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프랑스 문학의 거장 ‘파트릭 모디아노’
201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파트릭 모디아노는 데뷔 이후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단과 독자들의 열렬한 찬사를 받아왔으며, 그의 작품 중 『슬픈 빌라』, 『청춘시절』, 『8월의 일요일들』 『잃어버린 대학』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생의 근원적인 모호함을 탐색하는 작가
바스러지는 과거, 잃어버린 삶의 흔적으로 대표되는 생의 근원적인 모호함을 신비로운 언어로 탐색해온 현대 프랑스 문학의 거장이다. 1945년 프랑스 불로뉴 비양쿠르에서 이탈리아계 유대인 아버지와 벨기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파리의 명문고교인 앙리4세에서 공부할 당시 기하학을 가르쳤던 어머니의 친구이자 작가 레이몽 크노를 만난 것이 그가 소설가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열여덟 살 때부터 글쓰기를 시작해 1968년 독일 강점기 나치에 부역한 유대인에 관한 소설 『에투알 광장』으로 로제 니미에상, 페네옹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1972년 발표한 세 번째 작품 『외곽도로』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거머쥐었고, 연이어 1975년에는 『슬픈 빌라』로 리브레리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1978년 발표한 여섯 번째 소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로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1984년과 2000년에는 그의 전 작품에 대해 각각 프랭스 피에르 드 모나코상,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수여하는 폴 모랑 문학 대상을 받았고, 201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201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파트릭 모디아노를 선정한 것에 대해 “붙잡을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을 기억의 예술로 환기시키고 나치 점령 당시의 생활세계를 드러냈다"고 밝혔다. 페테르 엥글룬드 한림원 사무총장은 "파트릭 모디아노는 이 시대의 '마르셀 프루스트'"라며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프루스트에 빗댔다. 파트릭 모디아노는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하고 "노벨 문학상 수상을 전혀 기대하지 못했다. 산책을 하고 있는데 딸이 전화를 해서 수상 소식을 알려줬다. 나는 지난 45년 동안 같은 책을 쓰고 있다는 느낌이었다"고 NYT을 통해 밝혔다.
파트릭 모디아노는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 기자회견에서 “마치 나와 이름이 같은 다른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인 것만 같았다. 스웨덴은 내 손자가 태어난 나라이기 때문에 이 상은 손자에게 바치겠다”고 말했다.
모디아노는 데뷔 이후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단과 독자들의 열렬한 찬사를 받아왔으며, 그의 작품 중 『슬픈 빌라』, 『청춘시절』, 『8월의 일요일들』 『잃어버린 대학』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다른 주요작으로 『도라 브루더』(1997), 『신원 미상 여자』(1999), 『작은 보석』(2001), 『한밤의 사고』(2003), 『혈통』(2005)이 있다. 1974년 개봉된 영화 <라콩브, 뤼시엥(Lacombe, Lucien)> 시나리오를 루이 말 감독과 함께 쓰기도 했다. 모디아노는 시나리오 집필뿐 아니라 직접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라울 루이스 감독의 1997년작 <범죄의 계보>에 배우 카트린느 드뇌브와 함께 카메오로 깜짝 등장했다.
나는 천천히 읽을 수 있는 아름답고 낯선 글을 좋아한다. 주변이 소란스럽거나 삶이 뻔하게 느껴져 신물 날 때, 나는 프랑스 소설 몇 권과 함께 틀어박히는 일로 멋을 부리곤 한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읽었다. 기억을 상실한 주인공은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지만, 그렇게 해서 찾아간 존재의 마지막 지점은 바스러진 그림자나 무(無)일지도 모른다는 것. 매혹적인 소설이다. - 은희경(소설가)
시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모디아노의 소설은 항상 시간의 저편으로 사라져간 과거의 애틋한 흔적을 되살리는 데 바쳐진다. 아울러 유대인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애증으로 그의 소설은 유대인의 삶에 대한 끊임없는 추적과 기록의 면모를 보여왔다.
파트릭 모디아노 대표작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파트릭 모디아노 저/김화영 역 | 문학동네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작이자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파트릭 모디아노의 대표작이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퇴역 탐정이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는 여정을 그린 소설로, 흥신소의 퇴역 탐정인 작중 화자는 조악한 단서 몇 가지에 의지해 마치 다른 인물의 뒤를 밟듯 낯선 자신의 과거를 추적한다. 작가는 단순히 소멸된 과거를 재구성하는 것을 넘어서 ‘기억 상실’로 상징되는 프랑스의 비극적 현대사의 한 단면을, 나아가 인간 존재의 ‘소멸된 자아 찾기’라는 보편적인 주제의식을 명징하게 그려내고 있다.
