학 신문에 투고하여 ‘동경대학 오월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재학시절 문필에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여 미시마 유키오 이래 가장 장래가 촉망되는 신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1958년 『사육』으로 일본 최고 권위 있는 상인 ‘아쿠다가와상’을 수상함으로써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1959년에 졸업논문으로 「사르트르 소설에서의 이미지에 관하여」를 썼을 정도로 사르트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1960년 일본 청년작가 대표로 베이징에 가서 마오쩌둥을 만난 것을 계기로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오에 겐자부로는 “문학과 삶은 별개가 아니다”라는 신념을 갖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지성인으로 한국과도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1975년 필화사건으로 구속된 김지하 시인의 석방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벌였고, 1989년 방북 이후 1993년 귀국해 5년 동안 옥고를 치렀던 소설가 황석영을 위해 세계 문인들에게 구제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였다. 1995년 방한하여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황 소설가의 석방을 직접 요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그는 일본 우익세력에 맞서 헌법 9조를 지키기 위해 ‘9조 모임’을 결성, 일본 군국주의와 전쟁 반대를 위해 투쟁해왔다. 일본에 진정한 과거반성을 외치며 한?일 관계개선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온 양심적인 지식인이라 할 수 있다.
미일 안보조약을 반대하는 지식인을 대변하고, 솔제니친 석방요구 성명과 시인 김지하의 탄압에 항의하는 단식투쟁에 참가하는 등 실천적 지식인의 면모와 동시에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인물로 손꼽히기도 했다. 1994년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애매한 일본과 나’라는 제목의 노벨상 수상소감 연설에서 “일본이 특히 아시아인들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쟁 중의 잔학행위를 책임져야 하며 위험스럽고 기괴한 국가의 출현을 막기 위해 평화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에 겐자부로의 관심 영역은 사회와 개인의 실존적 문제에서 SF 소설까지 확장되었다. 『치료탑 치료탑 혹성』에서는 원폭 이후 세기말의 일본 사회를 매섭게 그려내어 일본의 대표적인 진보적 지식인으로 평가 받았다.
일본의 천황제와 국가주의를 일관되게 비판하고 평화를 위협하는 일본의 군사 재무장과 핵 발전, 자위대를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날 천황이 문화훈장과 문화공로상을 수여하려 하자 “나는 전후 민주주의자이므로 민주주의 위에 군림하는 권위와 가치관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여 수상을 거부한 일화로 유명하다.
지적 장애아 아들이 태어난 충격으로 『개인적인 체험』을 발표했으며, 작품 속에서 기형아 출산을 주제로 삼아 인권을 유린당한 전후 세대의 문제를 파헤쳤다. 한편 『만엔원년의 풋볼』에서는 오래된 공동체를 역사적, 민속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취했다. 이 작품으로 ‘199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1970년대에는 『핀치러너 조서』, 『동시대 게임( 同時代ゲ-ム)』을 발표했다. 『히로시마 노트』, 『핵시대의 상상력(核時代の想像力)』 등을 통해 반전과 장애아 보호를 주장하기도 했다. 1980년에 『레인 트리를 듣는 여인들』, 『어떻게 나무를 죽일까?(いかに木を殺すか)』, 『M/T와 숲의 이상한 이야기』, 『새로운 사람아, 눈을 떠라(新しい人よ目覺めよ)』, 『치료탑(治療塔)』 등을 발표하면서 SF적인 수법을 도입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모색했다.
그 외의 주요 작품으로 『기묘한 일(奇妙な仕事)』, 『세븐틴(セヴンティン)』, 『정치소년 죽다(政治少年死す)』, 『하마에게 물리다』, 『우울한 얼굴의 아이』, 『회복하는 인간』,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등이 있다. 최근 국내에는 오에 겐자부로가 처음으로 아버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말하는 소설 『익사』와 작가가 ‘내 인생의 책’을 소개하는 에세이 『읽는 인간』이 번역 출간되었다.
