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리뷰 대전] 일상의 작은 예술
건축 분야에서 가장 흥미롭고 의미 있는 100개의 작업들을 선별해 소개한다
예술가만 예술을 하라는 법 없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새롭게 생각해내는 순간, 우리는 예술가가 된다. 마음을 흔드는 예술에 대해, 일상을 새롭게 하는 예술 책을 알리고 싶다.
몇 년 전 스페인을 여행할 때였다. 플라멩고 공연을 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어스름한 저녁 길에 거대한 팽이버섯처럼 생긴 기이한 형태의 건축물을 만났다. 건물 꼭대기에서 마을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었는데, 파란 불이 켜진 팽이버섯 안의 계단을 따라 걷는 느낌은 꽤 미래 지향적이었다. 지구에 불시착한 비행접시가 이런 모양일까? 친구와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 받다가 깜짝 놀라 멈춰 섰다. 낮에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간 16세기 대성당의 탑이 눈 앞에 반짝이며 서 있는 것이었다. 발을 딛고 있는 현재의 앞 뒤로 미래의 건축과 과거의 건축이 나란히 함께 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이토록 가깝게 연결된 것이었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팽이버섯은 살아있는 예술 작품이 되어 마음 속에 각인되었다. 일상의 건축이 감동적인 예술로 바뀌었던 그 순간을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 책이 내게 온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표지를 장식한 이 건물이 바로 그 거대 팽이버섯, 메트로폴 파라솔(스페인 세비야)이다.
저자는 현재 건축 분야에서 진행되는 가장 흥미롭고 의미 있는 100개의 작업들을 선별해 소개한다. 남극, 사막 등 극한의 장소에 위치한 건축부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해 지은 건물들, 옛 건물이 전혀 다른 새로운 공간으로 재 탄생되는 재미있는 작업들을 볼 수 있다. 13세기에 지어진 네덜란드의 한 성당은 세계에서 가장 성스러운 서점이 되었고, 브루클린의 낡은 공장은 감각적인 디자인 호텔로 탈바꿈 했다.
건축의 힘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포르투갈의 노인 주거단지는 해가 지면 반투명 지붕이 불을 밝히게 설계되었는데, 집안에서 비상 경보를 작동하면 지붕의 색이 붉은색으로 바뀌어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릴 수 있다. 스웨덴의 트리 호텔은 이름 그대로 나무 위의 호텔이다. 모험을 꿈꿔왔던 사람들은 나무 위의 객실에서 머물며 그들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다. 지그재그 모양의 건축물, 공중에 떠 있는 헛간, 지붕 위의 잔디밭을 갖춘 식물원 등 상식을 깨는 100개의 건축들은 이미지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건축은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든다. 건물 안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를 생각하면 건축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통풍이 안되고 해가 잘 들지 않는 건물 안에서는 부정적인 생각이 싹트기 쉽다. 반대로, 잘 지어진 건축물은 단순히 머무르는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마음에 평안을 주고, 나아가 상상력과 자유를 선사한다.
미래의 건축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까? 건축이 더 이상 건축가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에게는 우리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해 줄 건축을 상상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당신은 어떤 곳에 머무르고 싶은가? 이 책에 등장하는 건축들이 좋은 보기가 될 것이다.
미래의 건축 100마크 쿠시너 저/김명남 역 | 문학동네
생생한 사진과 위트 넘치는 글로 전 세계 100여 곳의 건축 사례를 소개하는 이 책은, 오늘의 건축이 어디까지 왔는지, 미래의 건축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가늠하게 해준다. 좀더 친근하고 좀더 똑똑하고 좀더 자연친화적인 건물을 만드는 데, 이제 건축의 파트너인 대중이 함께할 때다. 『미래의 건축 100』은 그 참여의 길에, 작지만 효과적인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추천 기사]
- 내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책
- [MD 리뷰 대전] 어린 시절 추억을 담뿍 담은 그림책
- 행복이 뭔지 아시나요?
- 혼자인 듯 혼자 아닌 혼자 같은 나
- [MD 리뷰 대전] 60페이지씩 80권에 다 담았다
좋은 건 좋다고 꼭 말하는 사람
<마크 쿠시너> 저/<김명남> 역12,420원(10% + 1%)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스마트하고 지속가능한 100가지 건축물 전 세계의 번뜩이는 상상들과 마주하다 우리 곁에 훌쩍 다가온 새로운 건축의 시대. 건축은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한 다채로운 시도를 통해 우리보다 앞서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지은이 마크 쿠시너는 말한다. 건축물과 건축가에게 던지는 대중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