우리 아빠는 엉뚱해
파트릭 모디아노 글/장 자끄 상뻬 그림/이세욱 역 | 별천지
모디아노와 상뻬가 1988년 발표한 이 작품은 어른이 된 카트린이 뉴욕의 한 무용 학원을 바라보면서 자기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다. 파리에서 아빠와 단둘이 살던 카트린은 뉴욕에 있는 엄마처럼 훌륭한 무용수가 되기를 꿈꾼다. 춤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카트린은 안경을 쓴 채 보는 현실 세계와 안경을 벗었을 때 볼 수 있는 보얗고 다사로운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카트린은 이런 두 세계를 오가며, 아이를 지극히 사랑하는 아빠, 친절한 이웃 사람들과 함께 사랑하면서 사는 법을 배운다.
그 녀석 슈라에겐 별별 일이 다 있었지
파트릭 모디아노 글/도미니크 제르퓌스 그림/김화영 역 | 문학동네어린이
『그 녀석 슈라에겐 별별 일이 다 있었지』는 모디아노의 문학적 풍미가 돋보이는 그림책으로, 모디아노는 사랑스러운 주인공, 슈라를 등장시켜 색다른 재기를 한껏 보여준다. 1986년에 프랑스에서 출간된 이 책은 지금도 여전히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 받는 명작으로, 파트릭 모디아노가 글을 쓰고 그의 아내 도미니크 제르퓌스가 그림을 그려 탄생시킨 뜻 깊은 작품이기도 하다. 최고의 불문학 번역가로 꼽히는 김화영 선생의 번역은 모디아노 작품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주인공 ‘슈라’를 생동감 있게 살려냈다. 김화영 선생은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비롯해 『잃어버린 거리』, 『청춘 시절』, 『도라 브루더』 등 파트릭 모디아노의 여러 작품을 번역한 바 있다.
추억을 완성하기 위하여
파트릭 모디아노 저/김화영 역 | 문학동네
파트릭 모디아노의 초기작으로 지금까지 발표되어온 모디아노의 소설들 중에서도 자전적 색채가 가장 짙은 것으로 평가 받는 소설이다. 1977년 출간된 그의 다섯 번째 소설인 작품은 총 열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장은 연속적인 줄거리 없이 독립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작품 앞에 인용된 "산다는 것은 하나의 추억을 완성하기 위하여 집요하게 애쓰는 것이다"라는 르네 샤르의 글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 이 책 전체가 어렴풋한 이미지로, 희미한 윤곽으로밖에 남지 않은 기억을 더듬어가는 지난한 여정이라 할 수 있다. 열다섯 개의 파편과도 같은 기억들은 장마다 등장하는 일인칭 화자 '나'의 목소리를 통해 통일성을 얻는다.
잃어버린 젊음의 카페에서
파트릭 모디아노 저/김윤진 역 | 문학동네
파트릭 모디아노는 1968년 『에투알 광장』으로 등단한 이래로 40년 가까이 기억과 망각, 인간의 정체성이란 주제를 천착해왔다. 파트릭 모디아노는 각기 다른 울림을 가진 작품들을 하나로 직조해가면서 생의 근원적인 모호함을 끊임없이 탐색해간다. 프랑스 이론가 기 드보르의 글에서 제목을 차용한 『잃어버린 젊음의 카페에서』는 1960년대 파리를 배경으로 ‘진정한 삶’을 찾아 나선 한 여인의 흩어진 생의 흔적을 좇는 내용이다. 파리 구석구석 흩어진 여자의 발자취를 더듬어가는 세 남자의 목소리가 각기 다른 공간 속 한 여인의 윤곽을 서서히 드러내 보인다.
팔월의 일요일들
파트릭 모디아노 저/김화영 역 | 문학동네
“그는 기억의 예술을 통해 불가해한 인간의 운명을 소환하고 독일 점령기 프랑스의 현실을 드러냈다”라는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에서도 알 수 있듯 그의 작품은 기억과 현실, 과거와 현재를 모호하게 뒤섞는 묘사를 통해 인간 생의 본질과 정체성을 조망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1986년 발표한 장편소설 『팔월의 일요일들』은 그런 모디아노 소설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으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리브레리상, 공쿠르상 등 굵직한 문학상을 수상하며 한창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던 시기의 성숙한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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