오에 겐자부로 작가의 대표작
만엔원년의 풋볼
오에 겐자부로 저/박유하 역 | 웅진지식하우스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일본에서도 '근대 일본의 최고작' 중 하나로 꼽혀온 작품이다. 소설은 패전 후 일미안보조약을 체결하려는 정부에 대해 학생과 시민들이 전국적인 반대투쟁을 펼쳤던 이른바 '안보투쟁'을 배경으로 한다. 그 투쟁의 한가운데서 '전향'이라는 쓰라린 경험을 한 학생운동가 다카시, 그리고 머리에 혹이 달린 채 태어난 첫 아이로 인해 정신적 공황을 겪고 있던 그의 형 미쓰사부로의 상처와 치유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만엔원년의 풋볼』이 상처와 치유를 그리는 여타의 작품과 다른 것은, 치유의 이야기가 한 '개인'의 것에 머물지 않고 '공동체'의 것으로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의 상처는 자신만의 사고와 행위의 결과가 아니며 이 세계의 보이지 않는 구조 속의 일이라는 것을 장대한 스케일로 그리고 있다.
회복하는 인간
오에 겐자부로 저/서은혜 역 | 고즈윈
노년에 이른 오에 겐자부로가 철학과 신념을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 수필집.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과 지금의 가족 이야기 등 개인적인 얘기들을 자유롭게 전하고 있다. 표제인 '회복하는 인간'은 뇌에 심각한 장애를 지니고 태어난 맏아들 오에 히카리와의 공생을 통하여 작가가 깨달은 확신과 평생의 신념을 가리키는 말이다. 책 속에는 거듭되는 절망 속에서도 항상 희망을 잃지 않고 회복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상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또한 작가의 방대한 독서량에서 오는 깊이 있는 철학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엿볼 수 있다.
히로시마 노트
오에 겐자부로 저/이애숙 역 | 삼천리
르포르타주 『히로시마 노트』에는 히로시마 피폭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과 죽음, 고통이 기록되어 있다. 오에 겐자부로는 1963년 여름 히로시마를 처음 방문했다. 첫아들이 빈사 상태로 병원에 누워 있는 개인적인 고통 속에서 떠난 여행이었다. 현지를 방문한 작가의 눈에는 여전히 죽어가는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의사들과 인간으로서의 위엄을 잃지 않고 있는 히로시마 사람들이 들어왔다. '히로시마적인 것'이 가져다 준 충격은 꺼져 가는 희망의 싹이 되었고, 작가는 그 처절하고 치열한 여행길을 노트에 고스란히 담았다. 그 노트는 단행본 『히로시마 노트』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평화사상을 바탕에 두고 현대라는 시대와 대결하는 고발문학의 진수를 보여 준다"는 평가를 받으며 100만 부가 팔려 나갔다.
우울한 얼굴의 아이
오에 겐자부로 저/서은혜 역 | 청어람미디어
오에 겐자부로는 49년간의 왕성한 창작활동 끝에 소설가로서 '마지막 장편 3부작'이라고 명명한 3편의 소설을 내놓았다. 『우울한 얼굴의 아이』는 『체인지링』에 이은 두 번째 이야기이다. 『체인지링』은 영화감독 이타미 주조의 자살사건을 모티브로 쓴 소설로, 이타미 주조는 일본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으로 자리 잡았으나 노년이 되어 자살했다. 오에 겐자부로가 문학과 예술에 눈뜨고 소설가의 길을 걷도록 이끈 친구이기도 하다. 『우울한 얼굴의 아이』는 『체인지링』으로부터 다시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비극의 가족사를 새로운 희망으로 채우는 감동의 휴먼스토리를 담고 있다.
익사
오에 겐자부로 저/박유하 역 | 문학동네
오에 겐자부로가 처음으로 아버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말하는 소설이다. 작가는 '아버지의 부재'가 자신의 문학 세계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쳤으며, 자신은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소설가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말한 바 있다. 그는 『익사』에서 자신의 페르소나인 조코 코기토의 입을 빌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버지가 없는 사람으로 살아온 일이 자신의 문학을 결정지었다'고 한 그의 말을 생각해보면 『익사』는 오에 겐자부로가 소설가로 살아온 오십여 년 동안 줄곧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마침내 소설로 완성한 작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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