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리뷰 대전] 어린 시절 추억을 담뿍 담은 그림책
상 받은 작가의 멋진 그림책, 첫번째 리뷰 『담』
꼭 상을 받아야 좋은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널리 인정 받는다는 건 기쁘고 든든한 일이다. 2015년 설 연휴, 한국 그림책이 볼로냐 라가치상을 전 부문을 석권했다는 소식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누구나 좋아할 만한 책, 상 받은 작가의 멋진 그림책들을 소개한다.
2015년 볼로냐도서전 라가치상 수상
흔히 담을 이야기하면 ‘단절’을 떠올릴 것이다. 소통을 차단하고 연결을 막는 담, 베를린 장벽과 같은 높은 벽. 요즘 아이들 중엔 담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아이들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파트에는 낮은 담장이 없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담을 아이들을 보듬어주는 따뜻한 친구로 그렸다. 어린 시절, 회색 낮은 벽에 분필로 글자를 그려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술래잡기할 땐 언제나 담에 얼굴을 파묻고 1,2,3을 외쳤으며 가족의 추억이 되었다.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친구였던 셈이다. 그때 담은 지금처럼 높지도 답답하지도 않았던가. 처음 이사온 낯선 친구가 놀러와도 언제라도 벽에 기대어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니 말이다.
작가는 담을 엄마와도 맞닿은 것으로 그린다. 평소에는 항상 그 자리에 있어서 고마움을 모르다가도 내가 잠든 후에도 나를 감싸주는. 묵묵히 늘 그곳에 서서 나를 지켜주고 기댈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 책의 미덕은 단순히 글에만 있지 않다. 꾸밈없이 담백하고 슴슴한 글과 그림이 인상적인 이 그림책에 대해 외국인 심사위원들도 ‘책의 커다란 판형을 활용한 그림들은 풍부한 감수성을 담아낸, 차분하면서도 압도할만한 시적 공간을 창출해냈다’고 평가했다.
한국적인 정서를 듬뿍 담아냈는데도, 그 그림의 처연함을 해외에서도 공감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텍스트는 간결하지만 묵직하고, 그림은 소박하면서도 일상의 현장 그대로를 놓치지 않았다. 저자의 첫번째 그림책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난 작품성을 자랑한다. 담이 낮았던 어린 시절처럼 아이들이 걱정 없이 뛰노는 세상의 꿈을 담았다. 그러고 보니 무언가를 담아서 ‘담’인가 보다.
담지경애 글그림 | 반달(킨더랜드)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이는 골목 담벼락에 쭈그리고 앉아 공깃돌을 던졌습니다. 금이 가고, 칠이 벗겨진 담벼락에 다섯 손가락을 대고 걸으면, 담은 레미파 레미파 소리를 냅니다. 집에 가방을 던져 두고 나온 아이들이 하나 둘 모이면 숨바꼭질, 고무줄, 말뚝 박기 같은 놀이를 합니다. 아이들한테는 높지도 낮지도 않은 담, 조금만 힘을 쓰면 훌쩍 뛰어넘을 수도 있는 담. 집과 집을 나누고, 내 것과 네 것을 나누던 담은, 어느새 아이들을 지켜 주고 함께 놀아 주는 친구가 됩니다. 담을 친구 삼아 놀다 보면 해는 꼴딱 지고 산 너머 하늘은 푸르스름할 때가 참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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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유아, 몸은 중년. 비록 나이는 먹었지만 여전히 그림책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
<지경애> 글그림13,500원(10% + 5%)
담은 내 손 꼬옥 잡아 주는 친구 "담은 숨바꼭질 놀이터. 쓱쓱쓱 한바탕 장난 글씨. 레미파 레미파 노래하는 손가락."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이는 골목 담벼락에 쭈그리고 앉아 공깃돌을 던졌습니다. 금이 가고, 칠이 벗겨진 담벼락에 다섯 손가락을 대고 걸으면, 담은 레미파 레미파 소리를 냅니다. 집에 가방을..